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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 퇴임 김병주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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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04-03-11 11:03 조회17,34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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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 비교우위 지키려면 리더십 문호개방을”

 

김병주 경제학과 교수가 1970년부터 34년간 모교에 봉직하다가 올해 2월 정년퇴임했다. 남경우 동문이 그 소회를 들어보았다. <편집자주> 

 

- 왜 금융경제학을 하게 되셨나요. 

아마 가족사가 큰 영향을 미친 것 같아. 부친이 산림청에 근무하시면서 여러 곳을 이주하면서 살았지. 그런데 강릉에서 보내던 유소년시절(12세) 6.25가 터졌어. 그때 형님이 열아홉 이었는데 납북되었고, 작은형은 학도병으로 나가 전사하셨지. 그러자 아버님은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늘 불이익을 받았고 어머님은 마음고생을 한 나머지 너무 일찍 늙으셨어. 중학 시절에 마음의 상처가 심했고 이데올로기가 얼마나 무서운지를 알게 됐어. 이런 경험으로 일생동안 이데올로기 문제에는 신중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관점이 생겼는지도 몰라. 

 

- 가족사와 전공과는 무슨 관계지요. 

대학시절 경제학사나 경제학설사 연구에 마음을 두게도 되었지. 그러나 그 시절 경제학사나 경제학설사를 연구하게 되면 좌경시하는 풍토가 일반적이었지. 좌우익의 대립 속에서 학문에서 조차 선택의 폭은 너무 좁았고 일자리를 보장받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지. 그래서 사회주의권에서는 전혀 연구가 없는 금융을 선택했고, 또 금융이야 말로 시장경제가 발전할 경우 아주 중요한 분야가 되리라고 생각됐지.

 

- 그래서 만족하셨나요. 지금도요. 

아무래도 경제학을 선택한 것은 잘했다고 생각돼. 정치사회 외교 모든 사회현상에는 경제적 이해가 깔려있지. 그런 점에서 사회전체의 흐름을 진단하는 데에 훌륭한 관점을 가질 수 있지. 더구나 금융은 경제의 혈액과 그 순환에 해당하기 때문에 아주 유익하지. 또 한국사회는 표리가 다른 구석이 있지. 돈을 좋아하면서도 겉으로는 아닌 것처럼 행동하지. 시장경제로 넘어가는 과도적 단계에서 금융의 관점에서 사회적 인간관계의 이면을 살펴보는 것은 아주 중요하지. 

 

- 대학생들과 함께 하시며 가지셨던 소회는 어떠신가요. 

7·80년대 대학 교단에 서려면 많은 생각을 하지 않으면 안 되었지. 지금까지 여러 번 교정에 장갑차가 들어왔으니 전선이 다른 곳이 아니고 이 곳이구나 하는 생각을 자주 갖곤 했지. 이런 점에서 교육에 대한 분명한 관점을 갖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지. 내 경우는 가령 문제가 될 것으로 생각했던 대자보를 뗀 경우도 여러 번 있고, 곤경에 처한 학생에게 바바리코트를 주며 도망가게 한 적도 있지. 대자보를 떼었을 때 학생들로부터 항의도 받았지.당시에는 모두가 공포 속에 살았어. 그런 상태에서 교육해야 했어. 그런 점에서 교육의 내용과 더불어 something else가 필요했는지도 몰라. 인생관과 사회관이 미숙한 상황에서 극단적인 사고로 경도되는 것은 아주 위험하지. (학생들에 대한 참된 애정을 확인한다) 이런 점 때문에 제자들이 나를 기억해주는지도 몰라. 

 

- 그러면 교육관을 말씀하신다면? 

한국의 교수는 연구자이면서 교육자일 필요가 있지. 문제의식을 갖지 않으면 죽은 이론이 되는데 그런 점에서 독일 역사학파 경제학자인 리스트 같은 사람이 갖고 있었던 문제의식에 주목할 필요가 있어. 리스트는 당시 독일 대학교육의 개혁을 강력히 역설하는데 경제학의 경우, 수많은 강단에서 영국에서 수립된 이론과 사례가 교육되고 있지만 정작 수많은 소국으로 나뉘어져 있는 당시 독일의 경제 환경을 해석하는 데는 소홀하다고 성토하고 있지. 그런 점에서 한국의 교수들은 기존의 주요 이론뿐만 아니라 한국이 처해있는 사회발전 단계 및 역사적 상황에 대한 전체적 인식 속에서 학생들을 교육하지 않으면 안 되지. 학생들이 원전에 대한 공부를 많이 했으면 하지. 나는 요즘 노자의 <도덕경>을 읽고 있는데 동양고전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지. 

 

- 서강과의 인연은 즐거우셨나요. 

 만족스러워요. 제자들이 잘 따라와 준 것 같아. 뜻을 이해해 주는 제자들도 많았고. 초반기에는 신부님들의 지원도 전폭적이었지. 동료 교수들의 덕도 많이 본 것 같아. 보람있었던 것은 시장경제를 지향한 동료 교수들과 함께 했던 일들이지. 선배 교수님들과 함께 했던 것도 좋은 인연이었어. 가령 서울대 경제학과의 경우처럼 시장의 실패를 전제로 시장에 개입하고 시장을 육성한다는 관점과는 구별되는 점이지. 

 

- 공직 활동 중 기억나시는 일이라면? 

김영삼 정부시절 금융개혁위원회 개혁위원으로 일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지. 혼신을 다해 일했지. 지금 우리은행 이덕훈 행장이 실무를 총괄했는데 연구결과가 당장 받아들여지지는 않았지만 그 후의 금융 산업 개혁과정에서 많이 적용되었어.

 

- 서강대학교의 운영 및 전망에 대해서 말씀해주시죠. 

우선 개교 44주년 만에 서강대 만큼 발전한 대학도 대학사에 없을 거야. 학생이 소수였던 것도 우수한 질을 유지하는 한 요인이었지. 그런데 지금은 타 대학에 대한 비교우위가 점점 없어지고 있어. 대학사회에서 서강대 전체의 위치가 예전만 같지 않고, 경제학과 또한 걱정스럽지. 서강대를 이끌어 가는 리더십이 취약해. 총장 전임도 문호가 개방되어야 해. 신부만이 아니라 대학경영을 잘 할 수 있는 사람들을 적극 추천되어야 하지. 그런 점에서 신부 사회와 대학행정이 너무 관료화되어 있어. 학내에서는 패거리 문화가 없어야 해. 교수들의 경우 모교 출신들과 행정당국은 타대 출신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고 타대출신 교수들도 화합을 위해 노력해야지. (그럼요 이종교배가 우성을 생산한다는 생물학의 원리도 있잖아요)

 

- 평소 생각하셨던 또 다른 문제는 없나요

교훈을 수정할 때가 됐어. "진리에 순종하라" "그대 서강의 자랑이듯 서강 그대의 자랑이어라"가 학교의 교훈인데 은은한 맛과 함축적인 맛이 없어. 여기서 말하는 진리는 포괄적인 진리 일반이라는 의미보다는 예수의 진리라는 느낌이 강하지. 다음의 구절도 너무 개인적 자기 만족적 성격이 강해. 새로운 교훈이 필요한데 인간의 자기완성과 사회적 책무가 전체적으로 표현된 화두가 필요하지. 그런 점에서 교가도 문제야. 1절과 2절이 바뀌는 것이 좋고 아니면 새롭게 작사 작곡하는 것도 좋겠어.

 

- 퇴임 후에 어떤 일을 하시게 되나요

KDI 국제대학원 초빙교수로 강의하면서 연구 집필활동을 좀 더 자유롭게 하고 싶어. 평소 생각했던 주제, 금융개혁 작업 내용 및 그 뒷이야기 그리고 자전적 에세이도 집필 내용이 될거야.

 

* 선생님의 퇴임의 변을 정리하며

참 아이러니하다. 선생님의 뜻을 가장 소홀히 했던 사람이 그 분의 퇴임의 변을 정리하다니. 78년 경제원론을 강의하시던 선생님의 모습이 아련하다. 시위주동으로 제적 구속되고 노동운동에 참여할 때는 선생님을 뵐 기회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인연은 이렇게 맺어지는 건가. 내가 신문사를 만들고 경제부 기자를 하면서 왠지 선생님을 뵙고 싶었고 그 분의 견해가 궁금해졌다. 그 후 간간히 그분의 여러 견해를 접하면서 그분과 대화를 나누고 그 분의 인생 역정을 듣는 일이 너무나 즐거워졌다. 분명 이건 나의 복이리라. 그 분과 대화를 나누노라면 어느새 지혜의 숲을 걷는 것처럼 상쾌해졌다. 그런 분이 퇴임하신다니 서강인들에게는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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