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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과 정일우 신부 - #5 영화 <내 친구 정일우>에 관한 7가지 문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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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8-01-17 13:31 조회17,17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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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일우 신부는 누구? 

본래 이름이 존 빈센트 데일리인 정일우 신부는 세인트루이스대학에서 철학과 신학을 공부하고 1966년 예수회 사제 서품을 받았다. 정 신부는 한국에 들어와 서강대 교수를 하다 1973년 서울 청계천 철거민촌에 뛰어들어 80년대 상계동에서 도시빈민운동을 했다. 빈민운동가 제정구(후에 국회의원)와 1986년 나란히 막사이사이상을 받았다. 94년부터 충북 괴산에서 농민운동을 하다가 2014년 79세를 일기로 선종했다.


2. 어떤 영화인가? 

이러한 정일우 신부의 일대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로, 김동원(74 신방) 감독과 그가 대표로 있는 푸른영상, 제정구기념사업회, 예수회 한국관구 등이 공동으로 만들었다. 84분 분량의 비교적 짧은 ‘전체 연령 관람가’ 영화로 2017년 10월 26일 개봉됐다. 제작 예산은 800만 원. 영화에는 김동원 감독, 예수회 한국관구 전주희 수사, 평생의 동지였던 故제정구 의원의 부인 신명자(복음자리 이사장) 씨, 괴산에서 함께 농사를 지었던 김의열(84 종교) 동문 등 네 명이 나레이터(화자)로 등장해 ‘내 친구 정일우’에 관한 기억을 말한다.

 

3. 왜 제목에 ‘내 친구’가 들어갔는가? 

김동원 감독이 본래 생각한 제목은 ‘사람 물리치지 않는 정 신부’였다. 하지만 故김수환 추기경도 정일우 신부를 “가장 믿을 수 있는 오랜 친구”로, 충북 괴산의 한 할머니도 “내 동갑”으로 부르는 등, 많은 이들이 정 신부를 진정한 친구로 여겼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나아가 정일우 신부가 영화를 보는 모든 관객들의 친구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내 친구 정일우’로 정했다. 김수환 추기경은 정 신부의 환갑잔치에서 “나도 환갑 안 치렀는데 무슨 염치냐”라며 친근한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4. 영화 속 김동원 감독의 나레이션에서 인상적인 부분은?

“가난했기에 우린 친구가 됐다. 1988년의 나(김동원 감독)는 헝클어진 머리, 볼품없는 옷을 입은 한 신부를 만났다. 매일 같이 커피, 담배, 술로 하루를 시작하면서 ‘오늘은 또 무슨 장난을 칠까’ 궁리했던 개구쟁이, 노란 잠바를 입고 ‘노란샤쓰의 사나이’를 멋들어지게 불렀던 파란 눈의 신부는 그렇게 우리들의 삶에 스며들었다. ‘가난뱅이가 세상을 구한다’는 믿음으로 모든 가난한 이들의 친구가 됐던 故정일우 신부는 모든 것을 초월해 사랑을 나누며 예수의 삶을 몸소 실천했던 진짜 사람이었다.”

 

5. 저예산 다큐멘터리 영화인 이 영화가 극장에서 개봉된 사연은?

김동원 감독은 <상계동 올림픽>(1988년)을 찍을 때부터 ‘이 사람에 관한 다큐를 하게 될 수도 있겠다’ 생각을 막연하게 했지만, 정작 그 영화에는 정일우 신부가 등장하는 장면이 드물었다. 김 감독은 정 신부가 선종을 앞둔 무렵 짧은 추모·헌정 영상을 만들어 지인들과 나누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선종 뒤 자료를 찾다가 특히 평화방송의 영상 자료에서 많은 도움을 얻었다. 음주 장면이나 돼지 잡는 장면 등 NG컷도 많이 썼다. 이에 따라 당초 계획보다 분량이 늘어날 수 있었다. 본래는 영화 개봉을 염두에 두지 않았지만 정일우 신부를 모르는 사람들이 좋은 친구 한 명을 소개받았다고 느끼면 좋겠다는 생각에 극장 개봉을 추진했다.

 

6. 영화에서 그려지는 정일우 신부의 모습은?

흙 묻은 점퍼에 비료회사 이름이 박힌 모자에 츄리닝을 걸친 채 한국 사람보다 더 구수하고 자연스럽게 “아이고, 한잔 해야지” 하며 낮술을 찾는다. 털 달린 까만 고무신을 끌면서 츄리닝 바람으로 판자촌 골목을 어슬렁거리며 동네 아이들과 장난친다. 자신의 숙소를 거의 음주 아지트로 만들어버린 동네 청년들과 매일같이 술 마시면서 실없는 장난을 친다. 새벽같이 들이닥친 포클레인으로 한순간에 집을 잃고 천막에서 생활하는 철거민들과 고스톱을 치면서 다투기도 하고, 마이크를 쥐면 한국 사람보다 구수하게 뽕짝을 내지르기도 한다.


7. 이 영화에는 다른 많은 다큐 영화들과 달리 자막이 없다. 왜일까?

이 영화에서 자막이 사용되는 곳은 타이틀과 크레딧, 외국어 번역, 그리고 출연자들의 음성이 뚜렷하게 들리지 않을 때뿐이다. 김동원 감독은 “관객들이 좀 더 호기심을 갖고 보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에 자막을 넣지 않고 그냥 두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판단 덕분에 이 영화 속 인터뷰이들과 관객은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날 수 있다. 관객은 인터뷰이 밑에 붙은 이름과 직함이 아니라, 오로지 그들의 입을 통해 나오는 이야기를 통해서만 그들을 만나고 이해하게 된다. 사회적인 지위나 직함 같은 것이 불러내는 선입견이 끼어들 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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