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 보이’ 감독 박찬욱(82.철학) 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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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03-11-20 11:11 조회20,136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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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이를 찾아]‘복수 연작’ 박찬욱 감독
2003/11/20(경향신문)
박찬욱 감독(40)은 진정한 영화작가로 손꼽힌다. 상업영화계에 머물면서 자신의 성향을 고집하는 그는 장르영화의 틀을 넘나드는 작가영화를 보여주고 있다. 대중이 원하는 것과 그의 성향은 간극이 있어보이지만 일관된 작품세계와 매끈한 만듦새로 각광받고 있다. 주류 영화계에서 관객을 향해 끊임없이 도발을 감행하는 그의 작품세계는 젊은 시절의 마틴 스콜세지와 닮아 보인다.
그의 작품에는 매번 삶과 죽음이 자리하고 있다. 박찬욱은 이를 화두로 그것의 동질성과 이질성을, 생성과 종말의 의미를 모색해왔다. 그의 전작 ‘복수는 나의 것’과 근작 ‘올드보이’를 놓고 보면 그가 천착해온 영화세상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복수는 나의 것’과 ‘올드보이’는 박감독의 복수 3부작 가운데 1·2편이다. ‘복수는 나의 것’은 류(신하균)가 누나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동진(송강호)의 어린 딸을 데려오면서, ‘올드보이’는 우진(유지태)이 과거에 입은 상처를 되돌려주기 위해 대수(최민식)를 납치 감금하면서 비롯되는 복수를 그렸다.
두 영화는 얼핏 일란성 쌍둥이로 보인다. 유괴로 촉발된, 물고 물리는 복수의 인과응보를 다뤘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한다. 그러나 복수를 둘러싼 빛깔과 무늬는 다르다. ‘복수는 나의 것’은 어처구니 없는 운명의 무게에 짓눌린 이들의 상응을 하드 보일드풍 범죄 드라마에 담았고, ‘올드보이’는 증오할 수밖에 없는 숙명의 짐을 진 이들의 심연을 하드 고어적 미스터리 스릴러로 표출했다. 또 ‘복수는 나의 것’은 류와 동진, 그리고 영미(배두나)까지 모두 타살되는 비극적 최후를 맞지만 ‘올드보이’에선 한 사람만 자살하고 두 사람의 미래는 관객의 상상에 맡기는 식으로 열어놓았다.
이같은 같음과 다름은 두 영화와 박감독의 출세작 ‘공동경비구역JSA’를 비교해 봐도 확인할 수 있다. ‘공동경비구역JSA’ 역시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와 마찬가지로 서로 얽매인 인연으로 인해 헤어나기 어려운 수렁에 빠져드는 사람들을 조명했다. ‘복수는 나의 것’이 돈, ‘올드보이’가 말 때문에 빚어진 비극인 데 반해 ‘공동경비구역JSA’는 이데올로기에 따른 것이라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북한군 오경필 중사(송강호) 외 국군 이수혁 병장(이병헌)과 남성일 일병(김태우), 북한군 정우진 전사(신하균)가 자살하거나 타살되는 ‘공동경비구역JSA’는 또 중립국감독위원회의 한국계 스위스군 소령 소피(이영애)의 수사 드라마 형식으로 전개된다. 그런 가운데 남북한 병사들이 어울리는 과정은 코미디 요소로 웃음을 낳고, 이들의 죽음에 이르러선 이데올로기의 비극성을 재확인하게 해준다.
서강대 철학과 출신의 영화광인 박감독은 이처럼 동일선상을 달리면서 지향점이 각기 다른 작품을 내놓았다. 데뷔작 ‘달은 해가 꾸는 꿈’과 두번째 영화 ‘삼인조’를 포함해 5편의 영화에서 삶과 죽음, 죄와 구원의 문제를 제각각 달리 조명했다. 매번 2남 1녀를 주인공으로 내세웠고, 상호침투하는 이들의 생각이나 행동의 차이가 예측할 수 없는 결과를 불러일으키고, 그것이 또다른 낯선 사태를 낳는 과정을 통해 영화적 재미와 철학적 의미를 제시해왔다.
박감독은 이에 대해 “즐거움보다 고통, 웃음보다 눈물에 더 관심이 많다”며 “영화뿐만 아니라 연극·드라마·소설·음악도 비극에 흥미를 느낀다”고 했다. “오랜 가톨릭 집안에서 성장하며 습득한 원죄론과 순교사 등 종교적 영향이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5편 모두 2남 1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점에 대해 “남자 감독이 하기에 좋은 포맷”이라며 “영화적 재미를 위해 두 남자의 대결에 한 여자를 끼워넣은 결과”라고 풀이했다.
박감독은 또 복수 3부작을 기획한 데 대해서는 “의도한 게 아니다”라며 다소 엉뚱한 일화를 들려줬다. “봉준호 감독의 소개로 일본만화를 읽고 그것에서 모티프를 따온 ‘올드보이’를 하게 됐고, 그러던 중 한 기자가 또 복수냐고 하기에 홧김에 3부작을 하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어 “어쨌든 세번째 복수극은 여주인공이 복수하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인데 솔직히 언제 할는지 모른다”고 털어놨다.
“복수극은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화가 나는 일이 많이 생기지만 직접 해소할 방법이 없는 관객들에게 대리만족을 시켜줄 수 있을 것 같다”며 “감독의 제안에 동참한 관객들에게 영화속 인물의 운명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주고 싶다”고 기원했다.
박감독은 다음 영화로 노숙자·인혁당·흡혈귀를 소재로 한 작품 등을 기획하고 있다. 박감독은 “소재의 특성상 노숙자와 인혁당 이야기보다 흡혈귀 영화를 먼저 할 것 같다”면서 “연출작 하나하나가 모두 내 영화가 아니라는 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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