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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짓하며 에너지 얻는 이기진(80물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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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5-05-14 10:23 조회24,02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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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적인 연구를 위한 에너지원은 ‘딴짓’

이기진(80 물리) 동문은 모교 물리학과 교수입니다. 나아가 학계에서 꽤 유명한 물리학자 입니다. ‘마이크로파를 이용한 혈당 측정 방법’을 10년 째 연구중인 데 일종의 빛 치료 영역으로 이 분야에서 연구 성과가 독보적 입니다. 아직은 기초연구 단계이나 향후 응용 단계로 확장되면 인간 삶의 질을 대폭 높일 수 있는 원천 기술이 됩니다. 그런데도 이 동문을 처음 접하는 이들은 인기 가수 씨엘의 아버지이거나 그림 잘 그리는 괴짜로 맞닥뜨리기 십상입니다. 연구 성과가 아니라 들려오는 평판과 말랑말랑한 콘텐츠가 과학자를 알아가는 첫걸음이기 때문입니다. 마치 상대성 이론은 몰라도 부스스한 머리 모양과 바이올린을 켜는 이미지로 아인슈타인을 연상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제 직업은 물리학자입니다. 글 쓰고 그림 그리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무척 즐겁지만 어디까지나 과학자로서 연구가 우선이죠. ‘딴짓’하는 취미생활이 부각되어 있지만 무엇보다 연구가 제일 재미있어요. 원고 청탁에 응하는 것을 비롯한 다른 활동은 모두 연구하느라 소진된 에너지를 다시 메우는 데 쓰는 연료인 셈이죠.”

동문회보 ‘서강옛집’에도 여러 차례 그림과 에세이를 연재했던 이 동문은 출판계에서는 ‘마성의 저술가’라 불리며 편집자를 홀리는 유명 저자입니다. 판매 부수가 워낙 적은 까닭에 출판사에서 기획 단계에서부터 손해 볼 걸 알면서도 책 내자는 편집자들이 끊이지 않습니다. 덕분에 10권도 안 팔린 책도 있지만 10권도 넘는 책을 이미 펴냈습니다. 지난해 펴낸 신작 에세이 <나는 자꾸만 ‘딴짓’하고 싶다>에도 이 동문의 마성이 뻗쳐있습니다. 전작인 <컬렉션 발견의 재미>에서 선보였던 골동품 수집과 이에 얽힌 사연을 기본 모티프로 삼아서 확장한 작품입니다. 낡은 개집에서 용마루의 기품을 읽고, 수동 연필깎이에서 영혼을 갉아먹는 소리를 읽어내는 식입니다.

“세상에 없던 것, 특히 보이지 않는 것을 과학적으로 증명해내고 정교한 물리학 법칙을 찾아내는 게 과학적인 스트럭쳐죠. 가보지 않은 우주를 수학으로 수식을 써서 이끌어 내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 마이크로파도 보이는 것처럼 이해해서 연구하는 셈이에요. 과학적 상상에서 출발해 이론화시키는 자체가 알고 보면 골동품을 아끼는 것과 일맥상통합니다. 물건은 오브제로서 물건일 따름이지만 보이지 않는 차원의 다른 이야기가 있거든요.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이면의 세계가 있어요.”

수집가로서 이 동문이 내세우는 최고의 컬렉션은 종로구 창성동에 마련한 한옥입니다. 처음에는 지인들과 막걸리 사다 마시며 도심 캠핑하는 용도로 활용하다가 대대적인 수리를 거쳐 갤러리로 재탄생시켰습니다. ‘창성동 실험실’이라 이름 붙인 이곳은 마음 맞는 사람들과 어울리기에 그만인 ‘개인 살롱’인 셈입니다.

“문화 공간이자 사랑방이에요. 모든 사람이 예술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전시회를 열거나 작업실로도 쓰고, 다른 사람에게 빌려도 줍니다. 학창시절에만 동아리 활동하는 게 아니라 대학을 떠나서도 얼마든지 재미있게 어울릴 수 있는 게 참 좋아요. 동아리 활동이 곧 창의적인 활동이니까요.”

이쯤 되면 하루빨리 피를 뽑지 않고도 혈당을 측정할수 있는 날이 오길 희망하는 사람들은 이 동문이 연구에만 매진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질 만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염려를 불식시킬 만한, 즉 과학자로서 부단히 노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근거가 오는 4월 이 동문의 프로필에 더해질 예정입니다. 외국인 최초로 아르메니아 과학아카데미 특별회원 자격을 받게 되는 까닭입니다. 1989년 겨울부터 3년 남짓 중동 코카서스 산자락에 자리한 아르메니아 과학아카데미 전파공학 연구소 연구원으로 일했던 인연을 바탕으로, 모교 교수 부임 이후 아르메니아 유학생을 해마다 한두 명씩 초청해 함께 연구해온 업적이 인정받은 셈입니다. 아르메니아는 이 동문이 연구원 재직 시절 아제르바이잔과 전투가 벌어졌을 때 동료들과 함께 현장에 나갔던 일화가 있을 만큼 끈끈한 인연이 있는 나라입니다. 이 동문의 골동품 가운데 아르메니아산 생활 도구가 유독 눈에 띄는 것도 같은 이유 입니다.

그런데 컬렉터이자 수필가로서 글의 소재가 되어 왔던 골동품은 대부분 이 동문의 품에 남아 있지 않습니다. 개인 갤러리까지 소유한 마당에 골동품 행방을 묻자 심드렁한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아, 그거요? 작년 크리스마스 때 바자회 열어서 다 팔았어요. 1000원, 2000원 붙여서 팔았는데 금세 동났습니다. 있으면 보고, 없어도 상관없는 게 제 수집품들이거든요. 아깝지 않은 걸 보니 소유욕이 없나 봅니다. 책상 치우다 가끔 수집품이 튀어 나오는데, 그럴 때마다 ‘이게 여기 있었네?’ 하고 참 반가워요.”


〈나는 자꾸만 ‘딴짓’하고 싶다〉에 실린 이 동문의 일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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