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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것으로 철학하기' 펴낸 한상우(74.철학) 교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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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03-03-06 11:03 조회22,11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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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이야기는 민족 기원신화” 2003/03/01 (경향신문) ◇‘우리것으로 철학하기’펴낸 한상우씨 “단군이야기는 특정한 왕계를 대표하는 건국신화가 아니라 우주 속에서 인간의 위치를 규정한 민족의 기원신화입니다” “다산 정약용은 천주교를 배교했다는 속설과 달리 끝까지 독실한 신자로 남아있었던 게 아닐까요” 한상우 한국교원대 교수(철학)는 자신의 전공인 해석학을 가리켜 ‘이미 주어진 답변이나 통념을 당연시하지 않고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는 철학적 방법론’이라고 설명한다. 서양철학 전공자이면서도 우리 고전을 샅샅이 뒤지고 15년 이상 전국의 문화재 탐방을 계속해온 그가 해석학적 시각으로 한국문화를 탐구한 저서 ‘우리것으로 철학하기’(현암사)를 펴냈다. 이 책은 단군신화에 대한 최남선 이병도 이능화 이기백 양주동 등의 이론을 뒤집는 도발적 주장으로 시작해 우리 신화·전설·민담에 나타나는 산과 호랑이의 상징, 우리 민족이 좋아했던 숫자와 놀이에 담긴 철학, 고대가요에서 현대가요에 이르는 노래가 대변하는 정서, 전통윤리와 종교에 나타난 정신, 그리고 저자가 가장 존경하는 다산 정약용 사상에 대한 탐구까지 다양한 영역에 걸쳐있다. 그러나 전체를 관통하는 대원칙은 인간 ‘체험’의 ‘표현’인 문화를 그것이 만들어진 맥락에서 ‘이해’한다는 것이다. “가령 단군신화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신화속 내용의 사실여부를 증명하는 데 그쳐서는 안됩니다. 기존 단군연구의 한계는 특정이론에 경도된 연구자의 시각을 그대로 투사해 거기에 맞는 사실만을 끄집어낸다든가, 지나치게 문헌에만 매달려 우연과 상상력의 공간을 지워버린 것이지요” 한교수가 보는 단군신화는 무교에 기반해 왕이자 무당인 군장이 지배했던 제정일치사회의 모습을 보여주는 역사서가 아니라 당대 지배엘리트의 이데올로기를 담고 있는 텍스트이다. 천상의 존재와 지상의 존재가 서로의 노력으로 융합하는 단군신화를 통해 우리는 인간중심·현세중심의 사고와 함께 단순한 복을 비는 데 그치지 않는 능동성, 초월자와 자연 사이의 중재자로서 인간의 존재론을 함께 파악할 수 있다. 또 태백산이 어디를 가리키느냐에 따라 고조선의 영토를 확정짓는 논쟁 대신 하늘과 땅이 만나는 중간지점으로서 한민족의 정신사적 영역에서 차지하는 산의 의미를 읽어내는 이점도 갖는다. 환웅이 아버지 환인으로부터 천부인 3개를 받아서 3명의 장수와 3,000명의 군사를 이끌고 땅으로 내려왔다는 데서 보이듯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숫자 3을 남성의 숫자로 보고, 북두칠성이나 칠성신에 등장하는 숫자 7을 여성의 숫자로 보아서 곰이 웅녀가 되는 데 3·7일(21일)이 걸렸다고 이해하는 대목도 재미있다. “서양 현대철학의 주류를 이루는 해석학적 방법론이 우리 조상들의 사고 속에 이미 녹아있었습니다. 의상대사는 ‘땅이 있어서 넘어지지만 땅이 있어서 짚고 일어설 수 있다’는 말씀을 하셨죠. 특수의 창을 통해서만 보편을 볼 수 있다는 메를로퐁티의 지적과 통합니다” 한교수는 다산 정약용의 숨겨진 사상을 대담한 추리로 밝혀낸다. 통상 다산은 천주학의 영향을 받았으나 본래 유학의 정신으로 돌아갔다거나 천주교박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배교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그는 다산의 조카인 정하상이 천주교의 교리를 체계적으로 설명해 재상에게 올린 ‘상재상서’의 내용과 다산초당에서 보이는 산중턱의 십자가 모양, 다산의 글 속에 나타난 주(主)의 의미 등을 엮어내면서 다산이 끝까지 천주교 신앙과 사상을 가졌다는 가정을 세운다. 한교수는 “결국 철학의 근본이 인간탐구라고 할 때 인간체험의 정수인 문화, 그것도 한국의 문화를 통해 한국인의 의식구조를 보려는 것은 전공에 상관 없이 이 땅에 사는 철학자의 소명”이라고 말한다. 그가 지금까지 추출한 한국문화의 특징은 ‘단순히 여유라고 할 수 없는 헛헛함’, 그리고 융화의 정신이다. 서강대 철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한 뒤 엉뚱하게도 음악장학생으로 독일에 건너가 레겐스부르크대학에서 신학과 철학을 공부한 그는 슐라이허마흐 딜타이 가다머 리쾨르 등 유럽현대철학을 가르치면서 문화재 답사팀을 이끌고 있다. 문화재에 얽힌 비밀을 통해 우리 철학의 숨은 그림을 찾아내는 ‘발길따라 철학하기’를 준비하고 있다. /한윤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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