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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03-12-29 15:12 조회13,47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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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근에게.

 

나이가 들면 과거를 먹고 산다고 한다. 최근 들어 20 ~ 30년 전 과거 일들이 새록새록 생각이 난다. 내 나이 얼마되지 않아 아직 펴 보지도 못한 것 같은데 벌써 늙어 가나 보다. 이는 향화씨에게서 동문 회보를 통해 공개 편지를 받아본 후에 생겨난 현상이다. 나름대로 바쁘게 살다 보니 학창시절은 까맣게 잊어버리고살고 있었는데… 

 

철모르던 시절. 선배에게 끌려서 연극한다고 발발거리고 다니다가 FA 쌍 권총을 옆구리에 차고, 그것도모자라서 품안에 호신용 권총까지 찼었지. 거기다 없는 돈에 먹던 소주와 막걸리 맛은 왜 그리 맛있었으며, 친구들과어울려 다니는 것이 왜 그렇게 좋았었는지? 이러한 생활로 인하여 야기된 문제의 골은 깊었다. 정신차려야 한다는 대망을 품고 군에 자진 입대, 32개월 7일의 군 생활을 끝내고 복학했었지. 그후 어울려 다닌 녀석들이 너 손창근, 양배근, 서영수, 그리고 김동욱 등이다. 

 

가장 기억이 남는 사건 하나. 하루는 창근이 왈 이젠 우리도 영어를 배워서 취직 준비를 해야 한다며, 지금은 고인이 되신 헙스트(Herbst) 할아버지 신부님께 영어 배우자고 해서 그러자고 했지. 영어를 배우러 가보니 예쁜 여학생 네 분이 와 계시더군. 다들왠지 모를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던 기억이 나는군. 그 분들 이름이 최현, 손동일, 김혜단 그리고 김영희(존칭생략)로 기억된다. 영어를 잘 배웠는지에 대한 기억은 나지 않지만, 용인자연농원 등 여러 곳을 영어 공부한다는 핑계로 싸돌아다닌 기억은 난다. 그 당시 너와 최현 님 사이가 어째 수상하다 여겼는데, 졸업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둘이서 결혼한다고 하더군. 그때서야이 어리석은 녀석들은 (물론 나를 포함하여) ‘무슨 영어공부, 네 녀석 데이트하는데 이용( ? )당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으며, 아직도그 생각을 떨쳐 버리지 못하고 있다. 

 

사건 둘. 학교에서 집으로 가는 버스 안. 버스를잘 타고 가다가 광화문이 가까워 오면, 서로 눈치를 슬슬 보곤 했지. 그러다 눈이 마주치면, 히쭉 웃고는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무교동에서 하차. 주머니 안에 가진 돈을 몽땅 털어‘열차 집’에서 소주 몇 잔에 빈대떡을 먹은 횟수가 얼마나 되는지 도저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학창 시절을 회상하다보니 배근 녀석이 보고 싶어진다. 술 잘 먹고 거기다 멀끔하게 생겨서 가끔 우리를 주눅들게 한 녀석. 몇 년 전에 저 세상으로 먼저 갔지. 아직도 같이 먹어야 할 술, 할 이야기, 그리고할 일들이 많은데. . . 

 

사실 이 편지는 배근에게 보내고 싶었다. 그 녀석이 잘 지내는지 궁금하지 않니? 하지만 그 녀석에게 편지를 보내면, 이 릴레이 편지는 이어 갈 수가 없을 것이다. 그래서 대표로 너를 선택하여 이 편지를 보내는 것이니 너무 섭섭하게 생각지 마라. 이 편지로 인하여 배근과 같이 보냈던 날들을 다시금 생각해 보는 것도 괜찮겠지. 이를핑계 삼아 서로 연락해서 같이 한잔하는 것은 더 더욱 좋겠지. 안녕. 상한. 

 

이 글을 쓴 이상한(71 수학) 동문은 현재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한국주택학회 명예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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