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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터신부 입회 50주년 기념미사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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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03-11-17 15:11 조회18,39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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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전 전화상담 중 한탄을 놀랍게 기억

 

지난 10월5일 일요일 오후 3시에 서강대학교 성당에서 다니엘 키스터 신부님의 예수회 입회 50주년 기념 미사가 거행되었다. 신부님이 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특별한 기대 없이 참석했던 나는 미사가 끝난 후 신부님과 힘차게 악수하며 "너무나 좋았어요" 라고 목 메인 소리로 힘주어 말했다. 모두들 오기를 참 잘 했다고 입을 모으며 감격을 나누었다. 신부님과 인생 여정이 얽혀 특별한 정분을 지녀 온 사람들이 그리운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축하를 교환하던 늦은 오후는 숭고함으로 충만했다. 그 곳에 모인 열린 영혼들이 기꺼이 발산하는 강렬한 전율이 내 마음 그득히 형언할 수 없는 생명력을 일으켰다. 마음과 마음이 만나는 곳에서는 이런 정기가 흐르는구나 하는 깨달음이 섬광처럼 스치며 잠시 두통을 주는 듯하더니, 마침내는 머리와 가슴과 혈관 그리고 살갗까지 맑게 씻어 내어 내 혼신이 신선해지는 짜릿함을 맛볼 수 있었다. 카타르시스였다. 신부님의 지인들과 서강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선후배 그리고 이태동 교수님과 김태옥 교수님이 모여서 이마를 맞대고 정말 좋은 시간이었다고 감탄을 연발할 때 서로의 카타르시스는 눈 덩이처럼 부풀며 우리를 감싸고 있던 숭고함은 더욱 가중되었다.

 

가르치는 일이 재미있어서 선택했고,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았기 때문에 감사할 뿐이라는 신부님의 부드럽고 겸손한 고백이 감격의 시발점이었다. 모두 다 얼굴에 저절로 피어오르는 따끈한 미소를 띠고, 손을 뻗쳐서 머리를 다독거리며 "참 잘 했어요"라고 칭찬하고 싶은 표정이었다. 신부님께서 집례하시는 미사에 처음 참석한 나는 한국말로 조심스럽게 미사를 인도하시는 모습에 무척 놀랐다. 1974년 한국에 오셨고 한국이 좋아서 한국에 남기로 결심하고 2002년 중국으로 가실 때까지 젊음을 한국에 헌신한 신부님의 생애는 유창한 한국말 구사로 형상화되고 있었다. 나도 다른 나라에서 저처럼 사랑을 실현할 수 있을까 라고 자문하자 신부님에 대한 존경심은 더욱 커졌다. 

 

기독교 신자인 내게 제 1 독서를 맡기셨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또 숙제를 내셨다고 생각하면서 제자다운 습관으로 비행기표를 예약했다. 마음 한 쪽 구석에서는 신부님께 뽑혔다는 신나는 환호가 시끄러웠고, 무리를 해서라도 얼굴을 보여드려야 한다는 의무감과 내 쪽에서 신부님께 무언가를 해드린다는 약간은 으스대는 마음으로, 현재 학과장으로 가장 바쁜 가을 학기 일정에 대한 걱정을 접었다. 그런데 미사 준비를 총괄하시던 장영희 선생님께서 메일로 보내주신 독서 내용을 읽으면서, 내 취미이자 특기인 '잘난척하기'는 고개를 떨어뜨렸다. 아담과 이브가 한 몸이듯 "남자는 어버이를 떠나 아내와 어울려 한 몸이 되게 되었다"라는 창세기 2장 18절부터 24절까지를 읽으면서, 이 독서는 신부님께서 나를 위하여 준비하신 섬세하신 사랑의 선물임을 깨달았다. 3년 전이었던가 신부님께 전화 걸어 흐느끼면서 남편 때문에 비참하고 무력감이 심하다고 호소한 내 가여운 한탄을 신부님은 기억하고 계셨던 것이다. 소스라쳐 놀라 설레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나는 독서 구절을 읽고 또 읽었다. 미사에 모인 사람들이 모두 이런 형태 또 저런 모양으로 자기 자신만 알 수 있는 가슴 저린 선물을 신부님께 받고 있으리라는 생각은 즐거운 충격이었다. 모두의 가슴 속에서 은밀히 용솟음치는 감사의 열기는, 깊은 산 중에서 까만 밤에 볼 수 있는 무수하고 찬란한 별 빛 되어 조용히 한꺼번에 쏟아지며 내 오만을 깨끗이 씻어 냈다. 

 

중국서도 '사랑의 메아리' 기대

만나서 알게 된 모두를 위해 기도하고 계신 세심한 사랑이 오늘의 이 미사가 있게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내 상상의 눈이 부셨다. 한국에서 내게 그리고 우리에게 베푸셨던 것처럼 앞으로도 중국에서 또 발길 닿는 곳마다 별처럼 무수한 사랑의 불꽃놀이를 일으키시며 별처럼 찬란한 사랑의 메아리를 치게 하실 신부님의 사랑의 선물이 내 상상의 동공을 환하게 채웠다. 또 그 은혜를 입은 사람들이 신부님을 흉내 내며, 만나는 사람의 가슴에 심어 주게 될 별의 축제를 생각하자 내 동공은 별의 메아리에 흠뻑 취해 들었다.

 

김봉은(77 영문) 부산 고신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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