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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경률의 차트로 읽는 한국사 (6) >> 새해 풍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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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0-12-21 09:53 조회49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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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있을 때조차 삼가는 새해의 시작 

 

정말이지 역사적으로 다사다난한 해였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휩쓴 2020년이 저물고 2021년 새해가 밝았다. 육상 달리기에서는 스타트가 관건이다. 한 해 레이스도 출발을 잘해야 순탄하다. 그런 의미에서 새해가 되면 의식처럼 치르는 일들이 적지 않다.

운세를 알아보는 것도 그 가운데 하나다. <토정비결>을 볼 수도 있겠지만 때로는 ‘전문가’를 찾아가기도 한다. 1990년대 중반 학교 근처에 이른바 ‘사주카페’라는 게 생겼는데 각종 선녀, 보살, 동자가 부담스러운 학생들이 즐겨 찾았다. 목표도 잡고 계획도 세우지만 어찌 될지 알 수 없는 미지의 새해다. 이렇게 재미 삼아 운세를 보며 마음을 다잡은 것이다.

조선 사람들도 해가 바뀌면 운세를 점쳤다고 한다. 새해 첫날에는 꼭두새벽부터 거리로 나가 처음 듣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조짐을 듣는다고 하여 이를 ‘청참(聽讖)’이라고 불렀다. 오행점도 많이 봤다. 금(金), 목(木), 수(水), 화(火), 토(土)를 새긴 나무토막을 한꺼번에 던져 엎어지고 뒤집어진 상태에 따라 점괘를 풀이했다. 보통 초하루부터 초엿새까지는 가축에 대해 점을 쳤고, 초이렛날이 되면 사람의 운세를 알아봤다.

운세 말고도 한국의 새해 풍속은 다채롭다. 조선 순조 때의 학자 홍석모가 지은 <동국세시기>를 참고해 세 가지를 뽑아봤다. (여기에 설날 풍속으로 알려진 내용도 포함시켰다. 설날은 음력으로 새해 첫날의 의미를 갖는다. 양력에 맞춰 새해를 맞는 현대사회에서 굳이 구분하지 말고 새해 풍속으로 아우르는 게 맞다.)

 

[3위] 새해를 여는 문안 인사, 세배

 

한국은 동방예의지국이다. 새해가 밝으면 문안 인사부터 드렸다.

새해 첫날 어른들을 찾아뵙고 인사드리는 것을 ‘세배(歲拜)’라고 불렀다. 이때 손님에게 내는 음식을 ‘세찬(歲饌)’, 대접하는 술을 ‘세주(歲酒)’라고 했다. 원래 송구영신(送舊迎新)은 여기저기 새해 인사 다니면서 큰 밥상에 둘러앉아 음식을 나눠 먹어야 제맛이다. 음식을 함께 먹는 사람들을 ‘식구(食口)’라고 한다. 새해를 맞으면서 집안과 마을, 동아리가 한 식구임을 확인하는 것이다. (동문회에서 해마다 개최하는 신년하례회도 취지는 다르지 않다.)

새해 인사 풍습은 다양했다. 조정에서는 영의정이 관원들을 이끌고 대궐에 나아가 임금에게 신년 하례를 드렸다. 팔도에 나가 있는 지방관들도 축하의 글과 지역 토산물을 올려 예를 갖췄다. 임금은 나이 70이 넘은 관리와 그 부인들에게 쌀, 어물, 소금 등을 하사했다. 양반가에서는 대문 앞에 옻칠한 쟁반을 놓고 인사 온 사람들이 명함을 넣게 했다. 책상 위에 장부, 붓, 벼루를 올려두고 하례객이 이름을 적도록 하는 집들도 많았다. 부인들은 계집종을 사돈집에 보내 문안을 드렸는데, 그 종을 ‘문안비(問安婢)’라고 하였다.

새해 인사에는 덕담도 빼놓을 수 없다. <동국세시기>에 따르면 19세기에는 주로 과거에 급제하라고, 돈 많이 벌라고, 자식을 낳으라고 축복했단다. 지금은 무엇보다 건강이 최고라고 해야겠다. 얼른 백신 주사 맞아서 코로나19를 물리쳤으면 좋겠다.

 

[2위] 얘야, 떡국 몇 그릇 먹었느냐?

 

새해 첫날에 떡국을 끓여 먹는 것도 한국의 오랜 풍속이다. 왜 떡국일까? 일설에는 떡 가락이 희고 길어 장수(長壽)의 의미가 있다고 한다.

전통 떡국은 가래떡으로 끓인 장국이었다. 가래떡은 멥쌀가루를 찌고 떡메로 두들겨서 길게 늘인 떡이다. 이 떡을 엽전 두께로 얇게 썰어 장국에 넣었다. 국물은 쇠고기나 꿩고기로 냈으며 후춧가루를 쳐서 양념했다. 한편 개성 일대에는 누에고치를 닮은 조랭이떡국이 발달했다. 나라를 빼앗긴 고려 유민들이 조선 태조 이성계에 대한 복수심에 그의 목을 조르는 형상의 떡을 빚었다는 것이다. 믿거나 말거나.

떡국은 접대나 제사에 두루두루 쓰이므로 세찬에 빠져서는 안 될 음식이었다. 저잣거리 가게에서도 시절 음식으로 떡국을 팔았다. 아이에게 떡국 몇 그릇 먹었느냐고 물어보는 것은 곧 나이가 몇 살인지 묻는 것과 같았다. 새해에 먹는 대표적인 음식을 나이 먹는 것에 빗댄 것이다.

정초에는 먹거리가 풍성했다. 시루떡은 멥쌀가루를 시루에 쪄서 만들었다. 시루는 둥글고 넓게 벌어진 질그릇으로 바닥에 구멍이 여러 개 뚫려 있었다. 떡을 찔 때는 삶은 팥을 켜켜이 깔며 층층이 쌓았다. 신선로는 가운데에 숯불 화통을 넣고 빙 둘러서 채소, 고기 등 다양한 재료를 담아 장국에 끓여 먹었다. ‘열구자탕(悅口子湯)’, 곧 입을 즐겁게 해주는 탕이라고도 했다. 그 밖에 녹두빈대떡, 잡채, 삼색나물 등을 새해 밥상에 올렸다.

 

[1위] 액막이, 몸과 마음을 삼가라!

 

조선 사람들이 새해 가장 먼저 한 일은 질병, 사고, 재앙 등 액운을 막는 것이었다.

궁궐에서는 금갑을 입은 두 장군의 화상을 그려 문 양쪽에 붙였는데, 이를 ‘문배(門排)’라고 했다. 두 장군은 당태종 휘하의 무장인 위지공과 진숙보라는 설도 있고, 삼국시대 촉한의 재상 제갈공명과 오나라 대도독 주유라고도 한다. 액운이 드나드는 문을 명장과 책사들이 가로막은 것이다. 백성들은 벽에 닭이나 호랑이 그림을 붙여 나쁜 귀신이 얼씬거리지 못하게 했다. 또 삼재(三災)가 든 사람이 있으면 매 세 마리를 그려 문 위쪽에 붙였다.

한편 아이들은 야광(夜光) 귀신을 조심해야 했다. 이 귀신은 새해 첫날 밤 인가에 내려와 아이 신발을 신어보고 발에 맞으면 신고 가버린다. 신발을 잃은 아이에게는 안 좋은 일이 생긴다고 여겨졌다. 야광 귀신이 올까 봐 아이들은 신발을 감춘 다음 일찍 불을 끄고 잠자리에 들었다. 그래도 불안하면 체를 마루 벽에 달아놓거나 섬돌 사이에 걸어뒀다. 귀신이 체를 발견하면 닭이 울 때까지 구멍만 세다가 돌아간다는 엉뚱한 퇴치법이었다.

전염병을 막는 풍속도 있었다. 평소 머리를 빗을 때 빠진 머리카락을 빗접에 모아두었다가 새해 첫날 해 질 무렵에 문밖에서 태웠다. 이렇게 하면 전염병을 물리치는 효과가 있다고 믿은 것이다.

조선 사람들은 액운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려면 무엇보다 삼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몸과 마음을 흐트러짐 없게 하는 것이다. 남이 보지 않는 곳에서도 경계하며, 남이 듣지 않는 곳에서도 두려워하는 것이다. (신발 한 짝처럼) 숨겨진 것보다 더 잘 드러나는 것이 없으며, (머리카락 한 올일망정) 미세한 것보다 더 잘 나타나는 것은 없다. 그러므로 홀로 있을 때조차 삼가야 하는 것이다(<중용> 제1장). 이게 나쁜 귀신, 질병과 사고와 재앙을 막는 근본적인 처방이었다.

 

2021년을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 새해 인사 정성껏 해서 올 한해 좋은 관계 맺고, 새해 음식 맛있게 먹어 올 한해 건강하게 살고, 새해 액막이 빈틈없이 하여 올 한해 만사형통하기를 바란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 권경률 (사학 90) - 역사 칼럼니스트, 월간중앙 필진. 사람을 읽고 생각하고 쓰면서 역사의 행간을 채워나간다. 유튜브·페이스북·팟캐스트에 ‘역사채널권경률’을 열어 독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시작은 모두 사랑이었다](2019), [조선을 새롭게 하라](2017), [조선을 만든 위험한 말들](2015)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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