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 영화감독 최동훈(90.국문) 동문의 출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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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03-02-17 15:02 조회21,921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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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신인감독 출사표 - <범죄의 재구성>의 최동훈 [7]
뒤죽박죽 사기극은 꼬리를 물고 | 출사표7- <범죄의 재구성>의 최동훈 감독
2003/02/15(씨네21)
이러다 감독됐지요 “며칠만 버티면 살 수 있었는데….” (훌쩍) 초등학생 시절 어느 날 최동훈(32) 감독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TV에서 본 조지 스티븐스 감독의 <안네의 일기>를 본 뒤 안네가 너무 불쌍하게 여겨졌던 것. 이 불면의 시간 속에서 영화라는 신세계를 발견한 최동훈은 어릴 적부터 “거짓말하기, 그러니까 이야기 만들기”를 낙으로 삼으며 생활했다. 그가 서강대 국문학과에 들어간 것은 ‘야부리꾼’의 당연한 행보처럼 보인다. 같은 과의 다른 친구들처럼 그라고 소설가의 꿈이 없었겠냐만은 “워낙 엉덩이가 가벼워 진득이 글을 쓰지 못하”던 그는 영화를 향한 이정표를 따르기로 결심한다.
동아리 ‘영화공동체’에 가입한 최동훈은 다양한 얼굴의 영화와 조우했다. 선배들의 ‘권유’에 따라 유럽영화를 보긴 했지만, 그의 마음속으로 들어온 것은 70년대 또는 그 이전의 미국영화였다. 앨런 J. 파큘라는 그의 영화적 스승이었고, 시드니 루멧, 노먼 주이슨, 존 프랑켄하이머, 윌리엄 프리드킨 등의 영화를 ‘전작주의’적으로 섭렵해 나갔다. 또 엘모어 레너드, 로렌스 샌더슨, 제프리 아처 등의 범죄, 서스펜스, 미스터리 소설도 즐겨 읽었다. 이들 영화와 소설에서 공통적인 “자신의 안위를 돌보지 않고 이상을 향해 나아가는 남성 캐릭터에” 대한 동경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영화광이었던 그가 감독이라는 구체적인 희망을 품게 된 것은 대학교 3학년 때 영상원에 들어간 선배를 따라 스탭 일을 즐겁게 하면서부터였다. 졸업한 뒤 98년 영화아카데미 15기로 입학했던 그는 임상수 감독의 <눈물>에서 연출부로 일했고, 황규덕 감독의 시나리오를 각색하면서 싸이더스와 인연을 맺었으며, 그로부터 ‘이야기꾼 감독’의 재능을 발견한 차승재 대표의 제안으로 <범죄의 재구성>을 준비하게 됐다.
그러다 생각해보니 <범죄의 재구성>은 한마디로 ‘사기꾼들이 서로 사기를 치는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취향이란 게 자꾸 변하는 것이지만, 당시 최동훈 감독을 사로잡고 있던 소설은 엘모어 레너드 등의 범죄물이었다. 그중에서도 사기꾼 이야기는 한국영화계에서 많이 다루지 않은 듯해 감독 제의를 받은 뒤 그는 이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데뷔작으로 사기꾼 이야기를 하게 된 데는 그가 사기 피해자라는 점 또한 한몫 했다. 본격적인 사기라 할 순 없지만, 대학 시절 그는 전세금 1800만원을 고스란히 날린 적이 있었다. 그와 전세계약을 한 주인집의 아들이 10년형을 선고받고 감방에 들어간 게 발단이 됐는데, 그 아들의 어머니를 상대로 사기죄로 소송까지 준비했지만 결국 지금까지 받지 못한 ‘한’이 영화로 ’승화’된 건지도 모를 일이다. 시나리오를 위해 사기꾼들을 만나는 과정 또한 흥미로웠다. 만나기로 약속한 전날 이들이 구속되는 등 나름의 어려움이 있었지만, ‘전·현직 사기꾼’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그에겐 새로운 대륙을 탐험하는 자들의 모험담이었다.
이렇게 할랍니다 이 사기꾼들의 이야기는 단순치만은 않다. 전문 사기꾼 김 선생, 그녀의 정부 인경, 그리고 정체 미상의 남자 창호 등 3명을 주캐릭터로 내세우는 이 영화는 공범들과 창호의 동생 창혁이 끼어들며 복잡하게 얽힌다. 여기에 현재와 과거의 시점이 교차되면서 제목 그대로 서서히 범죄가 ‘재구성’된다. 이렇게 구성한 것은 관객에게 이야기를 재밌게 들려주려는 최 감독다운 배려인 셈이다. 또 <유주얼 서스펙트> 등처럼 관객과 머리싸움을 벌이려 하지만, ‘퀴즈’ 자체에 목적을 두지는 않는다. 다만, 최 감독은 영화 후반부 ‘사기 사건을 넘는 사기 사건’이라는 히든카드로 관객의 뒤통수를 내리칠 요량이다. 결국 최동훈 감독은 관객을 대상으로 한 거대한 ‘사기’를 음모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남는 질문. “작금의 로또 시대에 왜 고작 10억원인가요?” “10억원이면 110kg이거든요. 서너명이서 옮기기엔 아무래도….”
<글 문석>
<범죄의 재구성>은 어떤 영화? 사라진 10억, 뜻밖의 5억
김 선생을 리더로 한 사기단은 은행 직원으로 위장, 한국은행에서 10억원을 불법으로 인출한다. 하지만 범행은 경비원에게 발각되고, 도주하던 중 창혁이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얼매는 혼수상태에 빠진다. 도중 10억원은 감쪽같이 사라진다. 3개월 뒤 깨어난 얼매는 경찰에 자초지종을 설명한다. 그즈음 창혁의 형 창호가 나타나 동생의 보험금 5억원을 받는다. 이를 알아차린 김 선생의 정부 인경은 창호에게 접근하고, 김 선생 또한 창호의 뒤를 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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