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木 흰꽃과 ‘임태순 교수 장학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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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4-03-18 09:49 조회9,131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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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2일 저녁 동문회관에서 열린 1학기 장학증서 전달식에선 예년보다 더한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고(故) 임태순 교수(물리학)의 부인 한길우 여사가 조근조근한 목소리로 ‘남편 이름의 장학금’ 조성에 고마움을 전하는 ‘훈훈한 인사말’(아래 全文) 덕분이었습니다.
학창시절 받은 스승의 은혜에 보답하고자, 은사의 함자를 따 장학금 1억원을 조성한 제자 이상인(77 전자) 동문의 선행은 미담(美談)이었습니다. 태평양 건너 미국에 거주하면서도 스승의 자상한 제자사랑을 잊지 않았고, 은사에게 받은 내리사랑이 고스란히 후배에게 전달되도록 실천했습니다.(*<서강옛집> 397호 6면 인터뷰 기사 참조)
더욱이, 이 소식이 전해지자, 장학증서 전달식에 몸소 찾아와 감사를 표하고, 장학생들을 격려한 사모님과 그 자녀들의 정성 또한 감동적이었습니다. ‘사람에 대한 배려’ ‘가족적인 사제(師弟) 관계’를 소중히 여겨온 서강의 진면목이 오롯하게 살아났습니다. ‘감동적인 인사말’을 들으면서 촉촉해진 가슴은, 연설이 끝나자 금방 훈훈해졌습니다. 행사장에 모인 장학금 기부동문과 장학생 120여명은 우레 같은 박수로 화답했습니다.
고(故) 임 교수의 가족은, 그야말로 ‘서강가족’이었습니다. 2남 1녀, 사위 모두 동문이었습니다. 임철빈(83 화공), 임경빈(88 생명) 두 아들과 임영아(79 신방)-나운봉(76 신방) 동문부부 모두 참석해서, 선친 이름의 첫 장학금을 받은 후배들을 격려했습니다. 직계가족뿐만 아니라 임 교수의 여동생 부부도 자리를 함께 해 가족애(家族愛)를 더했습니다. 자녀와 조카는 학생들의 학업을 돕는 데 쓰라며 1100만원을 보탰습니다.
한 여사는 인사말에서 “26년 전 돌아가신 교수이름으로 장학금을 조성하다니…, 세상에 이런 일이! 참으로 놀랍고 감동이었다”며 “남편도 하늘나라에서 기쁘고 대견해 하고 행복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장학생들에게는, 어려워도 힘을 내 학교생활을 잘 마칠 것과 사랑받은 몇 배로 후배들을 사랑하는 선배가 되기를 당부했습니다.
한 여사는 또, 남편이 별세한 해부터 26년간 한 해로 거르지 않고 스승의 가족을 찾아준 이승훈(79 물리) 동문에게 고마움을 전했습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위성탑재체 분야에서 일하는 이승훈 동문은 <서강옛집>에 실린 ‘장학금 조성 기사’를 보고, 스승의 가족을 찾는 이상인 동문에게 사모님의 연락처를 전해, 학수고대하던 통화가 성사되므로써 ‘소중한 인연’이 맺어지게 도왔습니다.
<인사말>
서강가족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만나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사실 저는 이 자리에 설 자격이 별로 없는 사람입니다. 저의 남편이 서강대학교에 근무하다가 1988년에 심근경색으로 갑자기 하늘나라로 떠난 후로 서강과의 거리가 멀게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뜻밖에 지난 2월 <서강옛집>에 실린 기사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전자공학과 77학번 이상인 씨가 ‘고(故) 임태순 교수 추모장학금을 신설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26년 전 돌아가신 교수이름으로 장학금을 조성하다니! 세상에 이런 일이! 참으로 놀랍고 감동, 또 감동이었습니다. 동시에 가족으로서 아무 한 일이 없어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며칠 후 이상인 씨 부부와 통화가 됐고, “옛날부터 여유가 생기면 꼭 교수님 장학금을 만들려고 했는데 얼마 전 이를 실천에 옮길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는 고마운 말을 들었습니다. 사실, 지난 설날 무렵에 집에서 10년을 키운 행운목이 하얀 꽃을 피우더니, 며칠 동안 그 향기가 온 집안을 가득 채워서 무슨 좋은 일이 생기나 궁금했는데, 이 기사를 보고나서, 아! 바로 이렇게 기쁜 소식이었구나 생각했습니다. 교수님도 하늘나라에서 얼마나 기쁘고 대견하고 행복하실는지요. 다행히 늦게나마 우리 아이들이 힘을 보태주었고, 어제 멀리 스웨덴에 사는 조카가 고모부의 사랑을 기억하고 싶다며 또 보탬을 주었습니다.
또한 이 자리를 빌어서 돌아가신 해부터 26년 동안 한 해도 잊지 않고 연락하고 찾아와 준 항공우주연구원 이승훈 박사와 가끔 소식을 주신 제자 여러분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이 모두는 가족적인 사제(師弟) 관계, 선후배 관계 그리고 하느님의 크신 사랑인 서강의 교육정신 덕택이라고 생각됩니다.
장학금을 받는 학생들은, 지금은 힘들고 어려워도 힘내고, 기쁘게 학교생활을 해서 좋은 결실을 얻어, 사랑받은 그 몇 배로 후배들을 사랑하는 자랑스러운 서강인이 되기 바랍니다. 교수님의 작은 배려가 후배사랑으로 이어졌듯이, 서강사랑의 큰 물줄기로 성장하기를 바라고 기도하겠습니다.
그대 서강의 자랑이듯 서강 그대의 자랑이어라!
감사합니다.
<장학증서를 전달하고 기념사진을 찍은 고(故) 임태순 교수의 부인 한길우 여사와 장학생. 또 한명의 장학생은 실험실습으로 참석하지 못했다>
<맨 위 사진은 장학증서 전달식에 참석한 임태순 교수의 가족들과 장학생 9명이, 행사를 마치고 동문장학회의 부탁으로 다 함께 사진을 찍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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