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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고 싶었습니다 - 임수현(83 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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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8-10-31 15:22 조회16,92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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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희곡 번역·연출로 주목받는 연극인

극단 산울림 예술감독 임수현(83 불문)

 

어느 곳보다 지형 변화가 심한 신촌지역에서 30년 넘는 세월 동안, 아담하고 격조 있는 문화공간으로 자리를 지키는 신촌지역 문화재 같은 곳. 연극에 관심 없는 사람들조차 낯설지 않은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와 수많은 여성들을 연극 팬으로 만들었던 여성연극의 메카였던 곳. 바로 산울림 소극장입니다. 무척 활발했던 예전에 비해 한동안 조용했던 극장이 요즘 들어 부쩍 소란스러워졌습니다. 임수현(83 불문) 극단 산울림 예술감독 때문입니다. 임 동문은 지난해부터 화제를 모으며 전석 매진을 기록한 알베르 까뮈 원작의 ‘이방인’을 번역·각색·연출했습니다.

 

20세기 실존주의 문학의 대표작가로 통하는 프랑스 소설가 알베르 까뮈의 ‘이방인’을 연극무대에 올렸다고 하니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합니다. 원작 읽기도 무거운데 연극으로 만들다니 결코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연극으로 선보인 계기가 궁금합니다.

 

카뮈의 ‘이방인’은 개인적으로 제 문학적 첫사랑입니다. 몇 년 전부터 30여 년간 마음속에 간직해왔던 이 작품을 무대화시켜봐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그 내면의 연극성을 찾아보고 싶었습니다.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을 만큼 유명하지만 연극무대에 올린 경우는 거의 드문 작품입니다. 작품이 주는 철학적인 무게와 더불어 연극으로 쓰인 게 아니다보니 작품이 담고 있는 강렬한 이미지, 개성 있는 인물, 극적인 사건 등을 무대 위에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지 깊이 고민했습니다. 

 

또한 주인공 ‘뫼르소’라는 1인칭 화자의 관점으로 모든 걸 이끌어 나가야하기 때문에 배우에게 많은 독백의 부담을 줄 수밖에 없어서 적합한 배우가 있을지도 걱정이었습니다. 다행히 마음에 두었던 배우로부터 출연 승낙을 받았고 30여 년 동안 이 작품을 좋아했던 열정과 연극으로 꼭 잘 만들고 싶다는 의지, ‘산울림’에서 3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라는 설렘에 용기를 냈습니다. 걱정과 달리 반응이 나쁘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아, 이방인을 이런 형식의 연극으로도 만들 수 있구나’라고 감탄할 만큼 매우 신선했습니다. 한편의 소설을 읽어주는 연극이라고 할 만큼 주인공 뫼르소의 독백이 전체 공연 분량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방대했어요. 배우가 대사를 외우는 것만도 여간 힘들지 않았을 텐데, 관객들도 지루해하지 않고 연극에 몰입하는 걸 보면 그 힘이 어디에서 오는 건지 신기했습니다.

 

원작이 지닌 힘이죠. 각색 작업 초반에는 소설 구조를 뒤집어볼까도 고민했지만 소설이 지닌 색깔을 최대한 존중하기로 했습니다. 이를 위해 까뮈의 독창적인 문체가 돋보이는 뫼르소의 독백들을 최대한 살려서 문학성을 유지하고자 했고, 또 한편으로는 작품이 지닌 내면의 연극성을 찾아내서 독백과 대화, 이야기와 행위 사이의 적절한 균형을 찾고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무대 언어들을 시도했습니다.

 

또한 제가 아무리 대본으로 잘 만들어도 결국 배우의 입을 통해 관객에게 전달되는 것이기 때문에 뫼르소의 고뇌와 갈등이 느껴지는 배우의 독백연기 힘도 컸다고 봅니다. 주인공 뫼르소역을 맡은 전박찬 배우는 이 작품으로 지난해에 제54회 동아연극상 연기상을 수상했습니다. 전석 매진과 연기상 수상 등 지난해 성과에 힘입어 올 가을 <극단 산울림> 160회 정기공연으로 또 다시 관객과 만났습니다. 물론 지난해와는 다른 모습의 연극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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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8월 21일 부터 9월 16일 까지 산울림 소극장에서 공연된 연극 '이방인' 포스터
 

극단 산울림 예술감독으로 연극을 통해 직접 관객들과 소통하고 있기도 하지만 본업은 불문학자이십니다.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많은 프랑스 희곡 작품들도 번역해 국내에 소개하는 등 프랑스 현대연극을 연구하며 대중들에게 알리는 데 앞장서고 계십니다.

 

서울여대 불문과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고도를 기다리며’를 쓴 프랑스 희곡 작가 사무엘 베케트에 대한 연구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프랑스 현대 연극을 전공하고 좋은 작품을 우리나라 관객에게 소개하고 싶었는데, 마침 대학로 극단들의 부탁을 받아 번역을 시작했습니다. 무대에 오른 첫 작품은 2004년 번역한 ‘목화밭의 고독 속에서’였죠. 어려웠던 작품이었습니다. 이번에 ‘2018 산울림 젊은 예술가 시리즈’로 진행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그동안 알베르 까뮈 ‘이방인’, 베르나르 마리 콜테스 ‘목화밭의 고독 속에서’, ‘숲에 이르기 직전의 밤’, 에릭 엠마뉴엘 슈미트 ‘수수께끼 변주곡’, ‘방문자’, ‘부부 사이의 작은 범죄들’, 야스미나 레자 ‘대학살의 신’, 엠마뉴엘 로베르 에스빠리유 ‘연기속의 그녀’ 등을 번역했습니다. 지금은 사무엘 베케트 책을 번역중입니다. 연출가로서는 2012년 ‘연기속의 그녀’(산울림 소극장)로 데뷔했습니다. 

 

세 가지 일 모두 중요하고 보람 있습니다. 대학에서 가르치고 지도하며 함께 공연했던 제자들이 연극계로 진출할 때 걱정도 되지만 뿌듯하기도 하죠. 좋은 프랑스 작품을 국내에 소개할 때 번역가로서 기쁩니다. 연출은 그 작품을 재해석하고 생기를 불어넣는 멋진 일이고요. 번역은 나와 텍스트와의 싸움이지만 연극은 배우·스텝·관객 등 모든 사람들과의 소통이 필요한 관계의 예술입니다. 교수, 번역, 연출 세 가지 일이 서로 보완관계인 셈이죠.

 

프랑스 희곡을 번역하고 연출하게 된 계기로 불문학자인 어머니(오증자)와 연극인인 아버지(임영웅)로부터 받은 영향이 크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두 분의 능력이 임 동문에 이르러 하나로 합쳐진 느낌입니다.

 

배경을 아예 무시할 수는 없었겠지만 두 분 모두 특별히 무엇을 강요하시거나 바란 것은 없었습니다. 초등학생 시절부터 어머니 손에 이끌려 아버지께서 연출하신 공연을 보러 다니긴 했습니다. 이해도 못하면서 ‘고도를 기다리며’를 보러온 초등학생이었죠. 어린 나이여서 연극을 좋아해서라기보다 그저 객석을 메웠죠. 무대에 올릴 작품을 놓고 부모님께서 함께 의논하시거나 번역, 연출 등을 함께 하셨기 때문에 연극 공연은 저나 누나에게는 집안일이자 집안행사였어요. 연극이 제게 자연스레 스며들었죠.

 

전공은 딱히 불문학을 하겠다는 생각은 없었는데 고교시절 제2외국어가 불어였고 어차피 어문계열로 진학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불문학과를 선택했어요. 졸업 앞두고 진로를 고민할 때 교수님께서 대학원 진학을 권하셨고 대학원에서 희곡을 전공했습니다. 지나고 보니 불문학을 선택한 것도, 연극을 하게 된 것도 부모

님께서 특별히 권하시진 않았지만 두 분의 사시는 모습을 보고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것 같습니다.

 

아버지는 우리나라 연극계의 대부이자 수많은 화제작을 연출하신 거장이고 어머니는 불문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이라면 갖고 있어야할 문법서의 저자이자 번역자로 유명하셨죠. 두 분의 그늘이 워낙 커서 임수현 동문의 브랜드를 갖기가 만만치 않다고 봅니다.

 

어린 시절 부모님을 보면서 왜 저렇게 힘들게 사시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대학교 3학년 때 산울림 소극장이 개관했을 때도 고생하신 부모님께선 뿌듯하셨겠지만 저는 별 감동이 없었죠. 이제 부모님께서 연로하셔서 극장과 극단을 저와 누나가 이어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몹시 부담이 되는 건 사실입니다. 극단 50년, 극장 33년 쌓아온 명성에 누가 되지 않아야할 텐데요.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 정기적으로 무대에 올리는 프로그램으로 산울림 고전극장, 산울림 편지 콘서트, 산울림 젊은 예술가 시리즈 등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산울림 고전극장은 ‘소설, 연극으로 읽다’라는 타이틀로 2013년 1월부터 시작한 산울림의 첫 레퍼토리 기획프로그램입니다. 현재 가장 주목 받는 신진단체들과 함께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수준 높은 고전 작품들을 젊고 열정 있는 예술가들의 참신하고 다양한 언어로 좀 더 쉽고, 보다 감성적으로 무대 위에서 만날 수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작품 28편을 그동안 무대에 올렸는데 올해는 셰익스피어 작품을 선보였습니다.

 

산울림 편지 콘서트는 2013년부터 제가 연출을 맡아 매년 겨울 공연으로 무대에 올리는 작품입니다. 인문학과 클래식 음악, 연극과 라이브의 만남을 통해 불멸의 작곡가들의 삶과 예술을 재조명하는 프로그램입니다. 베토벤(2013), 슈만과 클라라(2014), 슈베르트(2015), 모차르트(2016), 브람스(2017)를 올렸고 올해는 다시 베토벤을 올릴 예정입니다. 기존에 추구해 온 산울림의 색을 유지하면서 젊은 연극인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작업들을 계속해나가는 게 앞으로 제가 산울림에서 추구해야할 방향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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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산울림, 그리고 산울림 소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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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산울림은 임수현 동문의 아버지이자 우리나라 연극계 대부인 임영웅 대표가 1969년 창단했다. 내년에 창단 50주년을 맞는다. 임영웅 대표는 부조리극의 고전이자 1969년 노벨문학상 수상작인 ‘고도를 기다리며’를 1969년 한국에서 최초로 연출했다. 극단 산울림 첫 번째 작품이자 대표작으로 30년 동안 2000번 넘게 공연하고 50만 명이 관람한 대기록을 세웠다. 수많은 남성 배우들이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 역을 맡았다.

 

산울림 소극장은 임영웅 대표와 임수현 동문의 어머니인 불문학자 오증자 교수가 함께 만든 공간이다. 1985년 문을 열어, 내년에 개관 34주년을 맞는다. 오 교수가 작품을 번역하고, 임 대표가 연출을 맡아 수많은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지금은 임수현 동문의 누나인 임수진 극장장이 극장을 운영한다. 산울림 소극장은 1980년대 이후 꾸준히 여성주의 연극을 올려 중년 여성관객들을 극장으로 끌어들였다. ‘위기의 여자’, ‘딸에게 보내는 편지’, ‘담배 피우는 여자’,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엄마는 오십에 바다를 발견했다’ 등의 작품에 출연해 스타가 된 여성 배우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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