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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 편지-허 균(62.영문) 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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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5-05-10 16:01 조회11,82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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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7월 필자 내외를 방문한 故프라이스, 번브락 신부님과 함께 


김지일(61.영문) 선배에게,

 

93년도 컨설팅 프로젝트로 토론토에 갔을 때에 선배의 친절한 안내를 받아 토론토타워 스카이라운지에서 시원한 맥주를 마셨었지요. 66년에 제가 서강을 졸업하여 선배와 헤어진 후 처음 만남이었고, 또 오늘날까지 오직 한번의 만남이었습니다. 

토론토에서 만난 지 12년이 되도록 소식이 끊겨 선배의 소식이 궁금하던 차, 마침 서강옛집의 릴레이 편지와 박희윤 선배(61.경제)의 도움으로, 선배의 안부도 묻고, 저의 소식도 전하게 되었군요. 또한 서강가족 62학번 동료들, 60-61학번 선배님들, 그리고 63-64 학번 동문들께도 저의 지난 39년을 조금이나마 소개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저는 66년 2월 말 서강졸업식을 마치자마자, 하루라도 빨리 군복무를 마칠 계획으로 논산훈련소로 직행, 자원입대 했지요. 그 당시는 군복무기간이 보통 30개월이었지만, 저의 경우에는 68년도 초 김신조 푸에블로호 사건으로 인하여 복무기간이 연장, 69년 2월 만 3년을 채우고서야, 제대를 했습니다. 

그 해 8월말 유학길을 떠나기 전까지 6개월간 정일우 신부님의 조교로 채용되어, 다시 한번 서강의 품으로 잠시나마 돌아오게 되었었지요. 그 당시 서강에서 강의하시던 외국교수님들 중에는 최초로, 정일우 신부님께서 한국어로 신학강의를 시작하셨습니다. 

매시간 강의를 영어로 한자 한자 써주시면, 제가 한국어로 번역해드리고, 신부님께서는 몇 번이고 연습하신 뒤 강단에서 한국어로 강의 하셨습니다. 그때의 정일우 신부님의 열성은, 제가 지금까지 살아온 29년간의 교수생활에 얼마나 큰 모범이 되었는지 모릅니다.

또 하나 우연한 사건이 있었지요. 정일우 신부님의 사무실은 C관 1충 끝 편에 있는 세 개의 교수실들 중에서 가운데 것이었고, 김태옥 교수님께서는 바로 그 옆 사무실을 사용하시고 계셨습니다. 저를 착실한 청년으로 보셨는지 69년 5월 친한 친구 분의 이화여대 출신 여동생을 저에게 소개시켜주셔서, 그 해 8월 정일우 신부님의 주례로 약혼하고 그 다음해 70년 1월 크레이튼 대학성당에서 결혼, 올해 결혼 35주년을 기념했습니다.

서강은 저의 인생의 기반을 가장 든든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신앙생활을 더욱 더 뿌리 깊게 해주었고, 예수회의 교육이념을 머릿속 깊이 새겨주어 교수생활의 귀감으로 삼아주었으며, 아내와 맞아 해후하고 우리 사이에 낳은 아들 둘이 신경외과 의사로 봉사하고 있는 기쁨과 자랑을 가져다주었습니다.

지난 3월 중순에는 버몬트 주에 거주하시고 있는 윌리엄 클리어리(퀴어리를 개명하셨음) 부부께서 저희 집을 5일간 방문하셨습니다. 오 수사님(아트 데쓸레프) 부부, 죠셉 워드 씨 부부와 저희 집에서 저녁을 나누었지요. 우리의 화제는 물론 62-66년 서강이었습니다. 춘향 뮤지컬의 노래를 같이 부르면서 방자 역을 맡았던 전준석(64.경영)동문은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궁금해하기도 했지요.

작년 7월 중순에는 프라이스 신부님과 번브락 신부님이 오마하에 들리셨었습니다. 번브락 신부님의 여전한 유머, 코 먹은 음성, 커다란 웃음소리에 비해, 프라이스 신부님은 무척이나 피로해 보이시고 식사도 아주 조금만 드셨습니다. 우리는 긴 여행 때문으로만 생각하였지만, 그때 이미 병세가 심하셨던 가봅니다. 

선배나 제가 신촌 근방에서 각각 하숙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밤늦게 까지 학교에 남아 있었고, 자주 프라이스 신부님 사무실에 들러 대화를 많이 나누었었지요. 미네아폴리스에 오실 때도, 오마하에 오실 때도, 한번도 잊으시지 않고 반드시 저희를 찾아주시고, 매해 11월이면 제일먼저 크리스마스카드를 보내주시던 고마운 사제님, 스승님, 그리고 친구 분이었는데, 먼저 하느님께 가셨군요. 무척이나 아쉽습니다.

우리가 서강 학생이었을 때는 도서관이 따로 있지 않고, A관 2층을 임시 도서실로 사용하지 않았습니까? 2층 복도가 공부방인 셈이었지요. 공부 열성파(?) 정단리, 한혜자, 최수자 동문들과 함께, 데일리 신부님의 초서, 번브락 신부님의 월트 휘트먼, 시드니 교수의 미국소설 강좌를 들으며 그 복도에서 같이 공부하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40년 전일이라니 믿어지지가 않습니다. 

이제 모두 회갑을 지내고, 머리카락이 많이 하얗게 되고, 얼굴에 주름살이 몇 개씩 접혀 있어도, 서강 4년을 생각하면, 아직도 마음은 이십 대 초반의 청년처럼 맑고 가벼워집니다. 우리 모두 그때와 같이 항상 젊게, 밝게, 즐겁게, 남은 여생을 서강의 자랑스러운 졸업생으로 보내도록 하십시다. 

 

허 균(62·영문) 동문은 현재 美네브라스카주 오마하의 크레이튼대학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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