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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위원레터-'자신만의 이야기' 담은 책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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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04-10-25 17:10 조회16,80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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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겨울의 길목이다. 여름의 끝자락에서 선선함을 맛볼 때쯤이면 겨울의 스산함이 얼굴을 드민다. 가을과 겨울 그 사이에는 여러 가지 생각들이 겹친다. 올 한 해 무엇을 하며 살았나, 되새겨지기도 하고 새로운 봄에 또 무엇을 품을 것인가, 그려보기도 한다. 가을은 기억과 꿈이 교차하는 계절이기도 하다. 난 이런 가을이면 늘 독자가, 아니 저자가 되는 상상을 한다.

 

책을 만드는 사람들은 더욱 많은 이들이 더 많은 책을 읽기를 늘 희망한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그런데, 어느 가을을 접하면서부터인가 난 세상에 독자들보다 저자들이 많았으면 하는 희망을 품기 시작했다. 책은 매일 쏟아지는 뉴스와 달리 한 사람의 오랜 공력이 담긴 서사와 메시지를 담고 있는 미디어다. 그런 점에서 오늘날 책은 읽는 이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마법 상자와 같다. 따라서 책을 그냥 읽어대기만 하지 않고 자신의 눈과 상상력으로 읽었다면, 어느 시점에서인가 이런 생각을 자연스레 품게 된다. 이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덮고 내 이야기를 쓰고 싶다. 

 

삶의 어느 순간에 자신의 생을 돌아보고 다가올 생을 새롭게 맞이하고 싶다는 기운이 감돌 때가 있다. 그럴 때는 독자가 아니라 저자가 되어 보라. 수려한 문체로 독자를 사로잡는 베스트셀러 작가만이 저자는 아니다. 멋진 표지와 뛰어난 편집과 장정으로 서점에 진열되어 팔리기를 기다리는 책만이 책은 아니다. 주제와 형식은 어느 것이어도 좋다. 틈틈이 써두었던 일기와 편지를 모아 자신의 생각대로 엮고 새로운 글들을 덧붙여도 좋다. 일주일에 한 편씩 자신의 삶에서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장문의 편지를 이메일로 보내고 이를 엮어도 좋다. 

 

손수 제목을 짓고 목차를 짜고 한글로 편집해서 프린트하고 동네 문구점에서 제본을 해서 열 권, 스무 권의 책을 만들어 가까운 이들에게 나누어주어도 좋다. 내가 만일 대학의 총장이라면 졸업하는 모든 4학년생들에게 한 한기 동안 자기만의 저서를 만드는 과목을 필수 과목으로 개설할 것이다. 

 

내가 만일 대기업의 회장이라면 입사한 지 만 10년이 되는 사원들에게 1년 동안 자신의 일과 삶을 주제로 책을 쓰도록 지원해줄 것이다. 저자 체험이란 인생과 세상을 자신의 눈과 공력으로 풀어내는 잔잔한 내면의 혁명과도 같은 매력을 지닌다. 가을이다. 100만 명의 독자가 환호하는 베스트셀러의 탄생만이 아니라 100만의 저자들이 자기들만의 이야기를 펼쳐 보이는 풍성한 가을을 상상해본다.

 

김학원(81·국문) 휴머니스트 대표·본보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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