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한국DMB 대표 정훈(70.신방) 동문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5-06-29 12:11 조회16,897회 댓글0건관련링크
본문
“한국 DMB 기술 우수성 세계에 알릴터”
화제의 인물-한국 DMB 대표 정훈(70·신방) 동문
여유있는 웃음과 아무 것도 바르지 않은 희끗희끗한 머리칼. 형식에 얽매이지 않을 것 같은 자유로움과 당당한 자신감이 물씬 풍긴다. 한 기업의 CEO이기에 앞서 장인정신으로 무장한 예술가에 가까운 첫인상이었다.
한국DMB 대표 정훈(70·신방) 동문. 해직 언론인, 다큐멘터리 PD에서 지상파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사업자로 변신한 그의 행보가 눈길을 끈다. 공정 방송을 부르짖으며 폭압적 정권에 맞섰고, 국내 최초 장애인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던 그가 이제 뉴미디어 산업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했다.
정훈 동문이 이끄는 한국DMB가 3월28일 치열한 경합을 뚫고 6대 지상파 DMB 사업자 중 하나로 선정됐다. 한국DMB 외에 6대 지상파 DMB사업자로 선정된 곳은 방송3사인 MBC, KBS, SBS와 비지상파사업군인 YTN, KMMB. 이들은 오는 7월 첫 시험방송을 앞두고 있다. 지상파 DMB는 세계 최초로 상용화되는 기술인만큼 사업자들이 거는 기대가 크다. 특히 후발 주자로 업계에 뛰어든 한국 DMB의 각오는 남다르다.
“이미 송신망과 상당한 컨텐츠를 보유한 기존 방송국에 비해 한국 DMB의 입지가 불리해 보일지 모릅니다. 그러나 DMB서비스의 주된 특성이 쌍방향성임을 고려할 때, 이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업체들이 주요 주주로 참가한 한국 DMB만큼 안성맞춤의 사업자도 없어요. 한국 DMB는 주요 주주인 CBS와 농수산홈쇼핑을 통해 방송시설을 구축하고, 모바일 시스템은 온세통신의 인프라를 활용할 예정입니다. 1대 주주인 옴니텔(대표 김경선)은 국내 최초 모바일 방송을 시도한 경험도 있고요. 지상파방송사, 솔루션, 네트워크, 휴대전화 단말기 제조업체 등 DMB와 관련한 34개 핵심사업체들의 컨소시엄으로서 ‘가장 DMB다운 DMB’를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걸어다니며 보는 TV’의 꿈을 실현한 DMB 서비스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는 위성 DMB와 지상파 DMB의 경쟁이다. 위성 DMB의 단독 사업자인 TU미디어는 5월1일 첫 방송을 시작했고, 6개 지상파 DMB 사업자들은 시험방송을 거쳐 12월1일 첫 전파를 발사한다. 위성 DMB와 비교할 때 지상파 DMB의 장점은 무엇일까.
“시청료가 무료라는 것이 지상파 DMB의 가장 큰 장점이지요. 현재 위성 DMB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매달 1만3000원의 이용료를 냅니다. 물론 위성 DMB는 권역이 넓고 채널이 많다는 강점이 있지요. 반면 지상파 DMB는 보다 많은 시청자들에게 원하는 프로그램을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할 수 있어요. 가격경쟁력으로 생존 경쟁에서 앞서 나가야겠지요.”
시청료를 받지 않는 지상파 DMB 사업자가 수익을 창출하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광고 유치다. 결국 프로그램의 수익성과 오락성을 우선 조건으로 고려해야 할 실정이다. 20여년 간 교양 다큐멘터리 제작 PD로 잔뼈가 굵어온 정 동문의 성향과 업계 현실이 대립하는 것은 아닐까. 이러한 의문에 정 동문은 자신에 찬 답변을 내놓는다.
“저는 10년 동안 케이블 TV 프로그램 공급자(PP)로 활동하며, 광고 유치나 수신료 협상 작업을 해왔어요. 지상파에만 몸담았다면 쉽게 경험해 볼 수 없는 일들이죠. 오랜 기간 ‘내핍 경영’을 체화하면서, 수익 우선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실전을 경험한 셈이죠. 그렇다고 사람들의 눈을 끌기 위한 선정적 편성은 반대합니다. 공익성과 수익성이란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죠. 시청자들이 적은 비용의 투입으로 최대한의 이익을 얻는 방송을 만들 겁니다.”
“시청료 없이 걸어다니며 보는 TV… 공익성·수익성 두 마리 토끼 잡겠다”
국내 최초로 장애인 다큐프로 등 제작… 해직언론인으로 끝없는 도전의 길
한국DMB는 한 개의 TV 채널, CBS의 정보채널과 음악채널 등 2개의 오디오 채널, 다양한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서비스 할 데이터방송 한 개 채널을 통해 시청자들이 새로운 형태의 개인형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비지상파 사업자인 한국DMB는 지상파 방송과의 차별화를 위해 어떤 콘텐츠를 선보이게 될까.
“지상파 방송처럼 대형 프로그램을 많이 제공할 수 없다는 것이 저희의 가장 큰 어려움이죠. 사업 첫해에는 자체 제작비율을 30%로 하고, 점차 그 비율을 확대하며 그 한계를 극복해갈 생각입니다. 지상파 DMB의 장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콘텐츠 구축이 저희의 가장 큰 화두입니다. VOD(주문형비디오) 서비스를 통해 지상파 DMB의 특징인 양방향성과 개인성을 적극 발휘해야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농촌총각 공개 프로포즈, 모바일 미아찾기 등 공익성과 쌍방향성이 가미된 시민참여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재난방송, 스포츠, 날씨,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분야의 정보를 제공하는 건 물론이고요.”
그는 농담 삼아 “제가 이렇듯 다양한 경험을 한 것은 결코 잘나서가 아니라 첫 직장에서 쫓겨났기 때문임을 글에 꼭 밝혀 달라”고 강조했다. 그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면 새로운 도전의 연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 동문은 1976년 동양방송(TBC) 다큐멘터리팀 PD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지만, 1980년 국가보위비상대책위가 주도한 언론통폐합 과정에서‘위험인물 리스트’에 올라 강제해직 당했다. 그러나 1982년 교육방송 PD로 다시 취업했고, 1984년부터 KBS TV 기획제작국P D로 활동했다. 이어 SBS에서 잠시 근무하다가 월드와이드넷 부사장을 거쳐 지난해에는 경인방송 방송본부장을 역임했다.
전임 직장인 경인방송은 노조와 1대 주주의 극심한 대립으로 방송사로서 재허가를 받지 못해 지난해 문을 닫았다. 경인방송이 사라지며 그는 또 한번 정든 직장과의 생이별을 경험한다. 그러나 경인방송과 과거부터 DMB 사업을 함께 구상해 온 옴니텔과의 인연으로 정 동문은 한국 DMB 대표로서 사업권을 획득하는데 앞장섰다. 지상파PD, 케이블TV PP등을 두루 섭렵한 그의 경험들이 지금 지상파 DMB 사업을 이끄는 밑거름이 됐다.
정 동문의‘서강 사랑’은 정평이 나 있다. 그는 1975년 서강 동문들과 함께 고(故) 프라이스 신부를 만나는 ‘화요일 가족모임(일명 화가모임)’을 만들었다. 화가모임에선 늘 가난한 사람들과 노동자 문제에 대한 토론이 끊이지 않았다. 온화한 웃음을 잃지 않고, 대쪽같은 신념으로 정의 구현을 설파한 프라이스 신부에 대한 정 동문의 존경과 애정은 절대적이다. 프라이스 신부는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삶을 기리는 작업들이 화가모임을 통해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다. 화가모임은 프라이스 신부의 동상을 건립하기 위한 기금 마련에 적극 참여한 것은 물론, ‘프라이스 신부 추모 문집’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정 동문의 가족은 유명한 ‘서강 패밀리’다. 네 명의 가족 중 세 명이 모두 서강 출신이다. 전북 정읍 출신인 정 동문이 대구 출신의 김해옥(70·영문) 동문을 아내로 맞이한 것은‘결혼으로 동서 화합을 이뤄야 한다’는 그의 별난 지론에서 시작됐다. 두 사람은 7년의 연애 끝에 결혼에 골인했고, 사랑의 결실로 1남1녀를 두었다. 정 동문 의 장남인 범진(98·경제)씨 역시 아버지의 권유로 자연스럽게 서강의 가족이 됐다. “딸만 성적이 안 돼 서강대 인근 Y대에 진학했다”고 말하는 정 동문의 모습에 왠지 모를 아쉬움이 묻어난다. 그는 “최근 모교의 이미지가 과거와 같지 않다”는 우려를 하며“서강이 재도약하려면 교수와 동문 선배들을 중심으로‘스타 플레이어’를 배출하는데 매진해야 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뉴미디어 산업의 선두주자로 변신한 정 동문에게 이제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국내 지상파 DMB 기술을 성공적으로 정착시켜 세계표준화를 이루는 것이다. 한국은 저렴한 비용과 거대한 인구를 앞세워 DMB기술의 세계표준화를 꿈꾸는 중국의 도전에 어떻게 맞서야 할까.
“엔지니어들의 말을 들어보면 한국의 DMB 방식이 중국의 그것에 비해 훨씬 능률적이라고 해요. 인프라 투자 대비 효율이 높으면 다른 나라도 결국 한국의 방식을 택할 겁니다. 지상파 DMB 서비스의 성공적 정착이 세계표준화와 직결되는 만큼 정부도 적극적으로 지원해줬으면 합니다.”
‘한국 DMB 기술의 효율성과 우수성을 입증함으로써 세계인들을 설득해야 한다’는 그의 단호한 의지에서 한국 DMB 산업의밝은 미래를 본다.
이남희(98·영문) 동아일보 월간 신동아 기자·본보 편집위원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