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년병이야기-홍헌영(96.국문) 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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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04-12-03 13:12 조회17,734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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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전히 꿈꾸고 있다...
작년 그러니까 대학 4학년때는 누구나 그러했겠지만 진로에 대한 걱정과 고민이 많았다. 어떤 직업에 나에게 가장 잘 어울릴 것인가, 나는 무슨 일을 해야 하는 것인가, 나아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다소 철학적인 질문까지 많은 고민과 생각 끝에, 난 삼성생명이라는 이 보험회사를 택했고 그 후 몇 달간의 시간이 흘렀다.
회사에서 나의 주 업무는 쉽게 말해서 지점 내 리스크 관리 및 지원 업무라 할 수 있다. 지점에서 발생할 수 있는 대 고객 보험 사고를 예방하는 것이 일차적인 업무이고, 그 외 지점유지에 관련된 비품지원 및 제반 업무 뭐 이런 일들을 한다. 이렇게 써 놓고 보면 뭔가 대단한 일을 하는 것 같지만 실상은, 차장님께 인사할 때는 안녕하십니까가 좋을지 안녕하세요가 좋을지, 팩스를 보낼 때 무슨 키를 눌러야 하는지, 공문을 작성할 때 양식을 어디에서 다운받아야 하는지, 복사 용지가 모자라면 어디 가서 구해와야 하는지, 심지어 쓰레기는 어디에 버려야 하는 지까지 가장 사소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서부터 나의 직장생활은 시작되어야 했다.
매일 이러한 크고 작은 문제들을 해결하며 직장생활을 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학생 때 생각했던 나의 미래와는 상당히 거리감 있는 모습일 수도 있다. 많은 사람이 그럴 것이다. 신문방송학을 복수전공한 나의 대학때 꿈은 방송국 PD, 음반 프로듀서, 언론인 등 약간은 전문적이고, 또한 영향력 있고, 또 어떤 면에서 꽤 멋있는 종류의 직업이었다. 뭔가 직업 자체로서 사회 한 면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일, 아무튼 그 때의 최대 화두는 무슨 일을 하느냐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때 생각했던 것처럼 거창한 일을 하고 있진 않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씩 무엇이 더 중요한 것인지 알 것 같다. 사실 이 땅의 모든 직업이 자본주의 논리 위에서 존재하기에, 가치와 신념보다는 이익에 근거하여 움직이고 있고, 그 속에 일부로 살아간다는 것은 그 이익활동에 동참한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일 자체에서 숭고한 의미를 발견하고 그 의미대로 살아간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일 자체가 아니라 내가 어떤 태도로 삶을 살아가야 하는가 하는 보다 본질적인 문제라 생각한다.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같이 있는 직장 동료와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가, 월급을 모으긴 하는데 어떤 목적을 가지고 모으는가, 최소한 내가 결정할 수 있는 일들에 있어 나는 어떠한 원칙을 가지고 있는가, 나의 이익을 위해서 남을 해하려 하지는 않는가, 때로 불합리한 경우가 있을 때 최소한 그것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반성이 있는가와 같은 즉, 말하자면 일과 삶에 대한 태도와 정신의 문제 말이다.
졸업을 하고 직장생활 하다보면 현실과 타협하게 된다고 한다. 지금 나의 직업도 대학 때 꿈꾸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세상을 진실하게, 그리고 다른 이를 돌아보며 살고자 하는 태도만 유지한다면 사람은 어떠한 직업의 껍질을 쓰고 있던지 여전히 꿈꾸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현실과의 타협이 아니라, 꿈이 비로소 현실화 되어가고 있는 것이라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한 해의 사회생활을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나의 거품이 빠지는 과정이었다고 하겠다. 다소 이상주의자였던 나는, 현실에 두 발을 딛고 산다는 것, 지금의 내 아내와 장래의 아이를 먹여 살려야 하는 우리들의 아버지들이 갔던 그 길이 어떤 것인지 조금은 배우게 되었다. 내일 아침에도 짧은 기도와 함께 출근을 해야겠다.
“오늘 하루도 진실하고 의롭게 살게 하시고, 만나는 사람들을 사랑할 용기를 주세요.. 아멘...”
홍헌영(96·국문) 삼성생명보험 서대문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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