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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시대의 장인-‘미단 떡’ 대표 김순희(78·신방) 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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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5-04-12 19:54 조회13,86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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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을 그만둔 지 만 5년이 채 안된 지금, 김순희(78·신방) 동문은 역삼동 스타타워, 명동, 서울역, 여의도등 서울 시내 노른자위 터에 4개의 매장을 직접 운영하고 있고, 주로 특급호텔에 <미단 떡>을 납품하고 있다. ‘당일 생산, 당일 판매’를 철칙으로 <미단 떡>을 생산하고 있는 공장과 네 곳의 매장에서 3 0여명의 직원들과 함께 올리는 매출은 월 1억5천만원 정도. 직장에 다니면서 아이템을 고르고 있거나, 창업을 준비 중인 동문들, 혹은 이미 창업을 한 동문들에게는 작은 성공 스토리로 귀담아 들을 만한 수준이다.

“회사를 그만두고, 사업 아이템을 찾고 있는데 많은 분들이 닭을 추천하셨어요. 그런데 저는 닭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안되겠다 싶었죠. 그러던중 평소 알고 지내던 식품 회사 회장님께서 떡을 추천해 주셨죠.”

원래 떡을 제안한 회장님의 아이디어는 가래떡이나 떡만두국 등에 쓰이는 조리용 떡을 납품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김 동문의 생각은 ‘떡의 고급화를 통한 대중화’로 이어졌다. ‘시장 떡’으로 취급되어 값싸게 인식되고 있는 ‘전통 떡’에 가치를 부여해서 새로운 감각으로 도전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겠다는 계산이었다.김치 다음에는‘떡’이 세계화 될 것이라는 믿음도 있었다.

김동문은 신라호텔에서 홍보일을 담당했던 전직 홍보 전문가였다. 또한 가장 든든한 사업 동지인 남편 조승재(78·경제)동문은 같은 호텔에서 식자재 구매를 담당했기 때문에 부부의 경력과 인맥을 합한다면 뭔가 이룰 수 있겠다는 자신이 있었다. 부부 창업인 <미단 떡>은 이렇게 탄생했다.

김 동문은 가까운 곳에서 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했다. 호텔계에 어느 정도 인맥이 있기에 주요 특급 호텔의 연회나 행사 등에 쓰일 떡을 납품하는 것이었다. 어렵게 떡을 빚는 기술자를 영입해서 제품 개발을 하고 드디어 주요 호텔의 구매 팀장을 한자리에 모아 놓고 시식회를 가졌다. 그들의 입맛에만 맞는다면 사업은 일단 성공이었다.

그러나 심사 결과는 냉정했다. 겉은 화려한데 비해 맛은 기대에 못 미친다는 것이다. 뒤에 알게되었지만 그 때 떡을 빚은 기술자는 ‘일부러’ 그랬다는 것이다. 떡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사장’을 처음부터 버릇을 들이기 위한 기술자의 ‘기술’에 당한 것. 기술자를 교체하고 호텔 조리장 등의 도움으로 제품을 개선하여 몇 개 호텔에 납품을 시작하면서 김동문은 직접 발로 뛰기 시작했다. 내노라 하는 떡 명장들로부터 떡에 대한 강습도 받았고, 공장에서 만든 떡을 직접 매장에 들고 나가 장보러 나온 아주머니들에게 ‘떡 사세요’도 외쳤다.

2000년 8월에 사업을 시작해서 2년 정도는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여기서 당하고 저기서 깨졌다. 가장 큰 문제는 사업의 핵심 자원인 떡을 빚는 ‘기술자’와의 관계였다. 김동문은 사장으로서 회사 발전의 최고 가치를 ‘고객’에 두었지만, 기술자는 그렇지 않았다. 기술자에게 중요한 것은 사장의 가치가 아니라 자신에게 익숙하고 편안한 방식의 고집이었다. 떡을 만들 때 모자를 쓰고, 생산 과정은 계량화하고, 초콜렛이나 약초를 이용해서 새로운 떡 케익을 만들어 보라는 난생 처음 듣는 이상한(?) 주문을 해대는 막무가내 사장을 기술자는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모 특급호텔로부터 주문이 왔다. 중국 고위 인사의 방한 기념 연회에 쓰일 떡을 납품하라는 것이었다. 정성껏 준비해서 납품했지만 호텔조리장으로부터 호된 질책을 받았다. 이런 식으로 하면 다음부터는 거래하지 않겠다는 경고도 받았다. 듣고 보니, 몰랑몰랑한 상태로 서로 떨어져 있어야 할 떡들이 끈적끈적하게 붙어 있더라는 것이다. 떡을 빚을 때는 수분 함량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이다. 수분이 너무 많으면 끈적끈적해지고, 반대로 너무 적으면 떡이 쉽게 말라 버린다. 아무리 계량화를 하더라도 공기 중 수분의 함량까지 계산할 수는 없는 노릇. 그래서 실제로 떡을 빚는 사람의 손끝이 중요하다. 역시 ‘기술’에 당한것.

“좀 독하게 싸웠어요. 화가 나기도 했지만 제가 세운 원칙을 접고 쉽게 현실과 타협해 버린다면 사업을 하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주방에 직접 뛰어 들어 기술자와 신경전을 벌이면서 김 동문은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고, 거래처도 끊기는 고통도 따랐지만 그럴수록 김 동문의 떡에 대한 이해는 몸속으로 깊이 새겨졌다. 떡을 알게 되면 될수록 김 동문은 기술자 ‘기술’을 부리지 않도록 통제할 수 있는 혜안도 생기게 되었다. 비로소 떡에 대해 눈을 뜨니 새로운 시장이 보이기 시작했다.

김 동문은 직접 소비자를 상대로 하는 매장을 운영해 보기로 했다. 보기 좋고,맛 좋은 떡을 생산하는 실력은 호텔 납품을 통해 검증을 받고 있으므로 이를 토대로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것이었다. 매장 1호점은 한국 최고의 오피스 빌딩인 역삼동 스타타워로 정했다. 정했다기보다는 사실 우연히 그렇게 되었다. 스타타워에 입주한 회사에 떡을 납품하러 갔다가 우연히 ‘임대’ 안내문을 읽고 문득 ‘여기다’싶은 생각이 든 것이었다.

“스타타워에 매장을 내면 입주한 회사에 납품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젊은 직원들에게도 신세대 감각에 맞춘 떡이 통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김 동문은 매장 오픈 준비를 하며 ‘떡집’에 CI(Corporate Identity, 기업이미지 통합) 개념을 도입했다. 신라호텔 재직 시 친분이 있던 국내 굴지의 CI 전문업체에 떡집의 이름과 로고, 패키지, 포장지, 명함 등의 시각물을 의뢰했고, 광고 사진 전문업체에 떡 제품 사진을 맡겼다. 사진만 봐도 ‘이 떡은 시장에서 파는 보통 떡이 아니겠구나’하는 생각을 저절로 갖게 하는 감각적이고 세련된 제품 사진 촬영에는 푸드 스타일리스트까지 동원됐다. 몇 백 만원을 투자해 떡을 담는 조그만 패키지의 몰드도 새로 개발했다.

“처음 일을 해달라고 말했을 때, 그분들은 웃었어요. 떡집 만드는데 무슨 CI냐고요.”

‘떡집’에 대한 편견은 스타타워에 입주할 때부터 있었다. 우리나라 최고의 빌딩에 ‘웬 떡집이냐’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미단 떡>은 오히려 스타타워의 가치를 더욱 높여주고 있다. 최고, 최첨단빌딩과 전통을 현대화한‘떡’이 어울려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미단 떡>의 마케팅 성공에는 김 동문이 직장에서 홍보를 담당했던 이력이 톡톡히 작용했다. 한자로‘米丹’이라고 쓰는 ‘미단’은 쌀로 만든 영약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업체로부터 이 브랜드를 제안받았을 때 김 동문은 미국, 일본, 유럽에 살고 있는 지인들에게 해당 언어로 발음했을 때 문제는 없겠냐하는 것까지 문의할 정도로 주도면밀함을 보였다. 기자들이 기사화할 수 있을 만한 이야기를 만들어 직접 보도자료를 쓰고 기사화를 유도한 것은 물론이다.

<미단 떡>의 홈페이지 (w w w.e-midan.com)에 가보면 체인점 개설 문의를 쉽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러나 김 동문은 아직 체인점 사업에는 관심이 없다. 체인점 사업은 가맹점을 모집하고, 교육하고, 식자재를 공급하는 등의 지원시스템이 완벽해야 하는데 그럴 역량이 아직은 부족할 뿐만 아니라 체인점으로는 <미단 떡>의 맛과 이미지를 지켜나가기 어렵겠다는 판단이다.

대신 김순희 동문과 조승재 동문이‘찰떡 궁합’으로 함께 이끌고 있는 <미단 떡>은 세계로 나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명동에 오픈한 <미단 떡>이 그 전초기지이다. 명동점 고객의 70%는 이미 일본인이 차지하고 있다. 한류 열풍을 타고 일본에서 취재나온 기자들은 ‘명동에서 가볼 만한 곳’으로 <미단 떡>을 추천하고 있다.

납품사업에서 매장사업으로, 이제 다시 해외사업으로 <미단 떡>은 쭉쭉 뻗어가고 있다. 사업 경험도 없었는데 어쩜 이렇게 똑소리 나게 사업을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김순희 동문은 이렇게 대답하며 환하게 웃는다.

“한 번 발 담갔는데 다시 뺄 수 없잖아요?”

글/사진 조광현(88·경제) 디지털미디어리서치 대표·본보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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