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편지>-사람이 지켜야 할 信義 참모습에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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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04-08-11 14:08 조회13,467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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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훈 선배님(70.신방)께
선배님 안녕하세요, 새해 인사드리면서 곧 찾아뵙는다고 말씀 드렸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학기가 지났습니다. 그러다 보니 선배님께서 경인 방송국으로 일터를 옮기신 것도 최근에야 알았습니다.
집사람이 이끌어가던 미래 영상연구소에서 젊은이들의 올바른 영상 문화의 길잡이를 할 영상제를 열겠다고 했을 때가 1998년이었지요. 온 나라가 한참 IMF의 엄혹한 시련기에 있을 때인 당시 사정을 이해는 할 수 있지만 어쨌든 후원을 철석같이 약속했던 재벌급 후원자들이 약속을 지킬 수 없다고 물러섰을 때 정신적으로 우리에게 가장 큰 힘이 되어주셨다는 것을 알고 계신지요.
사실 총동문회 임원으로 선배님을 뵈었을 때만 해도 그냥 어렴풋이 좋은 일 많이 하시고 의리 있는 분이라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지요. 하지만 방송국 최고 경영자로 계시면서 정말 그야말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신 중에도 총동문회 부회장으로 모교를 위해 솔선수범 나서서 헌신하시는 모습은 제가 살아가면서 삶의 전범으로 삼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으셨습니다.
모교의 중요한 행사가 있을 때마다 현란한 말솜씨를 유감 없이 발휘하시며 각종 모임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주셨고 동문회관 교내 유치와 건립을 위해 다른 선배분들과 함께 틈틈이 시간을 내시어서 결국 성공적으로 지금의 동문회관이 들어서는데 초석의 역할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제가 영상제 일로 들를 때마다 관련된 담당 직원들을 소집하셔서 직접 회의를 주재해 주시는 후배에 대한 개인적인 배려도 아낌없이 해 주셨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시각 장애인들을 위해 직접 고안 제작하신 세계 최대규모의 점자 지도를 국제적인 방송인에 뽑혀 받은 부상을 쾌척하여 무료로 나누어주신 일에 이르러서는 뭐라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을 느끼면서 작은 거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큰바위 얼굴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화요일 저녁마다 빠지지 않고 프라이스신부님과 함께 하는 모임을 끌어가고 계시는 선배님을 보면서 인간이 지켜야 할 신의의 참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사실 엄혹한 군부 독재시절 요주의 인물로 꼽히던 프라이스 신부님이시기에 그분을 가까이 하던 많은 사람들이 본의는 아니라 하더라도 신부님을 멀리 하는 것을 보아왔습니다. 그럼에도 선배님은 일찍 돌아가신 아버님 이후의 정신적인 아버님으로 모셔왔다며 지금까지 깍듯이 신부님을 섬겨오셨습니다. 이런 선배님을 보게 되면서 처음 선배님에 관해 회자되던 말들이 과장된 것이 아니란 것을 알게 되면서 한편 후배로서도 정말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
과연 내가 이 사회와 모교를 위해서 무엇을 얼마만큼 했는가? 대학 강단에 20년을 서온 저로서도 은사님들에게 나는 과연 어떻게 했는가? 선배님을 생각하다보면 그저 민망한 생각만 들 따름입니다. 선배님 덕분에 영상제를 우리나라는 물론 북경에서까지 작년으로 3회까지 성공적으로 치르게 되고 금년서부터는 컨셉을 바꿔 영상전시를 주제로 행사를 진행할까합니다. 아 그리고 이번 7월 23일부터 한 달간 인사동 가나 아트센터에서 “10년 후”를 주제로 집사람과 함께 테크노 설치전을 준비중에 있습니다. 선배님께 곧 초청 장 보내드리겠사오니 부디 오셔서 좋은 쓴 말씀 많이 해주시길 기다리겠습니다. 곧 뵈올 때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진영준 동문은 대학강단에서 강의를 하는 한편, 정근원(71․신방) 동문과 함께 젊은이들에게 올바른 영상문화를 안내하고자 미래영상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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