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서강이 더 이상 추락하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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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1-03-16 15:54 조회14,734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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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이 더 이상 추락하지 않으려면>
- 전준수(67 영문‧경영대학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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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서강의 현실은 결코 밝지 않습니다. 매년 언론에 보도되는 학교 평가 순위, 해외 대학평가기관 순위 등을 보면서, 많은 동문들과 서강을 사랑하는 분들이 적잖게 실망합니다. 더 우려되는 것은 학교 안에 팽배한 자조감, 그리고 현실을 애써 무시하는 것 같은 근거 없는 초월적 자신감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학교 경영의 실질적 주체인 예수회가 학교 경영을 쉽게 여겨온 것 아닌가 하는 느낌도 없지 않습니다. 경영은 누구나 할 수 있어 보일지 몰라도, 경영을 잘한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입니다. 천부적 재능까지 필요한 것은 아닐지 몰라도, 적성이 맞아야 합니다. 학교 경영은 복합적인 지식과 인화력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학문적 성취가 경영능력을 만들어 주지는 못하지만, 대학 경영은 학문에 대한 이해와 경외감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서강의 위상 하락에 대한 첫 번째 책임은 동문 교수들에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부터 책임을 통감합니다. 그동안 교내 모든 분란의 중심에 본교 출신 교수들이 있었습니다. 우리가 존경하고 칭송해 마지않은 초창기 모교 교수님들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었습니다.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야 합니다.
물론 우리 스승의 모습을 닮고자 노력하는 교수님들도 계십니다. 작고하신 장영희(71 영문) 교수님의 평소 소망은 ‘유명한 교수가 되기보다 좋은 선생님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작고하신 뒤 제자들이 이렇게 추모했습니다. “그분이 계시다는 것만으로도 서강대 학생임이 자랑스러웠어요.” “수업 첫날 강의실에 목발을 짚고 당당하게 들어오시던 그 모습이 생생합니다. 선생님 덕분에 제가 서강대학교 학생이라는 자부심을 느꼈습니다.”
저는 같은 교수이자 후배이기도 한 장영희 교수님을 통하여, 가르치는 일의 소명과 가치를 새삼 깨닫곤 했습니다. 저 자신이 부끄러워지기도 했습니다. 지식의 전달과 함께 남을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예수회 교육의 정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교육이어야 인공지능과 디지털로 대변되는 신기술 시대에 대학이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새로 선임된 심종혁 총장님은 예수회 신부님입니다. 다행히 학교에서 주요 보직들을 두루 거치셨으며, 동문 교수이십니다. 취임사에서 서강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확히 설정하셨습니다. 부디 눈에 보이는 물질적 성취보다는 서강의 본질을 회복하는데 최선의 다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우리 시대가 진정 필요로 하는 인재를 길러주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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