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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훈(88.철학) 동문의 신간 책은 나름의 운명을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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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03-05-31 09:05 조회19,61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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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카페] '책은 나름의 운명을 지닌다' 책은 나름의 운명을 지닌다/표정훈 지음/궁리, 1만원 2003/05/31(중앙일보) 미인을 싫어할 사람이 어디 있으랴. 단지 범접하기 힘들 뿐-. 출판 칼럼니스트 표정훈의 신간은 책이라는 미인을 사랑하는 남자의 '작업 일기'처럼 읽힌다. 그의 글을 읽다보면 새삼 책의 매력이 확인되고, 그 매력에 빠져 날밤을 지샌 저자가 부러워진다. '선수'답게 다방면의 책을 사귀는 공력(功力) 또한 높이 살 만하다. 신간은 독서꾼.번역가.전문 웹서퍼 등의 직함으로 살던 저자가 '출판 칼럼니스트'란 신종 문패를 달고 기고했던 글들을 단행본으로 묶은 것이다. '예감하기 힘든 책과의 인연' 등 사사로운 체험담에서부터 우리 시대 독서 문화(의 부재)에 대한 비판, 출판 정책.시장의 문제점 등에 관한 다양한 편린을 담았다. 이런 글에 관심이 가는 것은 이 책과, 표정훈이라는 저자 때문이다. 지난 2~3년, 이른바 출판 르네상스 기간에 칼럼니스트 표정훈은 눈에 띄는 수확 중 하나였다. 인문학 쪽에 든든한 지식을 가진 책 전문가로서 그는 독서문화의 길잡이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다. 신간 역시 한 책벌레의 독서 예찬을 넘어 '책을 만들고 읽는 인간에 대한 성찰'의 집철(集綴)에 가깝다. 사실 책 읽을 시간이 없다는 사람은 많아도 책읽기가 시간낭비라고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오히려 무엇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저자는 이런 책맹(冊盲)의 증가를 컴맹의 쇠퇴와 함께 해석한다. 즉 "생각의 깊이보다 생각의 속도, 지식의 인간적 가치보다는 그 환전 가치"를 우선시하는 디지털 환경이 '책 읽는 인간(homo-biblion)'의 위기의 근원이란 것이다. 역설적인 것은 책의 효용 또한 거기에 있다는 점인데, 저자는 책읽기를 통해서만 정보를 적절하게 선택.가공.창조.전달하는 능력, 곧 '인포메이션 리터러시(information literacy)'를 기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일간지에 웹 칼럼을 연재했던 전문서퍼답게 저자는 신간 곳곳에서 정보과학과 인문지식의 유기적 결합을 실례로 보여준다. 짧은 글 모음일지라도 책 끝에 '찾아보기'를 넣은 것은 성실한 탐서(耽書)주의자의 모범으로 보인다. 간간이 유행어 패러디를 섞어 부담 없이 읽히게 쓴 것도 장점이다. 단, 출판업계 사재기 파동 등 특정 시점에 쓴 글을 오늘에 맞춰 손보지 않은 점이 아쉽다. 5천여권의 장서를 소유하고 매달 30만원 안팎을 책값으로 쓴다는 저자는 1969년생으로 서강대에서 철학을 공부했다. 지식사회학.경학(經學).과학사 등에 관심이 많고 역서로 '중국현대철학 50년사' '자연, 그 경이로움에 대하여' 등이 있다. 홈페이지 궁리닷컴(www.kungree.com)에 가면 활자화되지 않은 더 많은 칼럼과 책세상으로의 요긴한 하이퍼링크를 만날 수 있다. "아무리 유익한 책이라도 그 반은 독자가 만든다"(볼테르)고 했다. 신간을 통해 책 사귀는 법을 배웠다면, 독자여, 이제 서가의 피그말리온이 되어 잠자고 있는 책에 생명을 불어 넣어 주시라. 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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