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가…환속…인도행…‘끝없는 자기수행’ 주민황(75.철학) 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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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03-11-28 10:11 조회19,405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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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가…환속…인도행…‘끝없는 자기수행’
2003/11/28(경향신문)
=달라이라마 책 잇따라 펴낸 주민황씨=
달라이라마 팬들에게 주민황(47)이란 이름은 낯설지 않다. 그는 최근 출간된 ‘평화롭게 살다 평화롭게 떠나는 기쁨’(넥서스북스)을 포함해 달라이라마 책 3권을 내리 번역했다. 엄밀히 말하면 그는 티베트 불교의 고수다. 그곳에서 만 10년을 뿌리박고 살았다. 티베트 사람과 티베트 종교를 속 깊이 체득한 뒤 국내에 들어와 대학 강단(동국대)에 섰다. 달라이라마의 저서와 티베트 불교 서적을 번역하는 것은 그에게 생계를 잇는 일이라기보다 아직 마침표를 찍지 못한 자기수행의 변형된 방식이다.
그가 택한 길은 일찍부터 남달랐다. 한때 비구니였다가 환속했고, 그러다 홀연 티베트로 날아갔다. 남들은 뭔가 엄청난 비밀이 숨겨져 있을 것이란 기대감으로 그의 인생을 들여다보려 하지만 주씨는 오히려 덤덤하다. “내가 여기까지 오게 된 건 ‘우연’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그의 인생 여정을 더듬어보면 우연보다 더 큰 자유의지를 발견하게 된다.
“대학(서강대)에서 철학을 공부했지만 인생의 근본 문제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없었어요. 그래서 생각한 것이 불교였죠. 대학졸업 몇년 뒤 친구 소개로 한 비구니 스님을 알게돼 출가를 결심했습니다.”
6개월만에 수계를 받은 뒤 강원(講院)에 들어가 스스로 닦고 깨치는 생활을 했다. 이후 승복을 입은 채로 동국대 인도철학과 대학원 과정을 밟기도 했다. “아직 나를 완전히 못 버린 것 같다”는 자괴감으로 승복을 벗은 뒤 인도행을 택했다. 1989년 그는 달라이라마와 티베트 사람들이 망명해 살고 있는 인도 북부 다람살라에 터를 잡았다.
그가 기억하는 달라이라마는 “감기에 걸려 콧물이 줄줄 흐르는데도 법문을 들려줄 때는 혼신의 힘을 다하는 사람”이다. 그것이 중생 구원의 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달라이라마가 겉으로 보기엔 카리스마로 뭉쳐진 사람 같지만 실제 그 앞에 가보면 너무도 편안해 사람들이 펑펑 울 정도”라고 했다.
주씨는 앞으로 1년에 몇 달씩은 인도에 가 있을 생각이다. “인도에서는 무소유 상태에서도 만족하고 살았는데 여기서는 수행정신이 흐려지는 것 같아서”이다. 티베트 망명정부의 장관에서부터 청소부까지 모두가 평등한 삶을 누리고 있는 그곳을 그는 벌써 그리워하고 있는 듯했다.
<조장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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