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정년’ 최현무(72 국문) 불문과 교수 퇴임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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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8-11-19 13:29 조회18,626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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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문과 수업시간 만난 <이방인> 연극관람 <어린왕자> 만년필 선물
불문학과 동문 29명이 9월 8일 의미 있는 모임을 가졌습니다. 1984년 모교 불문학과 교수로 부임한 이래 30여 년이 넘는 기간 동안 봉직하고 8월 31일자로 정년퇴임한 최현무(72 국문) 교수를 축하하고 감사드리는 자리였습니다. 최현무 교수는 서강을 지킨 34년 동안 현대 불문학에 대해 강의한 불문학자이자 ‘최윤’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며 수많은 문학상을 받은 인기 작가입니다. 나아가 번역가로서도 열정적으로 활동해왔기에 많은 제자들에게 표본이자 감히 넘기 어려운 벽이었습니다.
이번 모임은 순전히 우연한 계기로 마련됐습니다. 모로코에 거주하는 백철현(86) 동문이 7월초에 잠시 귀국했을 때 임수현(83), 정명숙(83), 이지윤(84), 김상아(87) 동문과 함께 저녁 식사 자리가 이뤄졌습니다. 학창시절 이야기, 학과 이야기, 은사님들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최현무 교수께서 정년퇴임하실 시기가 되었다는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즉석에서 연락되는 동문들 몇몇을 모아서 축하자리를 꾸미자고 의견이 모였습니다. 모두가 즉석 모임 준비위원으로 참여한 가운데 다음과 같은 생각을 공유했습니다.
‘우리들 기억 속 최현무 교수님은 긴 생머리에 빨간 구두가 인상적이었다. 당당하고 늘씬한 외모가 돋보였고, 날카롭고 지적인 가운데 질문 또한 매서워서 수업시간은 늘 긴장의 연속이었다. 30대 초반에 부임하다 보니 복학생들과 나이 차이가 별반나지 않았지만, 강의 시간에 쏟아내는 풍부한 문학이론과 수많은 작가들의 이름 및 작품명을 접하며 수많은 학생들이 주눅 들곤 했다. 기가 죽어서 눈이라도 마주칠까봐 고개를 숙이고는 했는데, 그 교수님이 어느덧 정년퇴임이라니….’
학과나 동문회가 마련한 공식적인 모임이 아니라 몇몇이 머리를 맞대고 준비하다보니 30명 규모가 좋겠다는 생각에 교수님 일정을 먼저 알아보고 뜻을 함께 할 수 있는 동문들에게 알음알음 연락했습니다. 식사만 나누는 것에서 나아가 의미 있는 참여 프로그램을 고민하다가 때맞춰 공연에 들어가는 연극 ‘이방인’을 함께 관람하기로 했습니다. 임수현 동문이 번역·각색하고 연출한 알베르 까뮈 원작의 ‘이방인’은 학창 시절 교수님께 들었던 수업 내용이기도 했습니다.
교수님께 깜짝 선물을 드리자는 취지에서 마침 몽블랑에서 한정판으로 판매하는 ‘어린왕자’ 스페셜 에디션 만년필과 ‘생텍쥐뻬리’ 병잉크를 구입했습니다. 김상아 동문은 사업하느라 바쁜 가운데서도 준비 모임의 막내인 탓에 연락과 제반 준비를 도맡았습니다. 이지윤, 양재용(87) 동문은 와인을 협찬했고, 임수현 동문도 행사를 후원했습니다.
행사 당일, 몇몇 제자들과 주말에 연극 관람하고 식사하는 정도로 알고 가벼운 마음으로 오셨다는 교수님은 30명이나 모인 깜짝 파티와 선물에 놀라셨고 즐거워하셨습니다. 그 어떤 정년 기념 행사보다 기쁘고 멋진 기념행사라고 좋아하셨던 교수님을 보니 제자들도 함께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최 교수님은 “함께 늙어가는 처지라 이젠 편안하게 만나자”라며 “여러분이 좋아할 만한 선생님으로 계속 발전하겠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덕분에 교수님 앞에서 주눅 들었던 우리들의 학창시절 기억은 이제 저편으로 사라질 수 있었습니다.
정겹게 식사하고 인사 주고받으며 학창시절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모임을 마치면서 참석한 제자들은 저마다 손 글씨로 적은 카드를 교수님께 드렸습니다. 교수님은 카드들을 한데 모아 표구해야할지 액자로 만들어 걸어야할지 고민된다고 하시면서 내용을 몹시 궁금해 하셨습니다. 아마도 교수님의 건강과 정진을 기원하는 내용이 담겼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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