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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편지- 김영재(89.국문) 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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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유진아 작성일05-09-09 22:11 조회24,34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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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내와 아들 시언이와 함께 


영철이 형,


정말 변변한 연애편지도 한 번 써본 적이 없는 나한테 관우가 이런 숙제를 다 주니 고마울 따름입니다. 이 공개편지가 이어지는 메커니즘으로 볼 때, 형한테도 똑같은 부담을 지워드릴 것 같아서 먼저 죄송합니다. 하지만 형은 글 쓰는 걸 좋아하는 분이니, 저보다는 훨씬 괜찮을 것도 같고요. 그리고 왠지 모르게 그 동안 동문회보에 이름 한번 올라가 본적도 없고 완전한 잠적으로 지내왔는데, 이렇게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습니다. 저를 아시는 모든 분들과 그렇지 않은 동문 여러분들 모두 행복하시길 바라겠습니다. 형도 그렇게 바래줄꺼죠?


저도 뭐 형을 알게 된 순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시작해볼까 합니다. 저는 처음에 형이 일본 유학생인줄 알았어요. 이승욱 교수님의 국어사2 시간이었죠. (국문과 전공 학생들도 쉽게 통과할 수 없는 어려운 과목이었는데) 아무튼 형이 말투도 조금 달랐고, 일본 유학생 누나들과 친하게 지내서 그렇게 생각했죠. 어쨌거나 형도 알다시피 형과 저를 엮어준 것이 바로 그 수업시간이었죠.(제 기억으로는 결국 그 과목 드롭하셨지만) 이후로는 관우가 지난 번 편지에 썼던 것처럼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들도 많은, 그런 나날들을 보냈던 것 같아요.

 

저는 형을 보면서 참 다채로운 삶을 사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김책공대를 다닌 북한 최고의 수재로 동독 유학, 한국에 와서도 컴퓨터공학을 시작으로 신문방송학으로 졸업, 국문학 부전공. 사회적으로도 활발한 방송활동, 국내 유수의 대기업에 근무하다가 냉면집 사장으로 변신, 다시 문예창작과 학생으로 입학, 집필을 위한 노력과 문인들과의 교류, 그리고 현재는 연예, 문화 비즈니스 종사. 웬만한 사람 두 세 명의 인생을 살아왔다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얼핏 조금이나마 형이 왜 그렇게 여러 가지 길을 열심히 가고 있는지 알 것 같기도 해요. 그냥 혼자만 편안하게 살겠다는 생각보다는 다른 사람들에게 뭔가를 도와주고 싶고, 나누고 싶어하시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이 곳에 사는 사람들을 보면서, 저 곳에 남아있는 사람들을 걱정하고 그들의 미래가 좀 더 나았으면 하는 희망 때문이겠죠.

 

그런 형한테 한가지 가장 아쉬웠던 것은 빨리 좋은 분을 만나 형만의 가정을 이루셨으면 하는 것이었는데요, 오래 기다린 보람이 느껴지도록 너무 아름다우시고 고운(^^) 형수님을 만나 결혼을 하시게 되어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박홍 이사장님이 주례를 맡으시고 저는 사회자 콤비로 결혼식의 한 부분을 도와 드릴 수 있어서 더욱 좋았구요. 성함을 모르는(선배님, 죄송합니다) 에밀레 선배님의 축가도 너무 멋있었습니다. 이렇게 모든 사람들의 축복 속에 귀하게 이루신 가정에 하나님께서 준비하신 은혜가 충만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집들이는 언제 하실 건가요? 신혼 생활에 너무 푹 빠져 계시는 듯하옵니다. 빨리 날짜 잡으세요.

 

요즘 남과 북을 왕래하는 것이 별로 대단한 일로 여겨지지 않을 만큼 세상이 변했는데, 그래도 쉽게 가족들을 만날 수 없는 형의 어려움과 아픔이 어떨까 생각해보면서, 모두가 아무런 제약과 조건 없이 하나가 되는 그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기도하겠습니다. 형,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2005. 8. 31  영재 올림 

김영재(89.국문) 동문은 현재 (주)대홍기획에서 광고기획2팀 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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