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온 편지-알제리인들 가난하지만 마음 넉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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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04-10-26 10:10 조회21,131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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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종교학과 85학번의 그리스도 교육 수녀회 소속 김준희 수녀입니다. 서강옛집을 이곳 북아프리카 알제리까지 보내 주셔서 얼마나 감사하고 기쁜지요! 7월 25일자 서강 옛집을 받아 읽으면서 이곳에서의 1년 간의 저의 짧은 체험을 함께 나누어야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수녀원에서의 권유와 저의 희망에 따라 문화가 다른 곳에서 국제공동체의 삶을 경험하고자 안식년을 이용해 알제리의 수도 Alger에 작년 9월 5일 도착했습니다. 이곳 공동체는 프랑스 수녀 1명, 벨기에 1명, 콩고 흑인 수녀 2명 그리고 저 총 5명입니다. 알제리 가톨릭교회의 신자 수는 아주 적습니다. 특히 알제리 사람 신자 수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고, 신자들은 다른 사람들은 물론 친척 심지어는 가족에게까지 자신이 신자라는 사실을 비밀로 합니다. 왜냐하면 이슬람사회 안에서 불이익을 당하고, 가족들 사이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곳 사제와 수도자들은 주로 도서관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1976년 국유화 조치로 종교 단체에서 운영하던 학교들을 국가가 가져갔고 이슬람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길을 도서관을 운영하면서 찾은 것 같습니다. 이곳 수도자는 모두 사복을 하고 있고 십자가 등 그리스도교를 표시하는 일체의 어떤 것도 착용하지 않습니다. 언제 어디서 생명의 위협을 당할지 몰라서입니다. 그래도 가톨릭교회는 아주 가족적이고 활발하며 영적인 나눔을 많이 합니다.
이곳의 첫 인상은 덥고 지저분하여 “아휴 이곳에서 어떻게 살지?”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날씨는 7-9월까지 35℃-40℃를 오르내리고, 비는 한 방울도 안 오고, 사하라 사막에서 황토 먼지 바람은 불어오고, 물은 반나절 혹은 하루, 이틀 건너 한번씩 반나절만 나오고.... 처음에는 적응하는데 어려웠지만, 지금은 어느새 적응이 되어 깨끗하게 보이고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모든 곳에 물을 받아 놓고, 세탁기를 사용한 물도 버리지 않고 화장실 등에 재사용하며 설거지도 한꺼번에 모아서 꼭 필요한 물 양만 받아서 사용하는 등 늘 물을 사용하는데 유의해야만 합니다. 한국에서 내가 필요할 때 불편없이 언제나 물을 사용했던 터라 그지없이 불편했습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한국사람은 참으로 물낭비가 심함을 느낍니다.
알제리의 경제수준은 우리나라 70년대 수준쯤 되는 것 같습니다. 아프리카에서는 잘 사는 나라축에 속하여 이곳에는 다른 나라에서 온 아프리카 유학생들이 많습니다. 석유.가스 등 지하자원은 풍부한데 이곳도 역시 아프리카라 사람들은 한없이 느리고 시간관념도 없고 일을 잘 할 줄도, 일을 하는데 잘 조직할 줄도 모르고, 일하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이곳은 이슬람 국가라 하루에 6번 정도 기도를 하니 언제 일을 하겠습니까? 한번은 프랑스에 회의가 있어(비행기로 2시간 거리)프랑스에 갈려고 공항에 갔는데, 비행기가 5시간을 연착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공항 측에서는 왜 비행기가 늦는지, 얼마나 늦게 되는 건지 안내 방송 한마디가 없었는데도 승객들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불평한마디 없이 묵묵히 기다리고 있는 모습에 저는 무척 놀랐습니다. 우리 한국 사람 같으면 벌써 몇 번이나 난리가 났을텐데요!
이곳 일반 서민들은 가난하고 느리지만 참으로 넉넉하고 자비롭습니다. 시간이 뭐 그리 중요하다구요! 길거리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즉시 도와 주러 갑니다. 길에는 70-80년대 번호를 단 자동차가 많아 운행중인 자동차가 고장이 잦습니다. 고장난 차를 보면 뒤따라가던 자동차 운전사들과 길 가던 사람들이 즉시 모여와 고장난 차를 안전한 곳으로 치워줍니다. 한번은 시내에 볼일을 보고 걸어서 집으로 가는데 길을 잘 몰라 길가는 사람에게 물었더니 한참을 걸어가야 된다고 하면서 돈이 없어 걸어가느냐며 즉시 지갑을 꺼내어 돈을 주려고 했습니다. 참으로 사람 사는 맛을 느끼게 하는 곳입니다.
이곳은 불편함, 부족함 투성이고 몸으로 살아가야 하지만 사람들은 그 가난함 속에서도 가진 것을 잘 나누고 행복해 할 줄 아는 순박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한국처럼 생활리듬이 빠르고 경제가 많이 발전되었다고 해서 “사람들도 그만큼 여유있고 행복한가? 되짚어 보게 됩니다. 오히려 빠른 속도의 생활리듬이 사람들의 여유를 빼앗고 행복을 느낄 수 없도록 만들지 않는가 싶습니다. 한국과는 완전히 다른 이슬람 문화권에 살면서 한국사람들과 저의 생활모습을 되짚어 보면서 저의 생활을 정리한 은총의 1년이 지났습니다. 그리고 가난함과 느림이 오히려 인간다운 삶을 살게 하고 사람간의 벽을 허물게 하는 은총임을 느끼며 감사한답니다. 서강옛집을 이곳 멀리까지 보내 주심에 깊이 감사드리며 한국사회를 비추는 서강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Alger에서 김준희 수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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