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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통일의 땅 '금강산' 탐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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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03-11-17 16:11 조회9,93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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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슴푸레한 하늘 빛, 옷을 적시기 충분한 빗방울. 우리가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고성에서 북고성으로 갈 때의 이 날씨는 한반도의 젊은이들이 우리 땅의 분단을 마음으로 느끼고 있음을 말해주는 듯 했다. 우리 대학원 식구들 30명을 포함한 200명에 달하는 서강인들이 금강산으로 모꼬지를 갈 준비를 하면서 내내 들떠있던 마음이 막상 금강산을 눈앞에 놓게 된 시점에서는 숙연해 졌다. 누군가의 말을 굳이 빌리지 않더라도 우리가 가는 길목을 지키고 있던 인민군들의 표정 하나, 풀 한포기 하나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단정하게 정리되어있는 온정리와 양지마을을 지나 도착한 온정각. 현대아산이 금강산 관광을 위해 마련해 놓은 편의시설들이 모여 있는 그 곳은 숙연함 대신 달뜬 기분을 다시금 만들어냈다. 온정각 뒤로 보이는 김정숙휴양소와 금강산의 웅대한 자태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얀 천막으로 되어있는 야영텐트에 짐을 풀고 다음 날부터 있을 본격적인 금강산과의 만남을 준비하는 분주한 손길은 한밤중이 되어서야 뜸해졌고 그렇게 작은 통일의 땅에서의 하루가 저물어갔다. 

우리에게 주어진 짧은 시간이 아침 일찍 우리를 잠자리에서 일으켰고, 그 곳에서 재배한 무공해 야채로 깔끔하게 차려진 아침식사를 마친 우리는 바로 '선녀와 나무꾼'이야기로 유명한 '구룡연'으로 발길을 재촉했다. 버스로 산 아래까지 이동하는 동안 남한에서는 춘양목으로 더 유명한 미인송의 자태와 오염되지 않은 자연에 탄성이 끊이질 않았다. 

드디어 '금강산'이라는 생각에 모두들 들떠있는 그 시간, 나의 발걸음을 붙잡는 소중한 인연이 있었다. 우리가 금강산에 체류하는 동안 우리의 길 안내를 해주는 두 동지(북한에서는 나이 많은 사람을 동지, 나이가 비슷하거나 어린 사람을 동무라 부른다)와의 짧은 이야기 기회를 가지게 된 것이다. 따뜻한 눈빛, 서로를 이해해하려는 노력으로 오고간 대화 20여분간의 대화는 물리적인 시간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마음의 통일의 가능성을 실감하게 해주었다. 

본격적인 산행은 계속되는 비로 쉽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너무나도 잘 보존 된 금강산의 자연과 곳곳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북한 안내원 동지들과 환경관리원 선생님(정식명칭이다)들의 따뜻한 눈인사가 추운 비바람을 따뜻한 송풍으로 바꿔주기에 충분했다. 잠깐의 쉬는 시간 후에 우리를 기다리는 순서는 '평양 모란봉 교예단'의 공연이었다. 수많은 일행들의 탄성을 자안해낸 이들은 '평양 교예단'과 더불어 북을 대표하는 교예단으로 '모나코 국제 교예축전'과 '중국 국제 교예축전' 등에 참가하여 금상을 여러 번 수상한 바 있는 일류 교예단이었다. 이 날도 '눈꽃조형' '공중2회전' '널뛰기' '장대 재주' '봉재주' 등의 창작교예와 더불어 객석의 학생들과 함께 하는 공연을 선보여 갈채를 받았다. 아마도 이러한 탄성은 동포에 대한 애정과 인간의 가능성에 대한 감동으로 만들어졌을 것이다. 

일정의 마지막 날인 14일 아침. 눈을 뜨며 시작된 아쉬움의 감정은 끊이지 않고 들려오는 셔터 누르는 소리가 남한으로 돌아오는 순간까지 이어졌다. 이 날은 단풍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하지만 85°에 달하는 경사로 더 유명한 만물상에 오르는 날이었다. 태고적 울산바위의 안타까움이 지금의 분단의 아픔으로 다시 살아난 지금 만물상에 오르는 기분은 남다른 것이었다. 그 전날과는 달리 화창한 날씨가 마치 통일의 희망을 이야기하는 듯했던 이 날의 만물상 등반은 정상인 천선대에 올라 만끽한 금강산의 훌륭한 경치로 잘 마무리 되었다. 

마음과는 달리 법의, 약속의 판단으로 다시 남한으로 내려와야 할 시간이 가까워오면서 아쉬움의 한숨은 깊어졌고, 올 때와는 다르게 군사분계선을 넘는 마음이 한층 더 무거워졌다. 작은 통일의 땅에서 보낸 시간동안 느꼈던 따뜻함과 통일의 희망이 지금 당장의 일이 아님을 절감하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인민군과 손 흔들며 인사한 바로 다음 걸음에 만난 남한측 군인의 모습에 알 수 없는 감정이 교차하고 있었다. 너무나도 아름다워 인간의 언어로 표현하기 힘든 금강산의 절경들과의 만남, 또 다른 나와의 만남. 이 만남은 아주 긴 시간 퇴색하지 않을 것만 같은 금강산의 단풍잎 색깔처럼 마음에 남아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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