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HOME > 새소식 > 동문소식
동문소식

릴레이 편지-서정호 명예교수님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5-03-15 12:05 조회10,358회 댓글0건

본문

박희윤(61.경제) 동문에게


뜻밖에 LA거주 박정일 동문으로부터 릴레이 편지를 받았습니다. 동문끼리 주고받는 편지인줄로만 알았던 터라 좀 당황하고 그러면서도 무척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년하고 칩거한지 십년에 가깝고 이제는 추억속의 인물들로 치부한 사람들이라 그 감회가 더 진했습니다. 편지를 받았으니 동문 중 누구에겐가 편지를 써야 한다는데 그 많은 친구들 중에서 누구에게 편지를 써야할지 고민 아닌 고민이 생겼어요. 정들었던 초기동문들-안우규, 김진헌, 최창섭, 안철, 이우진, 정우식, 박희윤, 김암, 변원지, 장시춘, 이한일, 최일성, 정경숙.....

끝도 없이 떠오르는 그리운 이름들이 되살아나서 반가웠고 나하고는 특별한 인연으로 맺어져 있음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더해서 내가 소속했던 정치외교학과와 법학과 졸업생들과의 학과 창설이래의 짙은 인연과 애정이 주마등처럼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고민 끝에 나에게는 의욕과 꿈에 부풀었던 행복한 시절이기도 했고 또 고뇌하던 시절이기도 했던 한일회담 반대데모가 한창 일 때 같이 울고 웃던 당시 학생회장이던 박희윤 동문에게 편지를 쓰기로 마음을 정했습니다.


박희윤 동문! 그 시절은 참 암울한 일이 많았지요. 좌절하기 일쑤였던 때였지만 학생들은 그 기개가 당당했고 그때 학생처장이던 나는 대책이 없었습니다. 학생들의 희생을 줄이는 것이 당면의 목표였습니다. 박동문은 그때 며칠이 멀다하고 국무총리나 교육부장관실에 쳐들어가서 회담 반대 연좌데모를 했고 그때마다 그쪽 비서실에서는 학생회장을 데려가 달라는 닦달을 받아 그 곳에 당도하면 무술경관들이 호위하고 나오는 당신을 인수하던 일이 기억에 생생합니다. 유신 때에 비해보면 그때는 낭만이 아직 남아있었지요. 그때 무렵 나는 아직도 이상에 목마른 젊은 교사였지만은 이상론만 펼 수 있는 처지가 전혀 아니어서 학생회장이던 당신과 대립하기 일쑤였던 일도 기억합니다. 나는 당신에게 이상을 배반하지 않고 살되 그러나 현실과 조금은 타협하여 미래를 지향하는 지성도 잊지 말라고 무리한 충고를 했던 일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졸업 후에 박동문은 군인으로 월남에도 다녀왔고 제대하여 취직해서는 성공적인 사회생활을 통해서 이룬 바가 컸습니다. 모교사랑으로 학교에 돌아와 법인 이사직과 법인 사무국장직을 연이어 맡아 서강 대학 발전에 헌신하였으니 박 동문 이야말로 '영원한 서강 사람' 이라고 해야 할 것이요, 또 동문회장을 맡아서는 초기 동문회의 초석을 놓아 그 공이 큰 것도 잘 안답니다. 잊을 수 없는 일은 내가 일본 상지대학에 가 있을 때 박 동문이 동경 출장을 왔다가 찾아주어 한때를 즐겁게 보낸 일이고 그때 동창회장을 맡았던 당신은 재정문제로 악전고투 중이었는데 입학생 등록 때 동문회 입회비를 미리 받을 수 있다면 큰 도움이 되겠다고 했는데 신입생이 동문회 입회금을 내는 것이 이치에는 좀 맞지 않지만 궁여지책이라 그 후 귀국하여 총무처장을 맡으면서 총장 데일리신부님과 교무회의에 호소해서 그렇게 하기로 했던 일은 잊을 수 없습니다.

옛날의 추억이 되어버렸지만 한없는 사연들이 꼬리를 물고 되살아나는군요. 이제 나이 70여세를 넘긴 처지에도 그 시절의 아련한 추억들이 있어 회상하는 일이 늘 행복합니다. 요즈음 나는 번잡한 일은 피하면서 삽니다. 시간 되는 대로 산에 자주 가는데 오늘의 모든 일은 오게 될 일의 시작이고 오늘 일어나는 일 또한 그 길을 따라가고 있음으로 완성된 일이란 영원히 없는 것이 아닌가 골똘히 생각하며 다닙니다. 회고하면 행복했던 일도 많지만 못지 않게 뉘우치고 한스럽고 또 죄지어서 용서 받아야할 일들이 있습니다. 돌이킬 수 없는 일들이지만 이제는 삶을 마칠 때까지 통회하며 보속할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부디 하는 일들이 순탄하게
이루어지고 가족과 함께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바라고 빌면서 이 편지를 맺습니다.

 

P.S. 이 편지를 쓰는 동기를 제공한 박정일 동문에게 행운이 있기 바라면서 몇년 전에 L A에서 못 만난 것은 통화했던 다음날 바로 귀국해야 했던 나에게 더 큰 탓이 있었음을 기회가 있으며 잘 전해주세요. 옛날 친구들의 행운을 빕니다.

 

서정호 법학과 명예교수는 모교 학생처장과 부총장을 지냈으며 현재는 모교 재단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게시물 검색

 


COPYRIGHT 2007 THE SOGANG UNIVERSITY ALUMNI ASSOCIATION ALL RIGHTS RESERVED
서강대학교총동문회 | 대표 김광호 | 사업자등록번호 : 105-82-61502
서강동문장학회 | 대표 김광호 | 고유번호 : 105-82-04118
04107 서울시 마포구 백범로 35 아루페관 400호
02-712-4265 | alumni@sogang.ac.kr
개인정보보호정책 / 이용약관 / 총동문회 회칙 
[상단으로]
PC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