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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년간 영문과 재직 이태동 교수 정년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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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04-04-28 19:04 조회19,05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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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가까이 하면 늘 깨어 있는 삶 누려"

 

32년간 모교 영문과에 재직한 이태동 교수가 지난 2월 정년을 맞았다. 그간 영문학자이자 문학평론가로서 학계와 문단에서 다채로운 활동을 보여준 이태동 교수는 정년 이후 새로 맞은 봄을 여전히 강의와 글쓰기로 이어가고 있다. 명예교수로서 학부 강의 1과목을 담당하는 이 교수는 “힘이 닿는 한 계속해서 학생들을 만나고 싶다”고 말한다. 

 

다수의 번역서를 통해 영문학 발전에 이바지해 온 이태동 교수는 한국문학에도 많은 기여를 했다. 그동안 <부조리와 인간의식> <한국문학의 현실과 이상> <현실과문학적 상상력> 등의 평론집을 출판했다. 이 교수는 왕성한 글쓰기 작업을 하며 수필집과 신문칼럼집 등을 펴내기도 했다. 최근에는 그간의 산문을 모아 <마음의섬>이라는 제목으로 책을 엮어 냈다. 산문집에서 “반세기가 훨씬 넘는 긴 시간 동안 앞만 보고 살아야 한다는 굳건한 신념하나를 가지고 맨발로 땀 흘리며 지금까지 달려왔다”고 고백한 이태동 교수는“삶의 자국인 동시에 사금(砂金)과도 같은 의식의 잔무늬들”이라 이름붙인 글들 사이사이에, 교정에서 마주치곤 하던 소년같이 해맑은 미소를 가득 담아 놓았다. 

 

- 서강에서 정년을 맞으신 소회가 남다르실 텐데요. 

“노스캐롤라이나대학에 유학하던 시절, 서강대 총장이던 데일리 신부와의 만남이 인연이 되어 서강에 오게 됐습니다. 1972년, 서른세 살의 나이로 서강에 부임한 것은 하나의 축복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훌륭한 분들이 많이 계셨지요. 기라성 같은 교수들 사이에서 숨도 제대로 못 쉴 정도 였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그분들의 위치에 이를 수 있었느냐고 자문하게 되는데, 나름대로는 열심히 했다고 자부합니다.” 

 

- 뜻 깊은 인연도 많지 않았습니까? 

“지금 모교에 재직하는 김승희, 장영희 교수와는 학생 시절부터 친하게 지냈습니다. 이어령 선생이 주도한 <문학사상>에 ‘서정주론’이라는 글을 실어 평론계에 데뷔했는데, 그때 제 원고를 전달한 사람이 바로 김승희 교수였어요.” 

 

- 영문학자이면서 한국문학 평론에도 많은 업적을 남기셨습니다. 

“저는 외국문학이 한국문학에 기여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학자가되지 않았다면 창작의 길을 걸었을 지도 모릅니다. 저와 같은 세대에 영문학이나 불문학을 전공하면서 창작과 평론 활동을 해온 분들이 많은데, 한국문학의 토대를 일구는 데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고 자부합니다.” 

 

- 학생들과의 만남은 어땠습니까? 

“제 강의에는 늘 학생이 많은 편이었습니다. 이번학기에도 100여 명이 듣고 있어요. 저는 영어라는 언어보다도 문학이 무엇인가에 대해 느낌을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또한 인문학의 중요성에 대해 학생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 문학이란 무엇입니까? 

“문학은 인문주의의 핵심입니다. 문학은 사람에 대한 연구이지요. 어떻게 사는것이 도덕성을 갖고 사는 것인가, 다시말해서 삶의 질서가 무엇인가에 대해 문학은 말합니다. 문학을가까이 하게 되면 늘 깨어있는 삶을 살게 될 것입니다. 문학이 가져다주는 즐거움은 곧 마음을 열어주는 즐거움입니다.” 

 

- 정년 이후의 계획을 밝혀주십시오. 

“상반기 중에 그동안의 소설 비평 작업을 한데 모아 단행본으로 출간할 예정입니다. ‘나목의 꿈’이라는 제목으로 민음사에서 나올 텐데, 이상으로부터 최현무, 신경숙에 이르는 한국 현대 소설에 대한 비평적 에세이가 될 것입니다. 내년에는 후속작으로 시 비평 작업을 한 데 정리해낼 계획입니다. 그리고 이번에 <마음의 섬>이라는 수필집을 냈는데, 앞으로 수필집을 하나 더 써보고자 합니다.” 

 

- 서강에서의 강의는 계속 되겠지요? 

“힘이 닿는 한, 학생들이 있는 한 계속해서 학생들을 만나고 싶습니다. 젊을 때 의식을 깨우쳐주고 문학 교육을 제대로해 주고 싶습니다.” 

 

 *이태동 교수 약력 


• 1939년 경북 청도 출생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과 학사 

          노스캐롤라이나대학영문과 석사 

          서울대학교 영문과 박사 

• 1972년 서강대학교 영문과 교수

           서강대학교 출판부장, 문과대학장 

• 1978 - 79년 하버드대학 옌칭연구소 초빙연구원 

• 1989 - 90년 스탠퍼드 및 듀크 대학교 풀브라이트 교환교수 

• 2004년 서강대학교 정년퇴임 

          현재 명예교수 

 

이태동 교수는 1976년 <문학사상>에 평론으로 등단했다. 평론집에 <부조리와 인간의식> <한국문학의 현실과 이상> <현실과문학적 상상력> 등이 있고, 이상, 황순원,김동리, 최인훈, 박완서, 이문열등 여러 작가에 대한 작가론을 발표했다. 수필집에 <살아있는 날의 축복> <마음의 섬>이 있고, 칼럼집으로 <어디 믿을만한 말 없습니까?>를 펴냈다. 영문학자로서도 다수의 번역서를 출간했다. 

 

장영권(91·사학, 본지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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