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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편지-김우종(79.영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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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유진아 작성일06-03-02 10:13 조회23,18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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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인생을 깨닫는 지금, 긴 머리칼 날리던 네가 그립다

김우종(79·영문) 에게

 

오랫동안 연락이 끊겼던 선배의 릴레이 편지를 받고 그동안 내 일상 속에는 하나의 파문이 일었다. 마치 차르르르 소리를 내며 무심히 잘 돌아가던 영화 필름이 갑자기 작동을 멈추며 뒤로 돌기 시작하는 듯한 충격이었다고나 할까, 이후 나는 몇 날을 원인모를 아쉬움과 회한 속에 보낼 수밖에 없었다.


1979년 겨울, 그 황량하고 차가웠던 서강 언덕에 홀로 올라 선배나 후배 심지어 동기도 하나 없이 나 홀로 시작했던 대학 생활, 부산에서 올라온 지방 출신 학생으로 신촌의 하숙집, 자취방을 전전하며 보냈던 시절,박정희 시대의 마지막 대학생으로서 암울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울분으로 방황하고 고뇌하며 보냈던 그 시절에 대한 기억의 파편들이 마치 화산처럼 용솟음치며 떠올랐기 때문이다. 춥고, 외로웠고, 그리웠던그 시절을 기억하며 나는 나의 릴레이 편지를 너에게 쓰기로 결심했다. 생각나는사람들이 많지만 네가 너무도 멀리 떨어져 있다는 생각에 어쩌면 죽을 때까지 대포 한잔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영영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우종이 이 친구야! 너를 처음 알게 되었던 때가 아마 3학년 때 이었던가? 별로 기억하는 친구들이 많지 않겠지만“너도 영문과니?”할 만큼 조용하고 모임이 드물었던 우리 과의 일을 같이 맡아 보게 되면서 너와 나는 그렇게 친해지고 정이 들었던 것 같다.

늘 치렁치렁한 긴 머리를 바람에 날리며 손가락을 넓게 벌려 앞에서 뒤로 쓸어 넘기던 그 멋진 모습이 눈에 선하구나. 나는 군사훈련을 받는 몸이라 숱도 적은 짧은 머리에 날릴 것도 없었던 지라 네 그 긴 머리칼이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른다.

봄 축제 기간 중에 A관 잔디밭 앞에 둘이 앉아 멀뚱하니 지나는 사람들 구경하면서연초록색 봄의 향기 물씬한 교정을 바라 볼 때에 조그만 농구장에서 파란 체육복을 입고 옹기종기 어여쁘게 피구시합을 하던 여학생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여 마치 어제 일만 같구나.

그렇다. 지금내 가슴 속에는 마치 프랑스 혁명에 참가하고 난 이후 고향 마을로 돌아와 틴턴 사원 앞에 다시 섰던 워즈워드가 그랬던 것처럼, 지난 시절에 대한 마음의 영상이 되살아난다. 삶이 주는 고통과 절망의 통과의례를 거치고 난 후“나는 이제 파랗게 펼쳐진 하늘과 그 밑을 흐르는 계곡을 배경으로 가파른 벼랑사이에 피어난 꽃의 아름다움을 본다!”라고 음유했던 그 낭만의 의미와 깊이를 이제야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되었구나.

데일리 신부님이 칠판에 크게 적어주셨던 “Oxymoron", 찬란한 슬픔의 봄처럼 문학과 인생은 그렇게 중의적이고 모순적이라는 사실에 이제는 하염없이 동의한다. 또한 플레밍 신부님이 가르쳐 주셨던 것처럼 사랑은 차가운 눈 속에 누워 있다가 봄이 되면 피어나는 장미와도 같은 것이라는 사실에도.

몇 년 전에 우연히 잘 기억나지도 않는 어떤 잡지를 보다가 네가 인도네시아에 있음을 알게 되었다. 순간, “역시 우종이구나!”하는 남모를 미소가 내 입가에 번졌었지. 체크인은 언제든 가능하지만 체크아웃은 결코 허용되지 않는 이 괴상한 호텔 캘리포니아 같은 세상에서 너는 역시 빠삐용처럼 탈출에 성공하였구나 하는 생각에 네 그 찰랑찰랑 길고 자유로웠던 머리칼이 다시 한번 떠올랐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스스로가 만든 장치들 속에 갇힌 죄수들”이라는 그 호텔의 가사처럼 혹은 “인간에겐 누구나 자기만의 지옥이 있다!” 던 이현세의 만화 <지옥의 링>에서의 카피처럼, 번뇌가 곧 도장이듯 너에게는 너만의 지옥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 곳의 수감 생활은 어떠한지 궁금하구나. 어쨌거나 네가 선택한 환경과 생활이 부디 행복한 것이기를 바라고 그러하리라 믿는다.

서울 나오는 길이 있다면 꼭 한번 연락 주렴. 1987년도나 1988년도, 그러니까 내가 신한 은행 본부에 네가 삼성에 근무할 때 무교동 골목길에서 몇 번 마주쳤던 것이 아련하게도 마지막 기억으로 남아 있구나. 다시 만나 홍대 앞 내가 자주 가는 바에서 부디 한잔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 돈 헨리 라이브 버전의 호텔 캘리포니아를 함께 들으며. . .

*박용철(79·영문) 동문은 현재 (주)아트 휘트니스 컨설팅의 마케팅 본부장/상무로 뚱뚱한 대한민국 아줌마들을 화들짝 놀래키며 아름답고 건강하게 만들어 줄 미국계 여성전용‘30 Minutes Express Fitness Club' 의 브랜드 런칭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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