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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는 서강인 #2 고규홍(79 국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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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8-10-12 15:55 조회22,45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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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여행에서 나무인문학으로

나무에서 깨달음을 얻고 나무를 찾다

바쁜 걸음을 멈추고 무작정 떠나기

고규홍(79 국문) 

 

천리포 수목원에서의 특별한 깨달음 

1999년 가을입니다. 별 대책 없이 12년 동안의 일간지 기자 생활을 뒤로 하고 무작정 서울을 떠난 때였지요. 철저하게 무위도식하려는 마음으로 소지품도 얼마 챙기지 않은 채 숨어든 천리포수목원에서 나는 한 달 반을 보냈어요. 한없이 달콤한 생활이었습니다.  

 

해 저물녘이면 수목원 앞 해변에서 지는 해를 바라보며 ‘해 떨어지는 모습을 보기 위해 마흔 네 번 씩이나 의자를 옮겨 앉으며 슬픔을 곱십었던 어린 왕자’를 떠올리곤 했습니다. 그렇게 달콤한 시간의 흐름 속에 천리포에도 겨울이 왔습니다.

 

한 겨울의 목련 앞에서 나는 시간이 한 순간 멈춰버렸든가 아니면 나무의 시간과 사람의 시간이 뒤범벅됐다는 생각을 하게 됐지요. 나무 위 한 송이의 꽃 앞에서 내가 속해있는 세상의 모든 시간, 그리고 늘 마감 시간에 쫓기듯 몸이나 마음이 모두 숨차게 달리기만 했던 시간들이 완전히 멈춰버린 것 같았습니다.

 

누구보다 먼저 봄을 알리는 목련 꽃이 겨울 한 가운데에서 불끈 솟아났다는 것은 그때까지 아침에서 점심, 저녁으로, 봄에서 여름 가을 겨울로 이어지는 단선적인 시간 개념밖에 알지 못했던 내게 완벽한 놀라움이었습니다. 그 동안 내가 알았던 시간의 질서라는 게 무참하게 깨져나가는 듯했습니다. 이 한 순간의 깨우침이 내가 지금 나무와 함께 하는 삶을 향해 한걸음씩 내딛게 된 첫걸음이었습니다.

 

세상의 모든 곳에서 나무와 만나다

그 겨울부터 나는 나무와 사람이 함께 가는 길을 찾아 헤매기 시작했습니다. 식물학을 공부한 적은 없었지만 나는 나무의 아름다움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또 향긋한 꽃내음에 감춰진 나무들의 살림살이와 나뭇가지 위로 뭉툭하니 솟은 옹이 속에 배어든 사람살이의 깊은 속내를 들여다보고 싶었습니다.

 

나무는 수목원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붉게 물드는 단풍은 아이들 노는 소리 가득찬 동네 초등학교 운동장에도 있었고, 아파트 단지 안에서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산과 들, 심지어는 도심 한복판을 가리지 않고 나무를 찾아다녔지요. 사람살이의 자취가 담겨있을 나무를 찾아 온 거리를 헤매고 다니다가, 우연히 만나게 되는 거리의 큰 나무들은 내게 더 없이 큰 기쁨이었습니다.

 

나무편지, 나무강좌, 나무답사, 그리고 나무인문학

20년 전까지는 신문사 기자 일을 했고 1999년부터는 지금까지 이 땅의 큰 나무를 찾아다니고, 나무에 담긴 사람살이의 무늬와 향기를 글과 사진으로 엮으며 삽니다. 그러다 보니 저를 소개하는 분들이 ‘나무칼럼니스트’라는 이름을 붙여주었고, 최근엔 ‘나무인문학자’라는 이름으로 불러주십니다. 매주 적어도 한 그루 이상 나무를 찾아봅니다만, 한 해 약 4만~5만 킬로미터 정도 길 위에 오릅니다. 나무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나무편지’입니다. 제 홈페이지 솔숲닷컴 http://solsup.com을 통해 적어도 한 주에 한 통 이상 나무 이야기를 적어 편지 형식으로 띄웁니다. 2000년 5월부터 지금까지 19년 동안 한 주도 빠짐없이 이어왔습니다. 원고료 주는 사람도 없고, 안 쓴다고 독촉하는 사람도 없지만요.

 

둘째는 ‘나무강좌’입니다. 내가 사는 동네인 부천 원미구 상동에서 시민으로서 지식 나눔의 형태로 지난 해 봄부터 재능기부 형식으로 시작한 월례 강좌입니다. 다달이 둘째 주 수요일 오전에 진행하는 이 강좌에는 120명 참가자들과 함께 나무 이야기를 나눕니다.

 

셋째는 2년 전부터 시작한 ‘나무답사’가 있습니다. 홈페이지 독자들을 일정 숫자 모집해서 답사하는 프로그램인데, 국내와 국외 각각 봄과 가을 두 차례씩 진행합니다. 해외 답사는 여행사 하나투어에서 ‘고규홍과 함께 하는 생태 트레킹’이라는 상품을 만들어 함께 진행합니다.

 

최근에는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생태에 대한 관심에 따라 외부 강연도 많이 합니다. 그밖에 충남 태안 천리포수목원의 이사직을 맡고 있으며, 한림대와 인하대 겸임교수로 언론정보학 관련 강의를 합니다. 지난 해 가을부터 모교 평생교육원에서 ‘나무 인문학’ 강좌를 맡았습니다.

 

바쁜 걸음을 멈추고 무작정 떠나는 여행

한두 곳을 추천하긴 어렵지만 가장 최근에 다녀오기도 했고, 나무 그 자체 뿐 아니라 풍광과 분위기를 모두가 좋아할 수 있을 만한 곳으로 ‘제주 평대리 비자나무 숲’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여행에 특별한 노하우는 없습니다. 그저 짬나는 대로, 무작정 떠난다는 것입니다. 나는 여행을 위해 별다른 준비를 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20년, 이제는 지나는 길마다 어디쯤에 어떤 나무가 있는지 대강 알지요.

 

그래서 바쁜 걸음을 잠시 멈추고 아는 나무를 찾아가 안부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찾아다닙니다. 늘 혼자 다니기 때문에 밥 먹는 게 좀 서툴러요. 대개는 기사식당처럼 혼자 들어가 먹기 편한 식당이 나오면 무조건 들어가 먹지요. 그런 식당이 눈에 띄지 않으면 하루 정도는 그냥 굶고 지내는 게 익숙해졌습니다. 굶는 게 노하우라 할 수 있을까 모르겠네요.

 

해외여행을 우선시하는 여행 문화가 아쉬워

한 동안 문화재 탐방 여행이 유행했지요. 그런 여행 문화가 사라진건 아니지만 최근엔 일반인들의 여행 방식이 참 다양해졌습니다. 그런 가운데에 자연의 의미를 탐색하려는 생태 관광이 늘어난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제 활동 가운데 ‘나무답사’가 빠른 시간 안에 모집이 완료되는 것만 봐도 체감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해외여행을 우선시하는 듯한 여행문화는 조금 아쉽습니다. 굳이 우리 국토를 사랑하자는 식의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라, 국내의 아름다운 곳을 먼저 찾아보는 여행을 바탕으로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입니다.

 

여행은 꼭 새로운 곳을 찾는다는 데에 목적이 있는 건 아닙니다. 자기로부터 떠나 새로운 자기를 찾는 것에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찾아볼 수 있는 특별한 풍광에 비해 별다를 것 없는 외국 풍광을 대단한 것처럼 이야기하는 경우도 볼 수 있어요. 그만큼 대단한 풍광이 우리 안에도 있다는 걸 알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고규홍 동문 주요 저서

『나무가 말하였네: 옛시』(마음산책, 2018)

『도시의 나무 친구들』(다산기획, 2017)

『슈베르트와 나무』(휴머니스트, 2016)

『도시의 나무 산책기』(마음산책, 2015)

『천리포수목원의 사계』

(봄․여름편, 가을․겨울편, 휴머니스트, 2014)

『고규홍의 한국의 나무 특강』(휴머니스트, 2012)

『천리포에서 보낸 나무편지』(아카이브, 2011)

『동행: 나무 사진첩』(올림,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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