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한의대 교수 박석준(78·경제) 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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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04-04-28 19:04 조회18,730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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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보감‘1 0년 완역’하며 한의학이론 정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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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준( 7 8·경제) 동문은 서강 출신 한의사다. 물론 서강에 한의학 관련 학과나 교과목은 없었고, 지금도 없다. 서강동문 가운데 한의사가 된 이들은 모두 졸업 후 다른 대학 한의과 대학을 다시 다닌 경우다. 그렇지만, 박석준 동문은 서강이 배출한 한의사다. 서강에서 갖게된 문제의식이 한의사 생활에 이어진다는 점에서 그렇다.
“8 0년대에 운동을 하다가 환경운동이나 한의학 쪽으로 가는 경우가 꽤 있었습니다. 그런데 염려스러운 것은 과거에는 사회·정치에만 전념하다가, 이제는 자연만을 이야기하곤 한다는 것입니다. 진짜 의학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어떤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가 하는 고민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저는한의학을 공부하면서 생산력위주의 근대 사회를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찾고 있습니다.”
박 동문은 모교 재학시절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은 경제학도였다. 동아리 탈반활동에 푹 빠져 있었고, 자연히 학생운동에도 깊이 관여했다. 졸업 후에는 유학을 가 경제사를 전공할 계획이었다. 그러던 박 동문이 다시 한의학도의 길을 걷게 된 데에는 사연이 있었다.
“여러 가지 일을 맡다 보니 학교를 오래 다니게 됐습니다. 83년에 후기졸업을 했으니까‘장수생’이었죠. 전 둘째라서 제가 가고 싶은 길로 가면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한의대를 막 졸업한 형님이 갑자기 돌아가셨고, 제가 가업을 잇기로 한 겁니다.”
박 동문의 집안은 이름난 한의사 집안이다. 할아버지, 아버지에이어 박 동문이 3대째다. 특히아버지는 경희대 한의대 교수로 재직하며 대학병원 최초로 사상의학을 임상에 적용한 학계의 원로이다. 박 동문으로선 불가피한 선택이었지만, 이는진로 수정을 넘어 새로운 세계를 구상하는 계기가 됐다.
박 동문은 1년 반의 준비 끝에, 85년 대전대 한의과대학에 입학한다. 부친이 신당동에 있던 한의원을 정리해 유성으로 옮겼기 때문에 대전에 있는 학교를 선택하게 됐다. 한의학공부를 시작한 박 동문은 이제까지 배운 것과는 전혀 다른 학문을 접하며 새로운 세계관을 갖기 시작한다.
“대학 시절, 탈반활동을 하며 전통문화와 운동의 관점을 하나로 봤습니다. 탈춤의 세계관과 경제학이 상충된다고 보지도 않았지요. 전 나름대로
‘나의 경제학’을 공부했고, 그 학문의 운동성과 탈반의 운동성이 같다고 생각한 겁니다. 그런데, 한의학을 공부해보니 완전히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제까지 배운 것이 온통 근대 서구의 것이라는 깨달음을 갖게 된거죠.”
박 동문은 한의학의 세계관을 철학적으로 해석하기 위한 본격적인 노력에 착수한다. 학내에‘동양과학사상연구회’라는 학술동아리를 조직해서 동서양의 철학과 과학을 공부했다. 92년 한의대를 졸업할 때 서클은‘의철학연구소’라는 이름으로 계승됐고, 이어 1 9 9 5년‘동의과학연구소’로 발전해서 오늘에 이른다.
“한의학은 당시만 해도 변변한 교재도 없던 시절이었습니다. 한의학이뭔지 정립이 안 돼 있는 상태였어요. 학교를나와도 배운 걸 바로 써먹지 못하는 수준이었습니다. 졸업하고 나서 용하다는 선생님 쫓아다니며 다시 배우는 식이었지요. 연구소활동을 통해 이를 극복하고 한의학의 이론적 기초를 다져보고자 했던 겁니다.”
서초동 양재동일한의원 5층에 자리 잡고 있는 동의과학연구소에는한문, 중국어문헌을 포함한 2만여 권의 의학, 동양철학관계서적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한의사뿐만 아니라 양의사들과 동양철학, 자연과학을 전공하는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이 연구소를 구성한다. 임상과 관련한 내용은 박 동문과 부친의 진료 경험을 통해 검증해 낼 수 있었지만, 천문(天文)과같은 철학적 내용은 한의사가 감당하기에 벅찬부분이 많았다. 그러한 노력의 결과로 2002년 <동의보감> 내경편이 번역되어 나올 수 있었다. 역주 작업에 무려 1 0년을바친 결과였다. 쉽게쓰려고 애쓴 결과 한의사나 한의대생보다 일반인들이 더 책을많이 찾았다.
“내경편에는 단순한 의학서를 넘어서는 전근대 시대의 우주관과 인간관이 가득 들어 있습니다. 일반 청중들 앞에서 강의를 해보니 다들 재미있어 하더군요. 요즘 ‘느리게 살기’‘아침형 인간’같은명상서들이 많이 나오는데, 동의보감에 다 나오는 내용들입니다. 그 책들은 전근대 학문의 기본 정신에서 일면만을 부각시킨 결과들이지요. 핵심은동의보감의 철학을 서양 근대 학문의 체계가 아닌 전근대 학문의 세계관으로접근하는 데 있습니다.”
전근대의 세계관이 복원돼야 동의보감과 한의학의 내용을 살아 있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체계는 근대이후의 혼란스러운 세계를 극복할 수 있는 것으로 보였다. 박 동문은 그러한 세계관이 구현될 수 있는 환경까지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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