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한국 문화예술 이끄는 동문들 활약에 자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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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03-08-20 13:08 조회17,107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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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학교에는 연극학과가 없다. 영화학과도 없다. 무용과나 실용음악과도 물론 없다. 그런데, 서강 출신으로 두드러진 활동을 보여주는 사람들 대부분은 연극, 영화, 방송, 연예계 쪽 사람들이다.(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내가 그 바닥에서 놀기 때문인가?) 몇 명만 예를 들어보자. 국립극단 최초로 상임 예술감독이 되어 50년 동안 굳어버린 틀을 깨부수느라 얼마 남지 않은 머리카락마저 수명이 다할 위기에 처한 김철리 선배, 용인대 연극학과를 짧은 기간에 탄탄하게 자리잡게 만든(무엇보다도 나에게 '시간강사'라는 그럴듯한 타이틀을 걸고 공연계를 기웃거리는 요긴한 간판으로 활용하게 만들어 준) 윤광진 선배, 신진 연출가로 대학로에서 자리를 굳힌 후배 박상현, 최용훈과 김동현, 교육연극 전용극장을 열고 8월에 있을 페스티벌 준비로 동분서주하는 박주영, 비록 졸업은 못했지만, 신방과 출신으로 무용과 교수가 된 후배 안성수 등은 단지 그들과 동문이라는 사실만으로도 내 어깨를 으쓱하게 만든다.
개인적으로 친분은 없지만, <집으로>의 이정향 감독과 <공동경비구역>의 박찬욱 감독이 한국영화사에서 거둔 혁혁한 성과도 나를 흥분시킨다. 모두가 말리던 나의 국립극장 행을 유일하게 권유했고, 새삼스럽게 최근 추억의 포크가수로 주목받은 박찬응 선배도 빼놓을 수 없다. 가요계의 오피니언리더로 매니어들로부터 '대마왕'으로 추앙받는 후배 신해철은 급기야 대통령 지원 연설원으로 나서 특유의 논리와 카리스마로 젊은 유권자를 끌어들이는데 일조했다. 연극배우 출신이지만 영화 쪽에서 더 많이 일하는 문성근 선배는 더 이상 설명할 필요도 없다. 학연에 무지하게 연연하고, 학연 덕을 엄청 보는 나에게 이들의 활약은 정서적 허영심을 만족시켜줄 뿐 아니라 네트워킹을 통해 때론 사회생활과 밥벌이에도 도움을 준다. 서강의 강점은 자유로운 사고와 인문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한 문화예술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동문회에서 주최하는 송년회에서 사법고시 등 각종 고시에 합격한 후배들을 공짜로 호텔밥 먹여주고, 단상으로 불러내 박수치는 광경에 언짢은 적이 있다. 고시합격생 숫자로 학교를 홍보하는 구시대적 발상에서 벗어나 서강만의 차별화된 정신을 구현하는 교육과 이를 효과적으로 알리는 방법을 찾는 일이 시급하다.
송애경(75 신방) 플레이빌 코리아 편집주간, 공연기획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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