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홍산(14 아텍) 재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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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9-02-01 09:27 조회15,082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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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권태에 죽음을 처방해드립니다
“죽음은 비참하지도, 우울하지도 않습니다. 어쩌면 일상의 권태에 중독되어 무기력한 나의 생을 되찾아 줄 수 있는 유일한 관념이자 실존일 수도 있습니다.”
홍산(14 아텍) 재학생이 내린 죽음의 정의다.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2018 년 4월 영정사진전문관이 탄생했습니다. 죽음을 금기시하는 사회, 반복되는 일상에서 살아있다는 느낌을 잊은 사람들. 홍 재학생은 이러한 사회에 대한 반발로 영정사진을 찍습니다. 주도권이 없는 삶의 굴레에 얽매이지 않고자 삶 자체를 끊어버리는 상상을 합니다. 사진 찍기 전 유서를 쓰고 편안한 음악과 함께 사진기 앞에 서면 이제껏 생각지 못한 다양한 삶의 고민을 마주치게 됩니다. 홍 재학생은 “내일 갑자기 죽는다고 생각하면 소중한 사람과 시간을 보내거나, 모아놓은 돈을 다 써버리는 등의 크고 작은 멋진 일을 하나씩은 하게 되지 않나”라고 말했습니다.
보통 영정사진은 장례식에 참석한 이들이 슬프지 않도록 밝게 웃는 얼굴로 고릅니다. 하지만 이번 프로젝트는 영정사진은 어떠해야 한다는 편견을 걷어냈습니다. 좋은 장례식은 그 사람을 온전히 기억할 수 있는 곳이면 충분하다는 생각에서입니다. 지금껏 사진관을 찾은 150여 명 역시 제각각의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부의금과 육개장으로 대표되는 정형화된 장례식 문화는 오히려 고인에 대한 이해를 방해할 뿐입니다. 홍 재학생은 자신의 장례식에 대해 “미리 짜놓은 플레이리스트에 맞춰 3일간 논스탑 맥주 파티를 하고 싶다”라며 “나의 마지막을 장식해주는 사람들이 즐거운 기억을 가지고 돌아갔으면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홍 재학생은 사진작가로서 재능기부 활동에도 나섭니다. 최근에는 서울특별시 평생교육진흥원의 혁신학교 ‘모두의 학교’에서 무료 사진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사진 자체가 삶의 기록을 다채롭게 남길 수 있는 또 다른 언어가 된다고 알린 수업이었습니다. 몇 가지 기능만 알려주면 다들 놀라운 속도로 생각과 감정을 본인만의 프레임에 담아냈습니다. 홍 재학생은 “덕분에 사진은 하나의 언어일 뿐이고 이 언어로 그려내는 세계는 개개인에 달려있다는 깨달음을 얻었다”라고 말했습니다. 미숙한 테크닉으로 좋은 이야기를 담아낸다면 진정성과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지만 유려한 테크닉 일지라도 의미 있는 이야기를 담지 못하면 빈 껍질일 뿐이었습니다.
서강에서 받은 교육을 통해 자신이 가진 권력과 기득권에 대한 성찰을 배웠다는 홍 재학생은 앞으로도 사회에 선한 영향을 끼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합니다. 얼마 전 참여한 서울시 문화체육부 산하 기관 주최의 2018 어르신문화프로젝트 사진전시회 ‘당신의 지금, 우리의 얼굴’도 같은 맥락에서 열린 행사입니다. 홍 재학생은 “어르신에게서 보호가 필요한 무기력한 노인의 얼굴만을 찾기보다 숨 쉬는 다양한 감정을 찾고 싶었다”라며 “앞으로 장애인, 성소수자 등 사회에서 지워진 소수자들을 조명하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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