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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리(73신방)동문, 공연예술 특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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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8-11-28 10:36 조회22,61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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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예술 발전을 바라는 한 예술감독의 기탄없는 지적이 쏟아졌습니다. 11월 27일 열린 신문방송학과 창립 40주년 기념 초청 특강에서였습니다.

 

네 번째 연사로 나온 김철리(73 신방 사진) 동문은 한국 공연예술의 현주소를 설명하며 단소리보다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 예술감독으로 활약하는 김 동문의 진솔한 고언(苦言)은, 그러나 큰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특히 연기자에게 필요한 자질을 언급한 대목은 귀담아 들어야 할 내용이었습니다. 김 동문은 “감성과 이성이 조화되지 않은 연기는 호연이 될 수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맹렬한 감성에 치우친 나머지 차가운 이성이 작동하지 않은 연기는 무대를 자기과시하는 장(場)으로 잘못 쓰는 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작품에 봉사하는 진정한 연기가 이뤄질 때 ‘관객과의 논쟁’이 가능한데 이성이 뒷받침되지 않은 감성만으론 부족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배우의 인문학적 소양 부족이 이성과 조화되지 않는 과잉 감성으로 표출된다”고 덧붙였습니다.

 

김 동문은 또 대사처리에 미숙한 연기자의 자성을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관객들은 좋은 연기에 굶주려 있다. 발성이 풍부하고 발음이 정확한 그러면서도 대화의 자연스러움이 묻어나는, 침묵도 언어임을 이해한 연기가 아쉽다”고 말했습니다. “연극이든 뮤지컬이든 큰 소리로만 다가서는 연기는 진실을 가장한 고등사기일 수 있다”며 “음향 디자이너는 뮤지컬에서 마이크 볼륨을 최소화해 배우 목소리가 관객에게 자분자분하게 들리게 최선을 다하는데 배우가 성량(聲量)것 소리만 지르면 될 일이겠느냐?”고 반문했습니다. “한국말을 소중하게 다루고 말의 행간과 침묵마저 고민하는 연기가 그립다. 이러한 노력을 거쳐야 연기의 생명력이 생기고 아름다움이 묻어나온다. 인문학적 소양을 다시금 강조하는 이유다”.

 

지적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김 동문이 연극연출을 못하겠다고 느낀 까닭은 연기자 부족 탓이었습니다. 한마디로 ‘늙은 배우’가 없다는 아쉬움이었습니다. 김 동문은 세계 50, 60개국의 공연예술계를 둘러보면서 ‘골치 아픈 희곡 대사를 소화할 연륜과 경륜이 느껴지는 노(老)배우의 부족’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합니다. 젊은 배우에게 흰머리 가발을 씌우고, 얼굴에 주름살을 그리는 분장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나이만큼 연기와 경험이 함께 어우러지는 노배우를 대신할 수 없다는 지적입니다.

 

일전에 배우 최불암 씨가 인터뷰에서 연기자와 나이의 상관관계를 언급한 것과 같은 맥락이었습니다. 그는 ‘고령화 시대를 그리려면 나이 먹은 배우가 필요하다. 리어왕 역은 배우가 70은 먹어야 리어왕의 고민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정작 70이 되면 몸이 안 따라가는 만큼, 해답은 50대 배우가 객관성을 가지고 70을 연기할 수밖에 없다. 70의 심정을 너무 고집하는 것도 막으면서 말이지’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김 동문은 끝으로 “제발 한국문화의 우월성을 나내듯이 주장하지 말 것”을 당부했습니다. “문화에는 특성만 있을 뿐 남보다 나은 우월성은 없다”는 지론이었습니다. “오늘 한 말 전체를 나이 먹은 사람의 헛소리로 취급하지 말고 개중 몇 가지만이라도 새겨 들어주면 고맙겠습니다”. 열정적인 강연을 한 김 동문의 마무리 멘트는 차분했습니다.


<사회를 맡은 김용수(73 신방) 모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평소 열변을 토할 때는 침이 5미터 이상 튀는데 오늘은 아주 차분하게 언급하셨군요”. 모교에서 연극을 가르치는 김용수 교수(73 신방)는 사회를 보면서 이렇게 화답해, 관객들의 미소를 이끌었습니다. 강연에 이어진 공연, 연극, 영화계 선배들과의 라운드테이블에서는 인생선배들의 조언이 잇따랐습니다. 


"연극계 경력은 떡라면 그릇수와 비례하는 만큼 힘든 생활고를 각오하고 투신하라"는 조언, 15세부터 30세까지 신문문예 시, 소설 부문에 빠짐없이 응모하다가 30세 되던 해 절필을 선언하고 희곡으로 전향한 선배는 "인생은 길다.꿈을 포기하지 말고 긴호흡으로 정진하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습니다.

또 다른 한 선배는 "재학시절 사진 동아리 활동에 열중했는데 어느 순간 사진보다 영화매체의 강렬한 힘에 이끌리게 됐다"며 "대입 수능시험을 다시 치르는 마음가짐으로 시나리오, 희곡, 단편영화에 도전해 보라"고 제안했습니다.


라운드테이블에 참여한 동문들. 오른쪽부터 이화룡(93 신방, 배우), 김동원(74 신방, 영상원 교수/푸른영상 대표), 이광훈(77 신방, 영화감독), 김철리(73 신방, SPAF 예술감독), 박상현(80 신방, 연극원 교수/연출가), 배병호(82 신방, 시나리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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