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이사장과 서강옛집 편집위원 21C 서강 발전을 위한 좌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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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03-08-20 11:08 조회18,040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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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을 위해 봉사할 줄 아는 인성교육 모델 실현' '대외협력 활성화.후원회 담당 부총장제 신설'
송영만 : 이사장에 취임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잘 아시겠지만 서강은 지금 중대한 기로에 서 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새로운 활력과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많은 동문들이 이사장님의 취임에 각별한 관심과 기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서강옛집 편집회의에서 이사장님을 만나 뵙자는 의견이 나왔을 때 편집위원 모두가 적극 찬성한 것도 그런 관심과 기대를 말해주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동문들에게 취임 소감 한 말씀 해주시죠.
박홍 : 먼저 모교에 변함없이 애정을 기울여 주시는 우리 서강 동문 여러분께 늘 감사합니다. 총장 재직 때도 그랬습니다만, 그때 못지 않은 막중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우리 사회도, 우리 서강도 안팎으로 간단치 않은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럴 때 과연 이사장으로서 나의 책임이 무엇인지, 어떻게 해나갈 것인지 늘 기도하면서 고민합니다. 동문, 재학생, 교수, 교직원, 학부모, 서강 가족 모두가 함께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총장 때도 그랬습니다만, 이사장이 되고 나니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군요. 더욱 바쁘게 뛰리라 각오를 다지고 있습니다.
이상용 : 송 동문도 말씀하셨지만 서강은 정말 기로에 서 있습니다. 그동안 서강이 장기적이면서도 구체적인 비전을 갖고 발전을 꾀해왔는지, 많은 동문들이 회의적인 것도 사실입니다. 폭넓은 질문입니다만, 이사장님께서 생각하시는 서강의 바람직한 비전이랄까요, 그런 게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박홍 : 비전을 갖는 건 정말 중요합니다. 우리 시대는 가치충돌의 시대입니다. 공동체 안에서 다양한 가치가 충돌하고 있지요. 하지만 우리나라 대학들은 잠자고 있습니다.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실천이 없습니다. 어떤 인재를 양성할 것인지 구체적인 대안이나 프로그램도 없습니다. 예컨대 자기만 아는 인재가 아니라 남을 위해 봉사할 줄 아는 인재가 필요하지요. 외국의 많은 대학들이 전문적인 지식 교육 외에도 교육 과정의 상당 부분을 봉사 프로그램으로 편성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교육계는 인성 교육의 당위성만 강조할 뿐 가치 교육, 인성 교육의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시행하고 있지 못합니다. 저는 서강의 비전과 관련하여 그런 측면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서강이 바로 그런 측면에서 우리 교육계, 우리 나라, 나아가 세계에 자랑스럽게 내놓을 수 있는 모델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예수회 교육의 이념을 바탕으로 변화하는 시대에 적응하면서 나아가 시대를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서강이 되어야 합니다.
송영만 : 지나간 시절의 이야기입니다만, 이사장님의 이미지 랄까요, 그런 것이 이른바 보수우익이다, 강경하다 이런 쪽으로 형성됐던 것도 사실입니다. 이제 그런 이미지에 대한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큰 전환이 필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박홍 : 강의실에서 만나는 학생들을 보면, 그들은 가치, 삶, 인생의 문제를 깊이 고민하고 그에 대한 해답에 목말라 하고 있습니다. 함께 배우고 함께 나누는 것, 가르치는 자와 배우는 자 사이의 깊은 신뢰에 목말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대학 사회 전반 그리고 서강에서도 여러 주체들 사이의 깊은 대화, 깊은 친교, 깊은 신뢰를 찾아보기 힘듭니다. 학문 공동체의 보편적인 소명이 있다면 바로 그런 대화와 친교와 신뢰가 아닐까 합니다. 저는 지금 말씀하신 이미지의 문제를 이렇게 좀 더 큰 차원에서, 즉 소외되고 파편화되어 서로를 불신하는 풍토를 고쳐나간다는 차원에서 생각해 봅니다. 저부터도 그렇게 하겠지만, 어느 한쪽이 답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게 아니라 답을 함께 찾아나가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이사장 취임 이후 주변에 늘 이 점을 강조하곤 합니다.
이상용 : 서강이 대학 홍보나 재정 등의 측면에서도 현실적인 위기에 놓여있다는 우려가 동문들 사이에서 큽니다. 너무 지나치면 곤란하지만 이른바 경영마인드 제고의 필요성도 자주 강조되지요. 이런 현실적 위기에 대한 이사장님의 의견이 궁금합니다.
박홍 : 서강이 부자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빚에 허덕이는 형편도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최근의 현실을 극복하는 게 '힘들지만 결코 불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총장 재직 시에도 저는 재정 문제 해결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나름대로 노력했습니다. 서강은 가치 지향 교육의 밑거름이 될 수 있는 재정 확보 노력이 미흡했던 게 사실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건전하고 합당한 수익 사업도 더욱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이사장으로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할 겁니다.
송영만 : 이사장님의 말씀을 들으니 희망이 솟습니다. 수익 사업은 그 중요성에 비해 서강이 그동안 많이 모자랐던 부분입니다. 좀 더 구체적인 방안을 갖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박홍 : 학교 근처 부지에 건물을 지어 임대 사업을 할 수도 있고, 평생교육과정을 더욱 확충해 나갈 수도 있습니다. 학원 프랜차이즈 사업이라고 할 수 있는 SLP 사업 도 좀 더 내실 있게 추진해 나가야겠지요. 또 재정 문제와 관련해서 중요한 게 기업의 역할입니다. 제가 총장이 됐을 때 기업 관계자들과 만나 대학 재정에 관한 이야기를 하자니 처음에는 부끄럽기도 하더군요. 하지만 즉시 생각을 고쳐먹었습니다. 그리고 총장으로서의 업무 시간의 3분의 2 이상을 사람 만나 설득하는 데 썼습니다. 누구든지 만나서 솔직하게 그리고 당당하게 얘기하는 겁니다. "올바르고 실력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건 기업에도 큰 도움이 된다. 인재 양성에 투자해라" 이렇게 솔직하게 말입니다. 대부분 의 기업은 그런 솔직한 요청에 분명하게 응답해줍니다. 이사장이 된 지금도 그런 생각에 변함이 없고, 더욱 활발하게 나설 생각입니다. 이 부분에서 동문과 학부모들의 역할도 매우 중요합니다. 저는 우리 서강 동문과 학부모들이 이 문제에 대해서도 각별한 열의를 보여주실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아울러 학생들에게 희망과 비전을 주는 방향으로 학교와 재단의 조직을 운영하려고 합니다. 학교 조직 내에 대외렵력관계를 활성화하고 후원회를 담당할 부총장제를 신설하고 학교 사정을 잘 알고 서포트해 줄 수 있는 유능한 인사를 이사진으로 영입해 이사회를 활성화하려고 합니다.
"우리 교육계 인성교육 당위성만 강조할 뿐 구체적인 프로그램 개발과 실천의지 없어"
"외국대학과 학점교류등 '글로벌 네트워크' 노력, 비전 공유한다면 어디라도 손잡고 의대설립 추진"
이상용 : 이사장님의 말씀을 들으니 기대가 커집니다. 그런데 서강의 미래와 관련해서 또 하나 중요한 게 일종의 세계화 또는 국제화 전략이 아닐까 합니다. 사실 우리 서강이 다른 대학에 비해 그 측면에서 유리한 배경을 지니고 있었지만 현실은 기대에 못 미치고 있거든요.
박홍 : 전 세계 예수회 대학이 200여 곳에 달합니다. 저는 예수회 대학은 물론 그 밖의 대학들까지 포함해서, 일종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서강이 주도해서 형성시키는 데 깊은 관심을 갖고 나름대로 노력한 경험이 있습닏자. 학생, 교수, 교직원 등 다양한 차원에서 외국 대학들과 활발하게 교류해야 합니다. 특히 학생 차원에서 타문화에 대한 이해와 경험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서강에 들어오면 일정 기간 다른 문화권을 체험할 수 있게 한다든가, 학점이나 학위 이수 차원의 교류 협력을 보다 활성화시킨다든가, 다양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저는 총장 재직 시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런 노력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겁니다.
송영만 : 서강 내 여러 주체들 사이에 여러 갈등이 표출되기도 했습니다. 이사장님께서 '함께 답을 찾는 것', '신뢰를 구축하는 것'의 중요성도 말씀하셨습니다만, 학내 갈등의 극복도 중요한 과제가 아닐까 합니다.
박홍 : 그렇습니다. 여러 형태의 갈등이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만, 저는 제 입장에서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총장이나 이사장은 돕는 사람, 봉사하는 사람이며, 활동적인 프로모터가 되어야 한다." 이제 공동선의 가치 그리고 서강의 발전이라는 목표 아래 신뢰를 회복해야 합니다. 여기에 어떤 사사로운 감정이나 사익의 추구는 결단코 개입할 수 없습니다. 저는 돕는 사람, 봉사하는 사람으로서 학생, 교수, 교직원, 학부모 그 누구와도 언제든지 만나서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고자 합니다.
송영만 : 동문들 사이에서는 가톨릭대와의 통합 문제가 아직까지도 심심지 않게 거론되곤 합니다. 서강의 발전을 위해 의과대학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비교적 넓은 공감대를 얻고 있는 거지요.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 이 자리에서 어떤 구체적인 의견을 부탁드리는 게 무리인지도 모르지만, 이사장님의 솔직한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박홍 : 오래 전부터 논의됐던 사안이지요. 저도 잘 알고 있고 많은 생각을 해왔습니다. 서강만의 문제라면 또 모르겠지만 다른 대학이 관련된 문제이기에 제가 이 자리에서 어떤 확정적인 대안이나 의견을 말한다는 건 솔직히 어렵습니다. 제 나름의 개인적인 의견이 있다고 해도 저는 이미 '개인 박홍'이 아니라 '재단 이사장 박홍'이 아닙니까? 저는 기본적으로 가톨릭대학이든 다른 대학이든, 서강의 발전을 위해서라면 일단 다양한 형태 다양한 수준의 교류협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비전과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대학이라면 상생(相生)과 공동 발전의 차원에서 전향적으로 제휴, 협력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사실상의 통합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인지, 또 통합을 자향해야 하는지 여부는 말씀하신대로 워낙 민감한 사안이기도 하고, 또 원한다고 해서 당장 이루어질 일도 아니지요.
서동욱 : 말씀에서 이사장으로서의 무거운 책임감이 느껴집니다. 원론적인 질문일 수도 있습니다만, 이사회의 역할, 또 이사장의 역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박홍 : 두 가지 측면으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먼저 저는 이 사회나 이사장이 좀 더 바깥으로 눈길을 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슨 말씀인가 하면 일종의 서강 우호적인 네트워크를 형성시키는 데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책상머리에 앉아있기보다는, 머리로만 사고하기보다는, 발로 뛰고 대화하고 만나고 하는 액티브한 자세가 요구됩니다. 다음으로 학내 측면에서는 이미 말씀드렸듯이 봉사하는 자, 돕는 자가 돼야 합니다. 비전과 가치와 목표를 공유하는 바탕 위에서 구체적인 방법을 함께 찾아야지요. 이사장은 그렇게 함께 찾는 과정에서 일종의 튼튼한 뿌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의견을 주십시오. 서강에 대한 애정을 아끼지 말아 주십시오. 두 눈과 두 귀와 마음과 머리를 늘 활짝 열어놓겠습닏자.
송영만 : 오늘 이사장님을 만나 뵙고 보니 이사장님의 '활력'이 온 몸으로 느껴져서 정말 좋았습니다. 펄펄 살아 움직이는 힘, 서강에서 그동안 부족했던 점이 아닐까 합니다만, 이사장님께서 앞으로 그런 활력의 발원지가 되어 주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저희 동문들도 각자의 자리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모교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박홍 : 우리 서강은 할 수 있습니다. 학생, 교수, 교직원, 동문들의 자질과 능력이 뛰어납니다. 그런데 왜 우리가 못합니까? 대학 평가니 뭐니 해서 순위를 매기기도 하는데, 서강의 순위가 기대에 못 미쳐서 실망하는 사람도 있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습니다. 내실 있는 발전, 질적인 발전을 꾸준히 추구하면 됩니다.
이상용 : 새로운 발전의 계기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오늘 이사장님이 말씀하신 사항들이 구체적인 결실로 이어지면서 서강의 크게 도약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무엇보다도 함께 답을 찾는다는 말씀에 공감했습니다. 오늘 긴 시간 내여주신 것 정말 감사드립니다.
박홍 : 이렇게 찾아주셔서 함께 대화한다는 것 자체가 서강 발전의 중요한 동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로서도 뜻 깊은 자리였습니다. 이렇게 헤어지면 섭섭하지요. 자리를 옮겨서 더 많은 말씀 나누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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