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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추억의 노포, '카스타운' 조경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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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2-08-08 15:59 조회7,44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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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가든호프로 시작, 벌써 36년

 

글 : 천강현(21 신방) 서강옛집 학생기자

 

수업 끝나고 동기들과 모여 마시는 맥주만큼 짜릿하고 시원한 게 없다. 꿀떡꿀떡 들이키다 보면 고된 하루의 피로감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며, 확자지껄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다음날도 별 탈 없이 보낼 에너지를 얻게 된다. 

혹자들이 말하기를, 한번 들어가면 개가 되어 나온다는, 속칭 개골목에 위치한 '카스타운'은 1986년부터 지금까지 서강대 학생들에게 노포로 여겨져 왔다.

30여 년 넘게 장수해온 카스타운의 비결은 무엇일까. 카스타운은 서강대 학생들에게 어떤 추억과 감동을 전해왔을까.

카스타운 조경희 사장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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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1986년 5월부터 지금까지 카스타운을 운영하고 있는 조경희라고 합니다. 처음에는 ‘가든호프’라는 이름으로 시작했고요, 1994년에 ‘카스타운’으로 명칭을 바꿨습니다. 20대에 일찍 가게를 시작했는데, 어느새 36년이 되었네요. 

 

 

Q2. 1986년이면 저희 부모님이 대학교 다니던 시절인 것 같은데요. 그때의 가게 분위기가 지금과 많이 비슷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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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의 위치도 예전과 같고, 인테리어도 1994년에 가든호프에서 카스타운으로 바꾸면서 리뉴얼했던 거의 그대로입니다. 지금은 많이 뒤쳐져 보이지만 그 당시에는 나름 파격적이면서도 세련된 분위기가 있던 가게였습니다. (웃음)

그리고 술을 마시고 즐기는 분위기를 그때와 비교해보자면, 아무래도 학교 앞이니까 학교 일정에 따라서, 예를 들면 신입생 환영회, 동아리나 학회 모임, 축제 등에 맞춰서 많은 학생들이 삼삼오오 또는 단체로 모여서 술과 함께 즐겁게 대화를 나누는 분위기는 비슷하다고 할 수 있어요. 하지만 8090년대의 모습과 지금의 모습은 뭐랄까… 즐기는 모습이나 대화의 내용은 조금 다르다고 느껴요.

가장 크게 다른 모습은 술게임? (웃음) 예전에는 없던 음주 문화입니다. 언제부터일까요. 제가 보기엔 2010년대 들어오면서 술게임이 유행이었던 것 같은데요, 학생들이 첫 만남의 어색함을 술게임이란 것을 통해서 빨리 없애고, 금세 친해지는 것처럼 보였어요. 술집에서 술게임을 하면서 바로 친해지는 그런 모습이 제가 보기엔 가장 다른 가게 분위기입니다.

두 번째는 8090년대 초에는 어쩔 수 없이 정치적인 대화나 그와 관련된 장면들을 가게 안팎으로 자주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거의 매일이 시위와 최루탄으로 이어졌고, 시위가 끝나 잠잠해지면 시위에 참여했든 안 했든, 여기저기서 예비군복을 입은 학생들이 군데군데 섞여 나라 걱정이나 정치인들 욕도 하고, 누구는 또 응원하면서 늦게까지 술도 마시고, 노가리도 꾹꾹 앂어댔죠. (웃음) 요즘 학생들은 모여서 정치적인 얘기는 거의 안하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서로 민감한 주제는 피하는 게 좋은 거죠.

그렇지만 예나 지금이나 공통되면서도 아주 핫한 주제가 있습니다. 그건 바로 남녀문제입니다. (웃음) 연애나 실연, 마음에 드는 남녀, 예쁘고 잘생긴 연예인 이야기 등은 한결같이 단골 주제입니다. 또 군대 가는 친구 환송회도 있습니다. 그때 가게에서 틀어주는 노래는 ‘이등병의 편지’로 그것도 같네요. 좀더 전에는 ‘입영열차 안에서’도 있었고요.

 

 

Q3. 긴 답변 감사드립니다. 30년 넘게 카스타운이 장수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요? 카스타운만의 필살기 메뉴 같은 게 있을까요?

 

사실 이런 질문이 제일 곤란하기도 하고, 뭐랄까 조금 부끄럽기도 합니다. 다른 곳에는 없는 무슨 비결이나 필살기 메뉴 같은 게 있어서가 아니라, 어쩌다 보니 36년이더라구요. (웃음) 좀더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자면, 저는 여기서 카스타운을 운영하는 것이 제 일입니다. 다들 바삐 일하고 돈 벌고 살아가듯 저 역시 그렇습니다.

물론 저 나름대로 이 자리에서 일을 시작한 이후로 매일매일 성실하게 열심히 일해왔고, 누구에게도 부끄럽지 않게 가게를 운영해왔다고 자부하기도 합니다만, 굳이 비결을 찾아보자면 학교 다닐 때도, 졸업해서도 꾸준히 찾아주시는 서강대학교 재학생과 졸업생 분들 덕분 아닐까요? 이 자리를 빌어 정말 감사의 마음을 모두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Q4. 정말 꾸준히 가게를 가꾸어 나가신 열정이 느껴집니다. 다음 질문은 조금 죄송스럽지만, 사실 21학번인 저와 주변 동기들은 카스타운이 있는지 잘 모르는데요, 최근에도 카스타운을 오가는 서강대 재학생 분들이 많나요? 아니면 예전의 추억이 그리워 찾아오는 졸업생 분들도 종종 보이는지 궁금합니다.

기자님, 섭섭합니다. 카스타운이 있는지도 모르시다니요. (웃음) 20학번부터 22학번까지 신입생 환영회가 예전처럼은 없었습니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코로나 때문이죠. 아무래도 그렇다 보니, 카스타운 특성상 학기초 단체모임에 좀 더 강한데 신입생 분들이 직접 오시거나 지나다니면서 볼 수도 없었던 탓에 기자님처럼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학번이 벌써 20, 21, 22학번까지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재학생 분들이 아무도 오지 않는 건 아니구요. (웃음) 20학번 이전에 카스타운을 즐겨찾던 선배 재학생 분들과 함께 오거나, 그 선배들이 속한 동아리 모임을 통해서 오게 된 재학생 분들도 어느 정도 있습니다.
그리고 예전의 추억이 그리워 찾아오는 졸업생 분들은 감사하게도 오래전부터 꽤 많습니다.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그 얼굴과 목소리, 특징 같은 건 기억 속에 남아있어서, 오랜만에 뵙는 졸업생 분들의 예전 학생 때 모습이 대부분 생각이 납니다. 요즘 시력이 안 좋아져서 어려움이 있지만, 신기하게도 가까이서 인사하다 보면 가게와 매칭되어서인지 기억이 웬만하면 다 납니다. 참 반갑고 고맙죠. 해마다 한두 번씩 정기적으로 오는 졸업생 모임도 많고, 10년, 20년만에 찾아오는 졸업생 분들도 많아요. 이제는 대부분 40~50대여서 가족들과 함께 치킨과 맥주를 마시기도 하고, 최근에는 서강대학교에 입학했다고 아들이나 딸, 조카까지 데리고 와서 인사도 시키고, 앞으로 마실 술값을 선결제 해주시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다들 꼭 얘기하죠. “예전에 아빠가~ 엄마가~ 여기서 대학생 때~ 술 엄청 마시던 곳이야!”


Q5. 서강대 학생들 관련해서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으신가요? 흥미로운 이야기가 듣고 싶어집니다.

특별한 이야기, 기억에 남는 일화 등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 개인적인 이야기들이어서, 또 대단한 이야기도 아니구요. (웃음) 그런 일화를 대신해서 기자님은 모르는, 지금은 상상이 잘 안 되는, 그냥 그 당시에만 있던 풍경을 한두 가지 이야기해볼게요.
기자님, 혹시 그런 생각을 해보신 적 있나요? 80, 90년대 서강대 학생들은 방과 후에 어떻게 연락하고, 어떻게 만났을까? 통신수단이 뭐였을까? 휴대폰은 물론이고 삐삐도 없던 시절인데요. (웃음) 지금은 핸드폰으로 실시간 의사소통을 당연한 듯이 하지만, 그 시대 학생들은 어떻게 소통했을까요? 그때는 게시판에 메모를 남겼습니다. 아! 제가 얘기한 게시판은 진짜 게시판입니다.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이 아닙니다. (웃음) 예전에는 학교 근처 가게에 게시판이나 메모판을 두곤 했었어요. 메모지에다가 써서 압정으로 꽂아놓거나, 보드판에 매직으로 써놓기도 했습니다. 메모 내용은 “철수야, 영희하고 길동이하고 ***당구장으로 간다 8시 30분”, “철수야 기다리다가 2차 간다. ***로 와라 10시 20분” 뒤에 나오는 시간은 메모 작성 시간이고요. 학생들로 꽉 차 있는 가게를 다 둘러본 다음에 친구들이 없으면 게시판으로 가서 메모 찾아보는 게 일상이었습니다. 만약에 메모도 없다면 학교 근처 갈 만한 곳을 다 뒤져서 찾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런 학생들이 오면 항상 이렇게 물어봤죠. “누나! 애들 왔어요?” “아니, 오늘 안 왔는데” “아~ 어디갔지?” (웃음) 그땐 그랬답니다.
그리고, 요즘에야 웬만하면 다들 카드도 있고, 안 되면 휴대폰으로 즉시 이체가 가능해서 생각도 못할 일이지만, 그 당시에는 친구들끼리 술 먹다 돈이 모자랄 때가 있으면, 서강대학교 학생증을 맡기고 다음날 돈 가지고 와서 찾아가기도 하고, 시계나 귀중품을 맡기기도 했습니다. 대부분 학생들은 돈 들고 와서 찾아갔지만, 제가 오랫동안 기다리다 폐기 처분한 학생증이나 주민등록증, 고물 시계도 꽤나 많았습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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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6. 핸드폰 없이 연락을 게시판과 가게에 의존했다는 게 정말 신기합니다. 다음 학기부터 전면 대면 수업이 처음으로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학교가 사람들로 붐비게 될텐데, 이에 맞춰 사업적으로 계획 중이신 바가 있을까요?

사업적으로 무언가를 특별하게 더 준비한다든가 하는 계획은 아직 없습니다. 늘 해왔듯이 카스타운을 찾아주시는 분들께 항상 최선을 다하는 게 우선이고요, 생맥주를 주력으로 하는 가게이다 보니 항상 깨끗하고 위생적인 생맥주 관리를 통해, 신선하고 맛있는 다양한 생맥주로 보답하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요즘 다시 코로나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어서, 한편으로는 큰 걱정도 하고 있습니다. 모든 국민이, 아니 전세계적으로 모두 힘들었지만, 대학교 앞 식당, 술집 등도 진짜 힘들었거든요. 실제로 버티지 못하고 많은 상점들이 폐업하기도 했구요. 부디 이번에는 위기를 잘 넘겨서 학교가 사람들로 붐비기를 진심으로 기원하겠습니다.


Q7. 머지않아 카스타운이 40주년을 맞이하게 됩니다. 카스타운을 기억하는 서강대 동문 및 학생 여러분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앞에서도 잠깐 말씀드렸듯이, 저는 저의 일을 한 자리에서 꾸준히 열심히 해온 것밖에 없기에 사실 오늘의 인터뷰도 많이 부담스러웠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인터뷰를 고사했습니다만, 다시 생각해보니 이 인터뷰는 제 개인의 영광을 위한 것이 아니라, 기자님이 말씀하신 40년 가까운 전통을 쌓을 수 있었던 것도, 여기 한 자리에서 제 일을 계속 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서강대 학생 분들 덕분이고, 이 인터뷰도 서강대 학생 분들의 영광을 위한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한번쯤은 감사의 인사를 모든 분들께 꼭 전하고 싶었는데, 이번 인터뷰가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언제까지 이곳을 지킬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때까지 저는 언제나처럼 친절하게 최선을 다하여 오시는 분들을 모두 모시겠습니다. 그래서, 이곳을 기억하시는 모든 서강대 학생 분들의 마음 속에 영원한 추억의 노포로 남는다면, 정말 좋겠습니다.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아요. 다시 한번, 서강대 학생 분들! 정말 고맙고 사랑합니다. 저도 최선을 다해 카스타운을 지켜 나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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