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 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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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04-09-24 10:09 조회15,367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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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형! 그저께 베이징을 거쳐 난징에 들어왔습니다. 이제 중국의 저력은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서서이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9월초에 참관했던 베이징 도서전은 일단 외형상만으로는 마치 탈아입구(脫亞入歐)를 한 형국입니다. 황허와 양쯔강의 도도한 탁류는 이제 중국 전역을 감싸고 있습니다. 천년고도 난징 조차도 초고층 빌딩들이 하늘을 찌를 듯, 스카이 라인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한 친지의 박사학위 취득을 축하하려 찾은 102년 전통의 남경사범대 역시 실용의 물꼬가 온 캠퍼스를 덮고 있습니다. 올해는 덩 샤오핑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인지라 그가 남순강화(南巡講話) 때 주창한 흑묘백묘(黑猫白猫)론이 다시 조명을 받으며 효율의 가치가 전 중국을 휩싸고 있습니다. 지금 중국 사람들은 참 자신감에 넘쳐 있습니다. 얼마전 아테네 올림픽에서 사상 처음으로 세계 2위라는 괄목할 만한 성적을 얻어서인지, 2008 베이징 올림픽을 목전에 두고 있어서인지 욱일승천하는 분위기가 이곳 난징에도 깔려 있습니다. 여흥 자리 뒤끝에서는 마치 군가 같은 노래가 목청껏 불려지곤 한답니다. 지금 한창 한중간에 마찰음을 내고 있는 동북공정(東北工程) 역시 이런 연장 선상에서 불거져 나온 것이라 여겨집니다. 이제 자만심은 이사람들의 유전형질 속에 갖고 있던 중화(中華)를 부추기고 있습니다. 세상의 질서와 기운은 천안문 광장과 인민대회당으로 몰린다고 믿고 있는 것입니다. 북경도서전 개막 리셉션을 인민대회당에서 한 것만 보아도 이 사람들의 의중을 쉽게 가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걸음 더 나아가 이곳 난징에서는 과거도 끌어안고, 세계사도 품으려는 포용력까지 감지되기도 합니다. 이곳 난징은 장제스 국민당 정부의 뿌리이기도 했습니다. 불과 얼마전 까지만 해도 타이완이나 장제스, 송미령은 입에도 오르내리기 힘들 정도로 금기시 됐었습니다.
K형, 그러나 이제는 사뭇 달라졌습니다. 대만은 차이니스 타이베이라는 호칭으로 중국의 변방으로 기정사실화되었고 장제스 역시 일제 침략으로부터 난징을 지키기 위해 사력을 다한 국공합작의 한 지도자로 새롭게 평가되기도 합니다. 대단한 아량입니다. 어제 오후 찾은 중산 공원 초입의 송미령 생가는 말끔하게 보존되어 외국 관광객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어제 저녁에는 주은라이가 자주 찾았다는 남경사범대 구내의 만찬장에서 남경사범대 총장과 학교 관계자가 베푼 저녁식사를 하기도 했습니다. 수학을 전공한 왕소석 총장의 거침 없는 국가관, 경제관은 지금 중국 지도부가 지향하고 있는 현실인식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서는 문화혁명기의 과오와 허물도 상당히 포용되고 있었습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우리에게는 중국에 대한 편견이 있었습니다. 사회주의 정체성을 유지한 채 자유자본주의의 단꿀을 빨다가 연안과 내륙의 빈부격차에 의한 동요와 마찰로 한번 제동이 걸리며 주춤할 것이라는 생각 등…
K형, 그러나 중국은 대단히 순항중입니다. 어쨌든 공산주의 정체를 중화인민공화국의 최우선의 이념과 가치로 명시하고 있는 나라인데 이런 다이내미즘과 다이버시티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 신기하게만 느껴집니다. 지난 여름 세느강변 시테섬이나 라인강변 로렐라이를 점령한 왁자지껄한 중국 사람들이 떠오릅니다. 유럽 사람들의 눈에 서서이 황화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를 의식했는지 지금 이들은 서방에 완화의 제스처를 보내는 화평굴기(和平漫起)론을 각종 모임에서 내세웁니다. K형, 우리는 이제라도 중국의 실체에 접근하고 중국인들의 심성을 정확히 파악하는 일에 더욱 신경을 써야할 것 같군요. 사실 우리가 나온 서강대 조차도 근년에 와서야 중국학이 개설되었으니까요. 때늦은 감은 있지만 동아시아학에 남다는 강점을 갖고 있는 서강대이기에 실용적 중국 탐구 분야에서도 본격 궤도에 진입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K형, 돈오돈수처럼 찾아온 중국의 급성장〔漫起〕은 정말 대단한 기세입니다. 그러나 제대로 알면 잘 대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서강대에도 중국학 붐이 활발히 전개되기를 고대해 봅니다.
9월 초순 중국 남경 남경사범대에서
송영만 올림
K형! 그저께 베이징을 거쳐 난징에 들어왔습니다. 이제 중국의 저력은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서서이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9월초에 참관했던 베이징 도서전은 일단 외형상만으로는 마치 탈아입구(脫亞入歐)를 한 형국입니다. 황허와 양쯔강의 도도한 탁류는 이제 중국 전역을 감싸고 있습니다. 천년고도 난징 조차도 초고층 빌딩들이 하늘을 찌를 듯, 스카이 라인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한 친지의 박사학위 취득을 축하하려 찾은 102년 전통의 남경사범대 역시 실용의 물꼬가 온 캠퍼스를 덮고 있습니다. 올해는 덩 샤오핑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인지라 그가 남순강화(南巡講話) 때 주창한 흑묘백묘(黑猫白猫)론이 다시 조명을 받으며 효율의 가치가 전 중국을 휩싸고 있습니다. 지금 중국 사람들은 참 자신감에 넘쳐 있습니다. 얼마전 아테네 올림픽에서 사상 처음으로 세계 2위라는 괄목할 만한 성적을 얻어서인지, 2008 베이징 올림픽을 목전에 두고 있어서인지 욱일승천하는 분위기가 이곳 난징에도 깔려 있습니다. 여흥 자리 뒤끝에서는 마치 군가 같은 노래가 목청껏 불려지곤 한답니다. 지금 한창 한중간에 마찰음을 내고 있는 동북공정(東北工程) 역시 이런 연장 선상에서 불거져 나온 것이라 여겨집니다. 이제 자만심은 이사람들의 유전형질 속에 갖고 있던 중화(中華)를 부추기고 있습니다. 세상의 질서와 기운은 천안문 광장과 인민대회당으로 몰린다고 믿고 있는 것입니다. 북경도서전 개막 리셉션을 인민대회당에서 한 것만 보아도 이 사람들의 의중을 쉽게 가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걸음 더 나아가 이곳 난징에서는 과거도 끌어안고, 세계사도 품으려는 포용력까지 감지되기도 합니다. 이곳 난징은 장제스 국민당 정부의 뿌리이기도 했습니다. 불과 얼마전 까지만 해도 타이완이나 장제스, 송미령은 입에도 오르내리기 힘들 정도로 금기시 됐었습니다.
K형, 그러나 이제는 사뭇 달라졌습니다. 대만은 차이니스 타이베이라는 호칭으로 중국의 변방으로 기정사실화되었고 장제스 역시 일제 침략으로부터 난징을 지키기 위해 사력을 다한 국공합작의 한 지도자로 새롭게 평가되기도 합니다. 대단한 아량입니다. 어제 오후 찾은 중산 공원 초입의 송미령 생가는 말끔하게 보존되어 외국 관광객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어제 저녁에는 주은라이가 자주 찾았다는 남경사범대 구내의 만찬장에서 남경사범대 총장과 학교 관계자가 베푼 저녁식사를 하기도 했습니다. 수학을 전공한 왕소석 총장의 거침 없는 국가관, 경제관은 지금 중국 지도부가 지향하고 있는 현실인식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서는 문화혁명기의 과오와 허물도 상당히 포용되고 있었습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우리에게는 중국에 대한 편견이 있었습니다. 사회주의 정체성을 유지한 채 자유자본주의의 단꿀을 빨다가 연안과 내륙의 빈부격차에 의한 동요와 마찰로 한번 제동이 걸리며 주춤할 것이라는 생각 등…
K형, 그러나 중국은 대단히 순항중입니다. 어쨌든 공산주의 정체를 중화인민공화국의 최우선의 이념과 가치로 명시하고 있는 나라인데 이런 다이내미즘과 다이버시티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 신기하게만 느껴집니다. 지난 여름 세느강변 시테섬이나 라인강변 로렐라이를 점령한 왁자지껄한 중국 사람들이 떠오릅니다. 유럽 사람들의 눈에 서서이 황화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를 의식했는지 지금 이들은 서방에 완화의 제스처를 보내는 화평굴기(和平漫起)론을 각종 모임에서 내세웁니다. K형, 우리는 이제라도 중국의 실체에 접근하고 중국인들의 심성을 정확히 파악하는 일에 더욱 신경을 써야할 것 같군요. 사실 우리가 나온 서강대 조차도 근년에 와서야 중국학이 개설되었으니까요. 때늦은 감은 있지만 동아시아학에 남다는 강점을 갖고 있는 서강대이기에 실용적 중국 탐구 분야에서도 본격 궤도에 진입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K형, 돈오돈수처럼 찾아온 중국의 급성장〔漫起〕은 정말 대단한 기세입니다. 그러나 제대로 알면 잘 대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서강대에도 중국학 붐이 활발히 전개되기를 고대해 봅니다.
9월 초순 중국 남경 남경사범대에서
송영만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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