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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살리는 서강농부들2 - 강원 평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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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4-12-09 15:05 조회19,11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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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평창
김정기(84 사학) 동문

“연봉은 매년 오르는데, 나는 시들어가고 있었다.” 얼마 전 어떤 기사에서 전직 엔지니어가 밝힌 귀농(歸農)의 이유다. 언젠가부터 귀농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서강동문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다는 것이 무엇을 뜻하고, 또 어떻게 살 지는 대부분 감감하다. 그래서 서강옛집이 나섰다. 문경, 평창, 아산에서 각기 다른 방식으로 생명을 일구고 있는 서강농부들을 만났다. 서강농부들이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귀농의 모든 것!

“아빠가 닭을 왜 해?” ‘닭치는 농부’의 인생 후반전

가을날의 여행길은 높고 푸른 하늘 속으로 끝없이 뻗어나간다. 투명한 햇살이 차창에 부딪히며 춤을 추고 노변풍경은 반짝반짝 이채를 띤다. 나뭇잎 예쁘게 물든 산길을 오르락내리락 지나자 고랭지 배추밭이 광활하게 펼쳐진다. 여기서부터 강원도 평창의 해발 700미터 고원지대다. 다시 오솔길을 따라 막다른 골짜기에 이르면 반가운 팻말이 나타난다. ‘닭치는 농부’ 김정기(84 사학) 동문의 백봉오골계 농원이다.

입구에서 김 동문이 반갑게 손님들을 맞아들였다. 농장에 들어서자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축사 주변 진입로와 시냇가에 흩어져 부리로 흙을 파헤치는 ‘하얀 오골계’다. 차가 들어오는데도 아랑곳없이 먹이를 찾는 데 열중하고 있다. 흔히 떠올리는 닭의 이미지와 딴판이다. 풀어놓고 키워서 그런지 기가 보통 센 게 아니다. 이 때문에 차가 오도가도 못하자 재미있다는 듯 지켜보고 있던 김 동문이 녀석들의 정체를 밝혔다.

“백봉오골계(白鳳烏骨鷄)라는 닭입니다. <고려사절요>에 따르면 신돈이 보양식으로 이 닭을 즐겨 먹었다고 해요. 예로부터 간/신장/혈관 질환, 기력고갈, 부인병의 약재로 써온 귀한 닭이죠. 흔히들 오골계 하면 털도, 뼈도 시커먼 닭이라고 생각하는데 <동의보감>에는 ‘백모오골(白毛烏骨 : 털은 하얗고 뼈는 검은 닭)이 약효가 좋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사학과 출신답다. 사료를 근거로 들며 막힘없이 술술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어찌 보면 백봉오골계는 역사가 보증하는 영양만점 아이템이다. 콜라겐이 풍부해 피부미용에도 좋고, 불포화지방산은 성인병을 예방해준다. 김동문은 닭에 대해 좀 더 설명해도 되냐고 양해를 구했다. 눈빛이 초롱초롱 빛난다.

“닭도 사람과 마찬가지입니다. 행복한 닭이 건강한 달걀을 낳죠. 원래 야생 닭은 흙이 없으면 못 살아요. 이렇게 산골짜기에 방사해서 야생의 습성대로 키우면 아무래도 스트레스를 덜 받습니다. 좁은 케이지에 갇힌 채 잠도 못 자는 병약한 산란계와 비교할 수 없죠. 달걀도 마트에 나오는 것보다 맛과 영양이 월등할 수밖에요.”

‘백문(百聞)이 불여일식(不如一食)’이라고 했다. 그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침이 꼴깍 넘어갔다. 김 동문이 날달걀 몇 개를 가지고 와서 시식을 권했다. 식감이 끈적끈적 한 게 진한 풍미가 전해진다. 먹고 난 다음에 남는 고소한 뒷맛도 일품이다. 만화처럼 감별사 흉내를 내자면 흙장난을 치고 풀밭을 뒹구는 ‘야생의 맛’이랄까.

초짜 농부가 먹고 사는 법

농가 안은 펜션처럼 널찍했다. 김정기 동문이 이 집을 마련한 것은 나이 마흔으로 접어든 지난 2004년의 일이다. 그는 대학 졸업 후 남들처럼 직장도 다니고 사업도 벌이면서 정신없는 나날을 보냈다. 귀촌(歸村)의 발단은 30대 초반에 작성해 본 버킷리스트였다. 마흔 살이 되면 가족이 살 집을 손수 지어보고 싶었단다. 김동문은 내심 평창, 횡성, 홍천을 후보지로 정하고 땅을 물색했다.

“처음에는 닭을 치거나 농사짓겠다는 뜻이 없었습니다. 그저 아내와 아이들을 위해 시골에 집을 짓고 싶다는, 40대의 로망 같은 거였죠. 최종적으로 여기 와보고 나서 실행에 옮겼습니다. 이 집은 자연 그대로의 휜 재목으로 기둥을 세우고 창을 달았어요. 제가 직접 나무 깎고, ‘빼빠질’ 하고, 흙을 발랐습니다. 그렇게 1년 만에 집을 완성했죠.”

그런데 막상 집을 짓고 자꾸 오가다 보니 스멀스멀 딴 마음이 생겼다. 도시에서의 소모적인 삶을 접고 이곳에 뿌리를 내리면 어떨까, 하는 바람이 고개를 든 것이다. 단, 막연하게 농사짓겠다는 것은 아니었다. 현실적으로 농촌도 먹고살기 힘들다. 귀농도 좋지만 먼저 확실한 소득원을 준비해야 한다는 게 김 동문의 생각.

“저는 농사를 지어본 경험이 없어요. 게다가 이 동네는 논농사가 아예 어렵고 밭농사나 조금 하는 곳입니다. 다들 저더러 농사짓지 말라고 말렸습니다. 남들 하는 걸로는 답이 안 나왔어요. 희소가치가 있고 차별화 된 아이템이 필요했습니다. 누구에게 권하더라도 자신 있는 것 말입니다. 결론적으로 낙점한 게 바로 백봉오골계였죠.”

아이템을 결정했지만 갈 길은 멀었다. 당장 아이들이 “아빠가 닭을 왜 해?”라며 고개를 갸웃했다. 넥타이 매고 출퇴근하던 아빠가 갑자기 닭을 치겠다고 하니 이해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아내인 박영자(85 사학) 동문도 처음에는 반대했다. 닭은 좋지만 어떻게 판매할 거냐고 했다. 옳은 지적이었다. 달걀의 경우 제때 팔지 못하면 금방 유통기한이 지난다. 소규모로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어디 납품할 여건도 못 된다.

“고심 끝에 직거래 원칙을 세웠어요. 농축산품은 유통마진이 끼어버리면 남는 게 없습니다. 소규모 납품이라도 유통업체가 최소 30~40%의 이문은 챙기거든요. 그 부담은 고스란히 생산자가 떠안아야 합니다. 뼈 빠지게 일하고 적자를 보는 일이 허다하죠. 그래서 저 같은 생산자가 살아남는 방법은 직거래밖에 없다고 본 것입니다.”

그는 직거래를 염두에 두고 열심히 계산기를 두드렸다. 소비자의 평균 구매금액이 3만 원이라고 쳤을 때, 단골고객 100명만 확보하면 버틸 수 있으리란 예측이 나왔다. 이 셈법을 가지고 주위에 자문도 구했다.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일단 매출 1억 원부터 찍어보라고 격려하는 선배도 있었다. 확신을 가진 김 동문은 가족에게 양해를 구하고 충주의 백봉오골계 위탁사육농장으로 찾아갔다. 이 농장에서 7개월간 병아리를 분양받아 키우고 달걀과 고기의 생산 방법을 습득할 수 있었다.

2010년 10월 그는 평창 집에 축사를 짓고 닭을 치기 시작했다. 예상했던 대로 초창기에는 고객확보가 힘들었다. 그러나 홈페이지(www.silky.kr)를 만들고 지인들의 도움을 받으며 하나둘 늘 려나갔다.

100명의 단골고객은 1000명의 가치가 있다

만 4년이 지난 지금 김정기 동문은 백봉오골계 1000마리로 억대 매출을 기록하는 농부가 되었다. 선배가 언급한 연매출 1억 원은 지난 2012년에 진즉 넘어섰다. 그는 달걀뿐 아니라 종란, 병아리, 고기 등을 생산해 수입을 올리고 있다. 또 신장, 방광, 전립선에 약효가 있는 계분백(닭똥의 하얀 부분)과 암 치료에 쓰이는 맞춤 닭으로 짭짤한 부수입도 거둔다.

요즘 김정기 동문은 매일 우체국에 다녀온다. 오전에 나온 달걀을 그날 안에 배송하는 것이다. 우체국 택배가 통상 다음날 도착한다고 봤을 때 고객 입장에서는 전날 생산한 달걀을 먹게 되는 셈이다. 유통기한은 30일이지만 생산일은 알기 어려운 시중 달걀과 차이가 크다. 이것은 고객을 관리하는 데 매우 중요한 시스템이라고 한다.

“제가 지금 단골고객이 100여 명입니다. 이 분들이 매달 정기적으로 주문하세요. 원래 생산자에게 가장 큰 문제는 수요를 예측할 수 없다는 겁니다. 그런데 저희 시스템은 ‘예측판매’가 가능해요. 이건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엄청난 메리트입니다. 생산자는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품질을 높이고, 소비자는 더좋은 상품을 때맞춰 제공받아요. 그런 의미에서 제 고객 100명은 1000명의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김 동문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짧은 기간의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멀리 내다보며 새로운 계획을 세웠다. 그는 최근 ‘닭치는 농부의 건강한 밥상’이라는 밴드를 만들었다. 이웃주민들이 생산하는 농작물을 같이 팔아주기 위해서다. 일교차가 큰 해발 700미터 고원지대의 배추, 더덕 등은 맛이 뛰어나다. 또 내년부터는 표고버섯 재배에도 직접 나설 예정이다. 이 표고버섯과 백봉오골계를 재료로 쓰는 죽공장 설립이 목표란다.

이러한 계획들을 실현하기 위해 김 동문은 신개념 작목반을 구상 중이다. 일반적으로 농촌에서 작목반은 생산자끼리의 협업방식으로 운영된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다르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작목반을 하자는 것이다. 소비자가 수확기에 농사체험도 하면서 생산과 판매에 관여해야 비로소 가정의 밥상이 건강해진다는 논리다.

“소비자가 인터넷을 검색하고 마트에서 두 눈 부릅떠도 누가 어떻게 생산하는지 모르면 말짱 도루묵이에요. 건강한 먹거리는 생산자만의 몫이 아닙니다. 소비자도 생산자와 함께 농사를 지어봐야 해요. 그럼 신뢰할 수 있고 제값 줘도 아깝지 않을 걸요. 또 판매가 결정되고 누가 먹는지 알면 생산자도 대충 할 수 없습니다. 품질이 올라가겠죠? 이런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싶어요. 그래야 건강한 밥상이 차려집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더니 김 동문의 아이들도 아빠를 다시 본다. 한번은 딸내미 학교에 달걀을 보낸 적이 있는데 선생님이 맛있다며 감탄했다고 한다. 딸이 기뻐했음은 물론이다. 아마도 하고 싶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아빠가 자랑스럽지 않을까. ‘닭치는 농부’로의 변신은 그의 ‘인생 후반전’을 값지게 만들고 있다. 아쉬운 작별에 앞서 마지막으로 김정기 동문에게 공식질문을 던졌다. 김 동문에게 농사란?

“넓게 보면 닭도 농사죠. 달걀 생산하려면 1년은 키워야 하니까. 농사, 도전해볼 만한 일입니다. 처음에는 힘듭니다. 최소 2~3년은 고생해야 자리 잡을 수 있거든요. 그런데 알고 보면 시골에 틈새시장이 많습니다. 무엇보다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고 공기 좋은 곳에서 10년, 20년 더 산다면 그건 경제적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 아닐까요? 직장생활을 계속했다면 이런 만족감을 모르고 살았을 겁니다.”

‘닭치는 농부’의 백봉오골계농원 - 김정기 동문
취급품목 - 달걀
휴대전화 - O1O-9483-4146
이메일 - silky6509@naver.com
홈페이지 - www.silk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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