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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년지기, 오십 년지기 #2.화요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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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8-08-06 09:14 조회18,42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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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가족, 프라이스 신부님처럼 살아가다

학교·종교를 불문하고 뜻으로 뭉친 공동체

 

‘프라이스 신부님의 화요가족’(약칭 ‘화요가족’ 또는 ‘화가’)을 말하려면 작고한 프라이스(FR. Basil. M. Price) 예수회 신부님 이야기부터 해야 한다. 신부님은 1957년 한국으로 오셔서 서강대 설립에 참여하고 교수로 재직했다. 1966년 모교에 한국 최초로 노동문제를 전문으로 연구·교육하는 산업문제연구소를 설립하고 34년 동안 노동자와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노동법과 노동조합 활동, 단체교섭 방법 등을 가르치며 노동교육 뿐 아니라 협동조합 교육에 헌신하셨다.

 

신부님은 정의평화위원회 간사로서 당시 정치사회적으로 경직되고 인권탄압이 성행하던 시대에 어려움 겪던 이들을 적극 도왔다. 그래서 정권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매년 체류 심사를 받아야 했다. 2004년 9월 29일 선종하신 신부님은 용인천주교묘지 서강대 묘역에 묻히셨다. 현 화요가족 회장 정훈(70 신방) 동문이 마지막 학기에 프라이스 신부님 강의를 수강하고 깊이 감명 받아, 졸업 후에도 신부님과의 만남을 매주 지속했다. 1976년 가을이었다. 이후 정 동문이 가까운 친구 몇 명을 초대했다. 그때부터 출신 학교나 종교를 따지지 않는 모임이 시작됐다.

 

4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어지는 화가 모임의 큰 특징은 출신학교, 출신지역, 언어, 종교, 학벌, 나이 등과 무관한 회원들로 구성됐다는 점과 어떤 별도의 목적이나 이해관계가 없는 모임이라는 점이다. 생전 신부님은 “새로 들어올 회원은 가난하고 영어를 잘 하지 못하면 더욱 환영한다”라고 말씀하셨다. 실제 신앙이 없거나 타 종교인인 회원들도 많다. 신부님 생전에 화가 모임 회원은 90여 명이었고, 정기적으로 참석하는 회원은 30여 명에 달했다.

 

생신과 기일 모임, 세배 모임으로 뜻을 기려

신부님이 계실 때는 모임 이름인 ‘화요가족’에서 나타나듯, 매주 화요일 산업문제연구소 연구실에서 정기 모임을 가졌다. 간식을 나누며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영자신문이나 잡지, 영어 성경, 소설 등을 읽으며 영어로 대화했다. 신부님 선종 이후 이러한 정기모임은 중단됐다.

 

신부님 생전에는 생신(6월 18일)과 성탄절에 회원 가족들까지 모여 비정기모임을 가졌다. 신부님께서는 생신과 연말에 회원들이 드린 선물을 모두 어려운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셨다. 신부님 선종 후부터는 기일(9월 29일)과 생신을 기해 추모 모임을 갖는다. 생신 때는 로욜라 동산 동상 앞에 모여 기도 드린 후 식사하며 신부님을 추억한다.

 

지난 6월 16일에도 생신을 기념하고자 사제 네 분과 화요가족 15명이 모였다. 신부님이 좋아하시던 베일리스 술, 초콜릿, 케이크와 꽃을 바치고 생일축하 노래도 부르며 기도를 올렸다. 기일에는 용인 천주교공원묘지의 서강대 묘역을 찾아 신부님과 이웃 사제님들 산소를 참배하고 각자 준비해온 음식을 나눈다.

 

2013년부터 새해 세배모임을 평창동 공동체 ‘이냐시오의 집’에서 갖고 있다. 이냐시오의 집은 프라이스 신부님의 제자이자 신부님을 따라 한국에 오셨던 故정일우 신부님이 투병 중이셨을 때 머무르던 곳이다. 원장 신부님 승낙 하에, 원로 신부님들께 세배도 드리고 간단히 떡국을 대접하고자 모이게 된 게 벌써 5년째 이어져 오고 있다.

 

뜻깊은 ‘프라이스 신부 장학금’ 출범

화요가족에게는 잊지 못할 뜻깊은 일이 세 가지 있다. 첫째, 2005년 신부님 1주기를 맞아 신부님 추모 사업으로 동상을 제작하고, 추모집(<물처럼 공기처럼: 프라이스 신부를 말한다>)을 발간한 일이다. 둘째, 장의균(70 신방) 화요가족의 간첩죄 재심 무죄판결이다. 오로지 한국고대사 연구를 위해 일본유학을 다녀왔던 장 동문은, 간첩죄로 8년형을 복역했고 2017년 11월 13일 재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인권 탄압으로 고통받던 이들을 위무하던 신부님이 계셨다면 크게 기뻐하셨을 일이다. 셋째, 2017년 연말 익명의 초창기 선배가 프라이스 신부님 장학금을 화요가족에게 기탁했다. 장학금을 주신 선배는 정훈 회장에게 이렇게 당부했다. “익명으로 해주게. 수혜학생들에게 신부님 정신이 담긴 회고록을 읽도록 한 권씩 주게. 돈만 건네지 말고 식사자리를 만들어 소통을 이어가면 어떨까?” 다른 회원들도 십시일반 정성을 모아 2018 년 2학기부터 ‘프라이스 신부 장학금’으로 장학생을 선발하게 됐다.

 

화요가족은 공식적인 조직이나 임원은 사실상 없다. 다만 모임을 만들고 중추적 역할을 해온 정훈 동문의 역할이 매우 크다. 총무 역할을 하는 문영주(이화여대 76학번),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는 현경자(77 영문), 김은래(77 영문) 동문, 후배들 가운데는 임효진(93 영문), 이지현(95 영문), 이경진(90 종교) 동문 등이 많은 수고를 해주고 있다. 해외에 거주하는 오인환(70 화학, 미국), 민동식(서울대 70학번, 미국), 이명옥(76 영문, 캐나다), 신현선(87 컴퓨터, 미국) 동문 등도 멀리서 아낌없는 응원과 격려를 보내주는 가족이다. 총동문회 역대 사무국장들도 화요가족 모임을 아끼며 늘 지원했다.

 

누구에게나 특별했던 프라이스 신부님

프라이스 신부님과 각별했던 분들 중에 감사드리고 싶은 분들이 많다. 류장선, 김정택, 염영섭 신부는 신부님 투병생활과 선종 당시 극진하게 돌보시고 도움을 주셨던 분들이다. 신부님 곁에서 그림자처럼 챙겨주시던 민기식 신부, 신부님과 가까우셨던 박문수 신부, 오인숙(60 영문, 성공회) 사제, 그리고 신부님 1회 제자로 신부님기념사업회장을 맡아 추모행사까지 성공적으로 이끌어주신 이우진(60 사학) 전 동문회장도 화가에겐 특별히 소중한 분들이다.

 

생전에 프라이스 신부님은 화요가족 모든 회원들의 개인 가족관계, 특히 몸이 불편한 가족들을 기록해두었다가 어김없이 안부를 물으셨다. 신부님은 단순한 인사치레가 아니라 상대방 눈을 응시하며 귀 기울이고 듣고 질문하셨다. 그래서일 것이다. 신부님 선종 후 화요가족이 펴낸 <물처럼 공기처럼>에 기고한 거의 모든 필자들이 이렇게 회고하고 있었다. “신부님은 특히 나에게 특별한 분이었다.”

 

신부님 선종 이후 화요가족 오히려 늘어

화요가족이라는 모임이 42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지속되는 이유를 이번 기회에 다시 생각해본다. 회원 대부분이 서강출신이기는 하지만, 전공도 직업도 종교도 출신학교도 다른 회원들에게 한 가지 공통점과 중심점이 있으니, 바로 프라이스 신부님이다. 각자 신부님과 특별한 인연과 사연을 가지고 있는 우리는 그렇게 가족이 되었고, 신부님과 각별했던 분들이 또 화가와 인연을 맺으니 신부님 선종 후 화가 회원은 오히려 늘고 있다.

 

신부님이 평생 실천하신 인권, 정의, 평등에 관한 일관된 신념과 행동, 우리 각자에게 보여주신 진심어린 관심과 사랑, 그리고 돌아가시고 나서 더 확실히 알게 됐던 사제로서의 엄격한 생활 등. 우리는 그런 신부님이 많이 그립고 한없이 보고 싶다. 서강의 자랑이자 우리에겐 영원한 아버지, Father Price를 기억하는 한 우리 화가 모임은 지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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